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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물과 와인 시리즈 1 - 라로쉬 비오니에 뱅 드 페이 독 2010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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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물과 와인 시리즈 1 - 라로쉬 비오니에 뱅 드 페이 독 2010

와인비전 2013. 3. 10. 10:26


흔히들 동장군이 봄을 시샘한다는 꽃샘 추위가 올 것 같은 때 입니다. 안개와 미세 먼지. 이제 곧이어 올 황사로 봄은 궂은 시련을 앞세운 후에야 잠깐 왔다 가겠지요. 잠깐 중에도 종종 비와 찬 바람을 시녀처럼 대동하고 새침하게 굴 것입니다. 못된 아가씨 비위 맞춰주다간 그야말로 짧은 봄날을 즐기지도 못한 채 훌쩍 시간만 보내버릴 수 있으니 차게 부는 사람에는 가볍게 날리는 맛이 있는 샬랄라한 스카프로 대응하고 흐린 하늘과 탁한 공기에는 향긋한 봄나물로 이겨낼 생각입니다. 아마도 저의 봄타령은 한동안 계속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점쳐 봅니다. 

일요일의 와인은 라로쉬 비오니에 뱅 드 페이 독(Laroche Viognier Vin de Pays d'Oc) 2010입니다. 비오니에를 떠올리면 의도하지 않아도 노래가 흥얼거려지는데 그 노래란 것이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이런 노래. 제목은 '고향의 봄.' 와인을 마시고는 특징적인 인상을 이미지적으로 기억하는 경우가 많은데 비오니에에 대한 제 이미지는 봄꽃입니다. 오밀조밀 귀여운 작은 꽃향기들이 살랑살랑 코 끝에서 느껴지고, 입 안에서 느껴지는 매끈거리는 유질감은 봄나물에 향을 주는 참기름, 들기름을 닮았습니다. 

작년 봄 사찰 요리 수업을 들으면서 제가 배운 최고의 지식은 먹을 수 있는 풀과 먹을 수 없는 풀을 구별해 내는 법이었는데 그때 실습으로 정말 많은 봄나물들을 직접 무쳐냈었지요. 이놈 저놈을 무쳐내면서 와인과도 열심히 매칭시켜 본 결과 몇 가지의 기막힌 매칭을 찾아냈는데 그 중 하나가 비오니에와 봄나물 골뱅이 무침이었습니다. 

참나물, 미나리, 돈나물, 매운 기운을 뺀 양파를 골뱅이와 양념에 버물버물 한 뒤에 입맛과 향을 돋워 줄 맞춤한 양의 참기름 약간과 부순 참깨로 대미를 장식. 그리고 살짝 차게 둔 비오니에를 함께 해 보세요. 살짝 높은 알콜 도수로 얼굴이 슬쩍 붉어질 수도 있는데 그럴 때에는 "아, 봄향에 취기가 오르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 그것이 곧 봄의 풍류.



아! 이런 자위적 낭만주의자 같으니라구.. 

<즐거운 글을 쓰는 村筆婦 백경화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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