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믈리에자격증 와인비전 WSET

常陸山 히타치야마 사나보리さなぼり 본문

7인 7색 와인투데이

常陸山 히타치야마 사나보리さなぼり

와인비전 2014. 4. 30. 10:50

나의 술 저장고 한 편에는 일본 소주가 몇병 놓여 있다. 쌀, 보리, 고구마등 원료에 따라서 시음용으로 사 온 것들이다. 하지만 그 중 한 병은 시음용으로 구입한 것이 아니고 언젠가 울적하고 슬픈 마음이 들때 마시려고 보관하던 소주가 있다. 일본 후쿠오카현의 구보다시福岡県久留米市에 있는 모리노쿠라杜の蔵라는 회사의 '常陸山 히타치야마 사나보리さなぼり'이다. 현지 양조장에서 직접 가져 온 술인데 그 동안 마실 기회가 없었다. 모리노쿠라는 '후나구미'같은 15-17도 도수의 사케가 주종이지만 '깅고로'같은 소주도 만들어 내는 큐슈의 유명한 양조장이다.

이번 세월호 진도 참사에서 다른 이들처럼 마음이 그지없이 착잡하던 중에 존경하는 남선배의 영식이 사고를 당했다는 비보를 접하고 나는 드디어 이 술을 꺼내 들었다. 2006년도 산으로 알코올 도수 33도 짜리의 소주다. 

이 소주를 가져 오게 된 경우는 이렇다.

 

2010년도 5월 비가 추저푸적 내리던 어느 봄날이었다. 


"맛의 어딘가에서 슬픔이 피어오르는 듯해요. 사비시이さびしい!" 

모리노쿠라杜の蔵(もりのくら주조회사의 시음장에서 내어 논 소주를 한 잔 시음하던 중에 나는 문득 슬픔이 느껴졌다. 왜 그런지는 정확히 알수 없었지만 난 갑자기 감상적이되어 술에서 외로움, 괴로움이 배어나옴을 감지했던 것이다.


 "아, 그럴 수 있어요! 정말 재미있는 표현이네요."

사장 모리나가(和宏森永)는 바짝 나에게 다가오면서 진지하게 응답했다. 물론 슬픔이 재미있다는 것이아니고 표현이 그렇다는 것이다.


 "애잔한 느낌이 들어와요. 마치 그라파를 마시는 것 같아요."

왜 이탈리아 브랜디 그라파가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그냥 우연히 그리고 갑자기 그런 이미지가 떠 올랐다.


"맞아요. 이 소주의 원료는 지게미입니다. 그러니까 사케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를 재 발효 시켜 얻은 술을 증류하여 만듭니다. 그래서 '구라빠'랑 흡사할 수 있겠네요." 

이 소주는 태생이 그렇게 되었다. 여차하면 말려진 뒤 퇴비로 전락했을 사케의 지게미를 다시 살려 내어 만든 술이었다. 기차로 보면 역마다 정거해서 급행열차를 패스해주는 삼등 완행 열차요 인간으로 따지면 적자가 아니고 서자인 셈이다. 그런 과거가 있어선지 이 술에서는 진한 애잔함이 묻어 나왔다.

 

"그렇지만 강함뒤는에 끝 맛은 부드러운 고소함이 느껴지네요."

통렬한 비애 뒤에 숨어있는 세이버리향의 달콤함이 마지막에 살작 배어 나왔다.

 

"네, 다른 제품과는 달리 3년을 숙성시킨후에 출시하고 있습니다."

이 술은 일반적인 소주와는 달리 3년을 숙성시킨 고급 제품이다. 값도 매실주를 담글때 베이스로 쓰는 소주 보다는 몇배 비싸다.

우들두들한 검은 색 병에 담긴 33도-35도(증류한 알코올 도수가 해마다 다르다.) 의 이 소주는 혹독한 겨울 날씨를 이겨 내어 봄에 파릇한 새싹을 내미는 인동초와 같이 인고의 세월을 넘어선 강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숙성으로 인하여 부드러움을 간직하고 있는 그런 술인 것이다.

 

 스피릿 상식

이탈리아나 프랑스등 와인 생산국에서는 와인 양조시에 포도를 압착하고 남는 부분을 재발효시킨 후에 이를 증류하여 블랜디로 만든다. 프랑스에서는 '마흐 Marc'라고 하고 이탈리아에서는 '그라파 Grappa"라고 부른다.




-와인 스피릿과 함께하는 박정용 대믈리에-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