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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밥상 - 파머스 테이블 카베르네 소비뇽 본문

7인 7색 와인투데이

농부의 밥상 - 파머스 테이블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비전 2013. 4. 29. 10:20


제 외할아버지는 농부셨습니다. 하도 어릴 때라 아련한 기억이지만, 평생 농사를 지으며 살아오신 할아버지의 거칠고 굵은 손마디 만큼은 생생한 이미지로 떠오릅니다. 제가 가는 날만 그랬던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외갓집 밥상에는 맛난 반찬들이 가득했습니다. 그래서 외갓집에 다녀오면, 살이 토실토실 오르곤 했죠. 할머니께선 손자의 입맛에 맞춘다고 일부러 소시지를 사다 계란 옷 곱게 입혀 지져 내시곤 했지만, 어린 제 입맛에도 밀가루 듬뿍 든 분홍색 소시지 보다는 직접 농사지어 재배한 재료로 만든 할머니표 반찬이 더 맛났더랬습니다.

원래 농부의 밥상에는 화려하진 않지만 맛난 것들이 참 많이 올라옵니다. 진정한 홈메이드로 가득찬 밥상이죠. 공장에서 찍어낸 천편일률적인 인공의 맛이 아니라, 만들 때마다 다르고 시간이 지나면 또 달라지는 그런 맛이 농부의 밥상이 가지는 매력이 아닐까요?

농부의 밥상처럼 화려한 풍미를 뽐내거나 하지는 않지만, 편안하게 그 어떤 음식과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 와인을 소개할까 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의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100%로 만든 와인으로 영어 이름은 파머스 테이블(Farmer's Table)입니다. 부드러운 타닌과 살짝 높은 산미, 그리고 다채로운 과일 풍미가 특징으로, 농부의 밥상에 어울릴만한 그런 와인입니다. 

홀짝 홀짝 와인과 함께 하다 보니, 손자에게 맛난 요쿠르트 한 병 먹이시겠다고 껍질을 벗겨주시던 모습, 당신 자리였던 따뜻한 아랫목을 손자에게 양보하시던 모습, 무뚝뚝하시면서도 감출 수 없었던 손자에 대한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이 그리워지는 밤입니다. 

<삼청동 쉐 시몽(Chez Simon) 오너 쉐프 심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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