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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서 와인을 보다 2편 – 단순함의 미학.  버니니(BERNINI)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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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서 와인을 보다 2편 – 단순함의 미학.  버니니(BERNINI)

와인비전 2013. 5. 12. 10:00


여름을 제외한 세 계절 동안에는 일주일에 두 번씩 빠지지 않고 뒷산을 오릅니다. 이번 주는 날씨가 안 좋을 때도 있었고 어찌하다 보니 한 회가 모자라 오늘은 반드시 산에 올라야 했습니다. 덥더군요. 그리고 2013년산 신상 아기 날벌레들의 활발한 운동력과 유랑하듯 날리는 민들레 씨 때문에 힘이 두 배로 드는 듯 했습니다. 동네가 한 눈에 보이는 전망대에 오르고 나서 그냥 내려갈 것인가 정상을 밟고 갈 것인가에 대해서 갈등 하다가 결국엔 정상을 찍고 내려왔는데 더위로 지친 등산을 마치고 나니 집에 돌아오고 나서는 시원한 버니니 한 잔이 간절했습니다.

안윤모 작가의 그림은 단순합니다. 그의 작품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올빼미는 작가가 구상한 시리즈에서 항상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뜬 한 가지 표정으로 일관합니다. 작품의 구성도 지극히 단순해서 새로 시작한 시리즈의 주제를 나타내는 소품과 주인공 올빼미의 등장이 끝입니다.

예술의 목적은 어찌 보면 매우 단순합니다. 일상의 일탈. 감성의 동요. 지지고 볶고, 따지고, 경쟁하고, 이겨야 하고, 손해보지 말아야 하고, 남들 눈으로 체면 치레도 해야 하는 그 복닥거리는 일상 속에서 기교 없이 깨끗한 바탕에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도 모를 표정을 하고 있는 백치의 조류를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피식 웃음이 납니다.

더운 날에 산을 오르느라 땀도 많이 났고, 날아다니는 귀찮은 것들 때문에 번잡스러워 머릿속도 그다지  개운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피로도도 다른 날보다 심한 날이었고요. 잔도 필요 없이 오프너로 쓱 따서 프랜차이즈 커피 집에서 몇 개 들고 온 빨대로 오로지 갈증을 달래 줄 목적에 집중하며 마실 수 있는, 실로 단순하고 청량한 매력의 버니니가 매우매우 간절한 날이었습니다. 

<즐거운 글을 쓰는 村筆婦 백경화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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