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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뽀마르다운 와인 - 도멘 드 꾹셀 뽀마르 프르미에 크뤼 끌로 데 그랑 에뻬노 2004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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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뽀마르다운 와인 - 도멘 드 꾹셀 뽀마르 프르미에 크뤼 끌로 데 그랑 에뻬노 2004

와인비전 2013. 2. 9. 10:00


뽀마르는 버건디 와인 중에 가장 남성적인 와인이라고들 합니다. 그러나 그 정수를 맛보기 위해서는 도멘 드 꾹셀의 뽀마르 프르미에 크뤼 끌로 데 그랑 에뻬노(Domaine de Courcel, Pommard 1er cru Clos des Grands Epenots)를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랑 에뻬노(Grands Epenots)는 뽀마르의 대표적인 프르미에 크뤼(1er cru) 밭으로 약 10ha 정도의 크기 입니다. 워낙 좋은 밭이다 보니 그랑 크뤼로 등급이 조정되어야 한다고들 합니다. 도멘 드 꾹셀은 이 밭의 절반에 해당하는 5ha 가량의 단일 밭(monopole)을 400여년간 소유해 오며 가장 남성적이고 파워풀한(pinot noir)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2011년 10월 도멘 드 꾹셀을 최초로 방문해서 와인 테이스팅하며 놀랐던 기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끌로 데 그랑 에뻬노(Clos des Grands Epenots)를 포함한 몇 개의 와인를 테이스팅 했는데 그 힘과 강한 타닌에 입안이 마비되는 듯 했습니다. 2004년 빈티지 끌로 데 그랑 에뻬노는 7년의 세월을 보냈음에도 버건디 와인이라고 상상할 수 없는 풀바디와 단단함을 갖고 있었습니다.

어디서 이런 괴물 같은 와인이 나왔지? 나의 궁금함은 와인생산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어느 정도 해소 되었습니다. 그랑 에뻬노 밭의 토양에 철분iron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그게 한 요인이라고 했습니다. 쥬브레 샹베르땅(Gevery Chambertin)의 그랑 크뤼 밭에서 발견되는 것과 비슷한 토양 성분인 것이죠. 

거기에다 도멘 드 꾹셀 만의 전통적인 생산 방식과 60년 가까운 수령이 또 다른 원인이었습니다. 전통 방식에서는 포도송이에서 줄기(stem)를 제거하지 않고 함께 섞어서 와인을 양조했다고 합니다. 물론 도멘 드 꾹셀은 이 방식을 고수하고 있죠. 그러나 보다 부드럽고 우아한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대부분의 생산자들은 줄기를 제거하고 포도알로만 양조를 하고 있습니다. 소비자 취향에 영합하기 위해 전통을 포기한 것이죠. 이 방식의 차이가 완전히 다른 와인을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마시기 쉬운 와인도 좋지만 개성있는 와인을 더 선호하는 저는 이 와인이 세월이 흐르면서 어떻게 변화하는가 확인하기 위해 2011년 이후 주기적으로 테이스팅해 오고 있습니다. 오늘 몇 개월만에 또 다시 테이스팅을 했습니다. 오늘은 이태리 음식과 함께였습니다. 우선 음식 없이 테이스팅했습니다. 단단함과 입안을 조이는 피니쉬는 여전했지만 깊고 복잡한 향과 맛, 버건디 와인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무게감과 힘은 최고급 와인의 품격을 느끼게 해줍니다. 이번에는 음식을 먹으며 테이스팅해 봅니다. 얼마전 조금 거북하던 타닌은 어디로 갔는지 사라지고 오히려 입안을 깨끗하게 씻어줍니다. 음식과 함께라면 이제 마시기가 적당했습니다.

앞으로 5년, 10년 후라면 타닌은 더욱 부드러워지고 향과 맛은 더 깊고 오묘하게 변해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테이스팅해서 변화하는 모습을 추적해 보려고 합니다.


<올드 앤 레어 와인(OLD & RARE WINE) 대표 박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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