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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친 와인이 더 맛있다. 천사의 몫, - 투 핸즈 엔젤스 쉐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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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친 와인이 더 맛있다. 천사의 몫, - 투 핸즈 엔젤스 쉐어

와인비전 2013. 4. 22. 10:22


계란 노른자와 생크림, 그리고 바닐라 빈과 설탕이 어우러져서 만들어내는 달콤함의 향연… 프랑스 대표 디저트 크렘 브륄레(crème brulee)를 아시나요? 입안을 기분 좋게 어루만져주는 바삭하고, 부드러운 텍스쳐와 설탕의 싼티를 벗고, 바닐라 빈이라는 명품 의상으로 갈아입은 고급스런 달콤함이 크렘 브륄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 녀석을 만들면서 발견한 재미난 사실이 있습니다. 분명 500ml의 베이스를 준비했는데, 라므깽(ramequin)에 담다 보면 이상하게 10ml가 부족하더라는 겁니다. 그 부족한 2%의 행방에 대해 고민해 보았습니다.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따지고 보면 거품으로 제거되거나 수증기로 날아간 게 원인이었겠지만, 제가 내린 결론은 부드럽고 달콤한 크렘 브륄레에 반한 천사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몰래 자기들의 몫을 가져갔다는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맛났으면 그랬겠어요.

사실 천사가 자기들의 몫을 챙긴 것은 오래 전 위스키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나타납니다. 증류과정에서 사라진 2%의 주정에 대해 사람들은 ‘천사의 몫’이라는 별칭을 붙였던 것입니다.

이 별칭을 사용하는 와인도 있습니다. 바로 오늘 소개할 맥라렌 베일 출신의 쉬라즈 100%로 만든 ‘Two Hands; Angels’ Share’라는 와인입니다. 레이블에 그려진 그림 속 두 손에 받아 든 포도송이만큼 천사들이 내려와 와인을 마시고 간다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한 모금 입에 넣는 순간 진한 포도주스를 마시는 착각에 빠져들게 만들더니, 곧이어 강한 알코올이 입안을 가득 채웁니다. ‘주스가 아니었구나’하는 자각을 하자마자 연이어 피어 오르는 블랙베리향과 달콤한 스파이스향, 그리고 마무리로 사르르 녹는 듯한 진한 다크 초콜릿의 풍미가 혀를 휘감습니다. 천사가 자기 몫 챙기겠다고 덤벼든 이유가 납득이 되는 그런 와인입니다. 여러분 몫도 있으니 맛들 보세요.

<삼청동 쉐 시몽(Chez Simon) 오너 쉐프 심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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