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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값하는 와인 반할꼬얌~ 에밀리아나 꼬얌 본문

7인 7색 와인투데이

꼴값하는 와인 반할꼬얌~ 에밀리아나 꼬얌

와인비전 2013. 6. 10. 10:10


얼마 전, 무라카미 하루키의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라는 제목의 수필책을 읽고 있는데, 이런 내용이 나오더군요. 서머셋 모엄의 단편 소설에 등장하는 상습 결혼사기범에 대한 묘사였습니다. 

"그는 길고 살점이 별로 없는 코에 옅은 하늘색 눈을 가진, 시든 듯한 자그마한 남자였다. 피부색은 나쁘고 주름이 많아 쭈글주끌했다. 나이가 몇 살인지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서른 정도로도 예순 정도로도 보인다. 튀지 않는다는 것을 제외하고 내세울 거라곤 아무것도 없는 남자였다. 가난한 사람이란 건 분명했지만, 의외로 차림새는 단정했다." 

열한 번이나 중혼을 한 희대의 바람둥이, 그 꼴을 묘사한 것치고는 참으로 빈상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꼴값과 상관없는 인물이 바람둥이인 경우가 많습니다. 

와인 중에도 화려한 스펙은 없지만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것들이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칠레 콜차구아 벨리의 에밀리아나 꼬얌(Emiliana Coyam)은 역사와 전통을 지닌 구대륙의 유명 와이너리 출신은 아니지만, 청정 자연이 빚어낸 품질 좋은 다양한 포도(시라, 메를로, 카베르네 소비뇽, 카르미네르, 무르베드르 등)를 정성껏 블랜딩하여 만든, 차림새 단정한 유기농 와인입니다. 잘 익은 블랙베리 풍미와 쌉싸름한 초콜릿에 오크 숙성에서 오는 복잡미묘한 부케가 조화를 이뤄 꼴값하는 와인 꼬얌. 뼈대있는 집안 출신의 엄친아, 엄친딸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꼴값은 정해진게 아니니깐요.

<삼청동 쉐 시몽(Chez Simon) 오너 쉐프 심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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