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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기 박사의 오미로제 정신에 대하여. 본문

와인 이야기

이종기 박사의 오미로제 정신에 대하여.

와인비전 2013. 2. 8. 10:30


10월 중순 유기농 오미자는 이미 수확이 끝났습니다. 수확 후 남은 오미자 열매에는 벌레들이 붙지 않습니다. 오미자 특유의 시고, 떫고, 쓰고, 맵고, 단맛은 벌레들의 접근조차 쉽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지에 매달린 열매는 벌레들의 공격도 받지 않은 채 그대로 말라갑니다.  



위와 같은 프리미엄 병에 담긴 오미로제는 100% 유기농 오미자로 만들어진 결실입니다. (보통 병에 담긴 오미로제는 친환경 오미자로 만들어집니다.)

2012년 핵안보 정상회의 특별 만찬주로 선정되기까지 이종기 박사의 오미로제 열정은 아티스트의 그것과 같았습니다. 국제회의를 치르는 나라로서 국빈을 모시는 자리에 정성껏 빚은 우리술로 그들을 맞이하였으면 좋겠다. 그렇게 해서 생각한 것이 식사의 시작을 알리는 건배주. 그리고 국제적 감각을 더해 색이 고운 스파클링을 생각해 냈습니다. 

샴페인처럼 포도를 주재료로 하기에는 우리 땅이 좋은 포도를 길러낼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았고 고민에 고민을 더한 결과 주재료는 오미자가 되었답니다. 건강에 좋은 슈퍼푸드이면서 고운 색을 내고, 어차피 샴페인이나 외국의 유명한 스파클링의 벽을 단박에 뛰어넘을 수 없을 바에야 절대적으로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었지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오미로제 2008. 스테인레스 발효와 2년의 오크 숙성. 그리고 다시 2년의 병 숙성 과정을 거칩니다.




기타 많은 인터뷰 자료에서 볼 수 있었던 이종기 박사의 오미로제 탄생의 과정은 굳이 다시 설명하지 않아도 될 터. 또한 오미로제에 대한 품평 자료 역시 여러 언론 자료를 통해서 칭찬 일색의 기사를 많이 봐 왔을 터. 

이번 3GO 역시 3GO가 아닌 'One GO'가 되어버린 관계로 살짝 비틀어 '수다쟁이 시골여자 GO'로 각색해서 정리해 보자면 인간의 순수 의지에 대한 무한 박수를 쳐 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종기 박사의 이야기 중 가장 가슴을 치는 이야기 두 가지. 

1. "지자체 장이 바뀔 때마다 지원 정도가 달라질 것을 우려해서 지차제의 도움을 먼저 요청하지 않았습니다."

2. "사실 오미로제의 최고의 단점은 버블에 있는데 기계가 열악해서 가스가 반은 새나가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알면서도 지금은 자금의 문제로 어쩔 수 없는 것이죠."

이 일을 왜 하느냐는 겁니다. 심지어 오미자는 유기농과 친환경 오미자만 사용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재료의 필요량을 맞추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닙니다. 오미자의 특성상 제대로 된 발효를 시키는 일 또한 쉬운 일도 아니었습니다. 단지 우리나라 대표술을 만들어 내고 싶었고, 그 술로 우리나라에 오는 손님을 맞이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올해 정상 회의 만찬주로 목표 한 가지를 이루어냈으니 이 술이 포도가 아닌 새로운 재료로 만들어진 한국의 명주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는 것이라고 합니다. 

옛적 영국 유학 당시 너희들 나라의 술을 소개해 보라는 과제에 인삼주를 소개했다가 "너희 나라는 술의 가치가 우리와는 다른 것 같다."는 조소어린 말을 듣고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고, 전통주의 맥이 끊어져 막걸리를 한국의 대표술로 세계에 내놓는 세태에 기막혀 하는 이종기 박사는 가장 한국적인 재료를 이용해 세계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형식으로 오미로제를 만들어 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형태은 세계적인 기준을 갖추되 내면은 우리의 전통을 담은 색다른 술을 만들어 냈다고도 말 할 수 있습니다. 

물질적 기준을 둔 계산이나 개인적 영달이 주 목적이 되었다면 쉽게 도전할 수도 없었을 것이고, 수많은 실패를 거듭하면서 계속된 연구를 통해서 지금과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오미자 역시 친환경 혹은 유기농으로 재배 된 것들만 이용합니다. 오미로제의 재료로 전량을 납품하는 오미자 농장의 대표는 한 번도 자신의 농산품을 공판장에 내 본 일이 없다고 합니다. 진심을 다 해서 농사지은 것들이 뭇 사람들에 의해서 의심을 사는 것 자체가 본인에게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기 때문이랍니다. 그렇기 때문에  땅을 살리려고 노력했고,  건강한 땅에서 건강하게 자란 오미자의 가치를 알아 본 이종기 박사의 오미로제의 재료로 본인의 농산물이 이용된다는 것이 최고의 보람이자 자부심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두 외곬수들이 만들어 낸 오미로제. 솔직히 오미로제의 낯선 향과 거칠고 씁쓸하게 남는 그닥 상쾌하지 않는 군내가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거슬렸습니다. 그러나 이제 첫 발자국을 뗀, 인간의 순수 의지가 만들어 낸 결과물의 가치에 대해서는 어떤 비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와인에 대한 가치 기준은 사람에 마다 다르게 갖고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갖는 와인의 가치는 전통이 깃든 문화가 담긴 술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와인 자체의 맛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 예를 들면, 그것이 만들어진 배경. 그것이 만들어진 곳의 자연 환경과 그것이 전통적으로 어떻게 즐겨져 온 것인가가 현재 그것이 갖고 있는 가치를 결정한다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와인 한 병에 담긴 가치는 단순히 포도 원액 750ml, 알콜 함량 13.5%의 단순 정의로는 불가한 것이 되지요. 



통신도 불량한 이 첩첩산중에서 만들어진 술이 좋은 시작을 보여주고 있으니 앞으로도 점차 성장하여 술 한 병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외곬의 노력과 우리의 문화가 더해져서 진정한 세계 명주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즐거운 글을 쓰는 村筆婦 백경화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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