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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 7색 와인투데이

알자스의 위겔 리슬링

와인비전 2013. 5. 25. 10:02


어제 오랜만에 와인까지 곁들인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와인을 좋아하는 분들과 함께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음식과 레스토랑의 분위기가 와인이 빠지면 무언가 허전한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50여 종의 와인을 오만원 균일가의 착한 가격에 판매한다는 말에 긴가민가 했는데 빽빽한 와인리스트에서 내 눈을 바로 사로잡은 와인이 있었습니다. 드라이한 스타일의 알자스 리스링을 좋아하는데 와인 리스트에 명가 위겔(Hugel)의 리슬링(Riesling)이 있는게 아닙니까? 주저 없이 선택했습니다. 비록 베이스 라인이기는 하지만 위겔의 품질 수준은 의심할 여지가 없고 무엇보다 가격이 믿을 수 없는 수준이었기 때문입니다. 레스토랑 가격이 오만원이라니. 와인숍에서의 가격이라 하더라도 좋은 가격인데...

리슬링은 정말 매력있는 와인입니다. 드라이한 스타일 외에도 세미 스위트, 스위트 등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죠. 또 다른 매력은 여타 화이트 품종과 달리 장기 숙성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좋은 리슬링이어야 하지만 10년, 20년 숙성된 리슬링의 깊은 향과 오묘한 풍미는 따라올 와인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매력은 가격이 엄청나게 저평가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전 세계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트렌디한 와인을 쫒다보니 리슬링의 수요가 많이 줄었기 때문이죠. 리슬링은 정말 좋은 와인이고 얼마 전까지도 그렇게 평가되었는데, 요즘의 젊은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부모 세대가 좋아하는 낡은 이미지의 와인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덕분에 좋은 가격에 즐길 수 있으니 리슬링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고마울 따름입니다.

알자스는 독일의 와인 생산지보다 훨씬 유리한 기후 조건을 갖고 있습니다. 좋은 리슬링을 생산하는 독일의 모젤(Mosel)처럼 햇볕을 찾아 가파른 언덕에서 힘들게 리슬링을 재배할 필요가 없습니다. 보쥬(Vosges) 산맥이 차고 습한 편서풍을 막아줘서 알자스의 가을 날씨를 시원하고 햇살 좋게 유지시켜 주기 때문이죠. 리슬링 포도가 잘 익는데 꼭 필요한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특별히 좋은 VT 나 SGN 등급의 와인을 제외하고 알자스에서는 당도가 낮은 드라이 리슬링을 만듭니다. 당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독일 리슬링과 다른 점이기도 하죠. 리슬링 품종 특유의 과일과 꽃 향기, 미네랄리티를 갖고 있지만 날카롭게 각을 세우는 독일의 리슬링 보다는 좀 더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줍니다.

위겔은 리쿠위르(Riquewhir)라는 아주 오래되고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아름다운 작은 마을에 수 세기째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드라이 와인으로 오늘 마신 베이직 등급인 클래식 외에도 좀 더 고급으로 트래디션과 쥬빌리 등급 와인을 만들며, 리슬링 외에도 게부르츠트라미너가 압권이라고 할 수 있죠. 아직 국내 와인 애호가들에게 익숙한 와인은 아니겠지만 가능하면 찾아서라도 마실만한 와인이라고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알자스 와인은 직접 여행하며 와인과 음식과 풍광을 같이 즐겨야 제대로 즐기는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르 끌로, Salon du Vin Seoul 대표 박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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