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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계의 프랑스 토종닭 - 라 비에 페르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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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계의 프랑스 토종닭 - 라 비에 페르므

와인비전 2013. 2. 4. 10:00


술 권하는 쉐프 심입니다. 오늘은 닭 얘기를 해볼까해요. 

닭 좋아하시나요? 닭이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기억들이 있으신가요? 저에게 있어서 닭은 모 연예인이 퀴즈 프로그램에서 닭을 닦이라고 썼다가 창피당했던 웃지 못할 해프닝과 쥐가 엉덩이를 파먹어도 모르다가 어느 날 픽 쓰러져 죽어버리는 멍청한 닭의 모습을 떠오르게 합니다. 특히 두 번째 기억은 충격적인데요, 자신의 뒤가 파먹히는지도 모르다가 죽음에 이르는 멍청한 닭. 

그런데 그런 닭을 국가의 상징으로 쓰는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프랑스 입니다. 라틴어 갈루스(gallus)가 닭과 갈리아족을 동시에 의미하고 있다는 이유로 닭은 갈리아족의 상징이 되었고, 프랑스의 상징으로 대접받으며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물론 멍청한 닭의 이미지가 아닌 용맹스런 싸움닭의 이미지로 말이죠.

2010년경 우연히 알게 된 라 비에 페르므(La Vielle Ferme)라는 와인의 레이블에는 늠름하고 당당한 닭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 당시 레스토랑에서 우리끼리 그 와인을 부를때 서로 알아듣기 편하게 '닭대가리'라고 불렀습니다. 재고조사를 할때면 이런 대화가 오갔죠. "닭대가리 2개 남았다." "네, 다음주에 발주하겠습니다." 

하지만 그 와인의 맛은 절대 닭대가리스럽지 않았습니다. 오크통을 쓰지 않아 깔끔한 맛이 일품이었고, 유기농 와이너리의 자연미가 듬뿍 담긴 맛, 시라와 그르나슈 블랜딩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그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우러지는 멋진 와인이었죠. 드넓은 농가에서 방목하여 키운 토종닭을 좁디좁은 양계장에서 키운 항생제 듬뿍 먹인 닭과 비교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죠. 라 비에 페르므(La Vielle Ferme)는 바로 와인계의 프랑스 토종닭입니다. 오늘은 깔쌈한 닭대가리 한 번 드셔보시죠. 

<삼청동 쉐 시몽(Chez Simon) 오너 쉐프 심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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