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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회 테이스팅 세션 - 남부 프랑스로 초대합니다. 본문

테이스팅 세션

제 18회 테이스팅 세션 - 남부 프랑스로 초대합니다.

와인비전 2013. 8. 9. 13:43



- 즐거운 글을 쓰는 村筆婦 백경화


이번 시음회에 나온 와인들을 어떻게 정리하면 좋을까 하다가 보시는 바와 같이 소개될 와인이 화이트 2종, 로제 2종, 레드가 4종이니 화이트, 로제, 레드 순서로 각각의 순위와 함께 전체 순위를 함께 알려드리는 매우 복잡한 방법을 쓰기로 했습니다.

이번 시음기는 각 와인들의 캐릭터를 구축해내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두 가지 종류의 화이트와 로제는 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와인과 낮은 점수를 받은 와인을 비교해 보시고, 네 가지의 레드는 최고 점수 제출자와 최저 점수 제출자의 평가를 비교하여 정리했으니 이를 바탕으로 와인의 캐릭터를 추측해보시면 재밌는 시음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봅니다. 이하는 와인을 준비해 준 조쏘의 이달의 와인에 대한 소개 멘트입니다.

"프랑스 와인에서 새롭게 급 부상하고 있는 지역을 꼽으라면 론과 루아르 남부 프랑스를 들 수 있는데요, 지금부터 가격 대비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남부 프랑스 와인에 빠져보세요. 남부 프랑스 와인은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포도 재배 지역이면서도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는 스타일의 와인이 많이 생산됩니다. 프랑스 최대의 생산지이기도 하며 피레네 산맥에 둘러 쌓여있어 바람과 산, 물이 만나는 천혜의 자연 조건을 지녔습니다." 

"남부 프랑스 지역은 일조량이 좋아 까리냥, 시라, 무르베드르, 그르나슈 같은 토착 품종들이 잘 자라는데, 그중에 랑그독과 루시옹은 마시기 편한 레드 와인에서부터 오래된 고목에서 생산된 풍부한 과실향과 부드러운 탄닌을 잘 표현하는 고급 와인까지 다양한 종류의 레드 와인 생산지입니다. 더 아래 쪽으로 내려가면 남부 프랑스 와인의 꽃 프로방스가 있는데 랑그독과 루시옹이 레드 와인을 주로 생산한다면 프로방스는 로제 와인으로 아주 유명합니다. 이곳은 해양성 기후로 지중해의 감미로운 해풍과 함께 여름은 덥고 건조하여 포도 재배에 아주 이상적인 기후를 가지고 있으며, 특히 로제 와인이 많이 생산됩니다. 꼬뜨 드 프로방스와 방돌의 로제 와인은 밝고 투명한 빛깔과 향이 풍부하며 과일맛이 일품이고, 전체적으로 드라이한 와인으로 쌉사름한 느낌이 특징이기도 합니다."

자, 그럼 단순하고 평화롭지만은 않은 2월의 남부 프랑스로 가보십시다. 


1. 토크 에 클로쉐 오세아니크(Toques et Clochers Océanique) 2009

'2012 핵안보정상회의' 만찬주 사용, 샤르도네(Chardonnay) 100%



멤버 평점은 89점. 두 가지 화이트 중에 보다 점수가 좋았고 전체 평점은 5위였습니다. 전체적으로 산도가 좋다는 평과 함께 짭쪼레한 미네랄리티가 느껴진다는 평이 있었습니다. 산도에 대한 이야기로는 쓴맛을 남긴다는 평도 있었지만, 제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과일 향이 약해 무겁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시음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향은 레몬, 푸른 사과, 서양 배 등과 오렌지와 감귤 등의 시트러스 류도 보입니다. 

이런 와중에 제 시음지를 보니 과일이라고 적어 놓은 것이 '두리안'이네요. 결과를 놓고 '두리안'을 추측해 보건데 이스트와 빵, 비스킷 등등의 향과 들큰한 꿀 향과 함께 의견 중에도 있었던 아카시아와 흰 꽃의 향들이 섞이면서 무려 '두리안'이라는 과일을 떠올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실은 시음일 전에 선물로 받은 말린 두리안을 맛있게 먹고 난 이후, 한 동안 제게는 풍성한 풍미와 부드러움의 대표 맛이 말린 두리안이 되어버렸다는 개인적인 경험도 고백하는 바입니다.

시음지의 평가를 토대로 볼 때 이 와인의 특징은 복합적인 향을 가진 화이트 와인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2. 도멘 다르퓨이 로리지넬 블랑(Domaine d'Arfeuille l'Originelle Blanc) 2009.

포도나무 수령 100년의 마까베오(Macabeo) 100%


다음 화이트는 멤버들의 평점 86.6 점으로 전체 8위를 한 와인입니다. 이 와인의 가장 큰 특징은 미네랄리티와 낮은 산도라는 점으로 정리가 됩니다. 특히 미네랄리티를 지적하면서 뒤로 남는 쓴맛을 지적한 멤버들이 많았고, 다소 낮은 산도는 와인을 부드럽고 은은한 인상으로 남게 했지만 산도에서 오는 발랄하고 신선한 느낌을 저해했다는 의견으로 정리를 할 수 있겠습니다. 전체적인 와인의 인상은 단단하고, 둔하며, 닫혀 있는 느낌이라는 의견도 있었는데 이런 느낌 때문에 점수가 낮지 않았는가 생각해 봅니다. 



3. 샤또 라 불뜨 가스빠레 로제(Château La Voulte Gasparets Rosé) 2011

레뷰 드 뱅 드 프랑스(Revue de Vin de France) 선정 랑그독 Top 생산자. 그르나슈(Grenache) 50%, 무르베드르(Mourvèdre) 30%, 시라(Syrah) 10%, 까리냥(Carignan) 10%



멤버 평점은 89.2점으로 전체 3위. 두 가지 로제 중에서 다음 번 로제보다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드물게도(?) 멤버들의 점수차가 크지 않고 고르게 89~90점을 받은 와인이었습니다. 

이 와인에 대한 제 한줄 평은 '일반적인 로제 와인보다 묵직한 바디감에서 느낄 수 있는 구조감과 균형감을 갖춘 다양한 향을 가진 로제'입니다. 가볍고 발랄하게 느껴지는 붉은 과일향에 신선한 풀향과 더불어 매콤하게 느껴지는 스파이시가 진중함을 더했다고나 할까요? 이에 견과류와 미네랄리티를 느끼는 멤버들도 있었으니 다양한 향과 함께 너무 가볍지 않은 로제를 원하신다면 이 와인이 안성맞춤이지 않을까 합니다.



4. 샤또  프라도 로제(Château Pradeaux Rosé) 2011

프로방스 그랑 크뤼(Provence Grand Cru) 방돌(Bandol) Top 생산자. 무르베드르(Mourvèdre) 95%, 그르나슈(Grenache) 5%.


멤버들의 평점은 87.5점으로 7위의 와인입니다. 앞서 나온 로제와의 평점 차이는 약 2점 정도 나는데 공통적으로 점수가 낮은 부분은 여운과 컴플렉시티입니다. 상큼한 딸기향이 발산되면서 상쾌한 느낌을 주는 와인인데 정작 마셨을 때에는 단순하게 느껴집니다. 이후 여운의 길이도 짧다고는 할 수 없지만, 와인이 주는 향과 맛이 내는 여운이라기보다 조미료의 감칠맛 같은 느낌의 여운이라는 표현을 쓰신 분도 있었습니다. 즉, 목넘김 이후의 느낌이 첫 느낌에 비해 상쾌하고 기분 좋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이해할 수 있을 듯 합니다. 



5. 샤또 드 까즈뇌브 르 록 데 마떼 픽 쌩 룹(Château de Cazeneuve Le Roc des Mates Pic Saint-Loup) 2006. 

콩구르 몬디알 드 브뤼셀 실버 메달(Concours Mondial de Bruxelles Silver), 레 메이에르 뱅 드 프랑스(Les Meilleurs Vins de France) 2010  16/20 points. 시라(Syrah) 80%, 그르나슈(Grenache) 20%. 



멤버 평점 91.5점으로 레드 와인 1위이면서 전체 1위인 와인입니다. 이미 화이트와 로제를 보셔서 아실테지만 전체 순위 상위권인 1, 2, 3위는 모두 레드 와인입니다. 

잔에 따르고 향을 맡은 다음 한 모금 마시고 난 뒤에 느낀 첫 느낌은 아주 단단하게 응집되어 있는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단단한 것들이 풀어지고 나면 그 안에서 다양한 요소요소들이 슬슬 오랫동안 풀려나올 것 같다는 기대를 주는 와인이더군요. 이 와인에 각각 94점과 93점을 준 멤버 둘의 시음 노트를 보니 공통적으로 인텐시티에 만점(15점 만점)을 주었으며, 가장 낮은 점수인 89점을 준 멤버의 경우에도 다른 부분에 비해 인텐시티에는 14점을 주었습니다.

높은 점수를 준 멤버로서 인텐시티에 대한 그의 의견을 살펴보면 "첫 맛에 느껴지는 강렬함, 맛과 구조감이 모두 강렬하다. 한 마디로 진해서 약간 부담스러운 정도."라는 의견이 있고, 가장 낮은 점수를 준 멤버의 의견은 "피 비린내 같은 느낌, 당도와 산도가 강해서 거칠게 느껴지며 맛과 향에서 조화스럽지 않은 면이 있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위의 두 의견과 같이 이 와인은 두꺼운 탄닌과 강한 산도를 가졌으며, 이러한 이유로 초반에는 단단하고 틈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점 때문에 시음자들은 이 와인을 궁금해하기 시작했으며 집중했습니다. 이 와인에 대한 결과를 도출해 내는 시간이 가장 오래 걸렸다고 기억됩니다. 

당시 시음에 함께 참여했던 김주완 소물리에의 경우에도 이 와인에 높은 점수를 주었습니다. 그의 테이스팅 노트에 있는 기록들을 보면 특히 아로마와 플레이버 부분에서 처음에 정리한 내용에 추가적으로 많은 내용들이 더해진 것을 확인해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읽을 수 있는 한계에서 확인해 본 결과 검은 과일, 프룬, 건조 체리, 검은 후추, 흰 후추, 클로버, 시나몬, 감초, 머스크, 가죽, 오크 등등... 이후에도 전에 없이 활발했던 멤버들의 의견으로는 먼지, 흙, 커피와 동물성 향까지 레드 와인에서 나올 수 있는 향들은 거의 다 나온 듯 합니다. 하지만 높은 산도에 비해 기대되는 과일의 풍미는 약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최저 점수를 낸 멤버의 피 비린내 같은 느낌과 최고 점수를 낸 멤버의 동물성 향은 아마도 이 와인에 대한 같은 느낌의 다른 표현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무언가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는 와인은 그렇지 않은 와인보다 더욱 극적이고 다양한 의견을 내게 해주며, 이런 의견들이 모이고 조합되면서 지난 시간에 느꼈던 와인에 대한 인상을 더욱 확실하게 해 줍니다. 뿐만 아니라 경험해 보지 못한 와인일지라도 와인의 캐릭터를 연상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6. 샤또 프라도 루즈(Château Pradeaux Rouge) 2007

프로방스 그랑 크뤼(Provence Grand Cru) 방돌(Bandol) Top 생산자. 무르베드르(Mourvèdre) 95%, 그르나슈(Grenache) 5%


 

위의 두 종류의 로제 와인에서는 다른 로제에 비해 낮은 점수를 받은 메이커의 와인입니다만, 레드의 경우에는 멤버 평균 91.4점으로 평균 2위, 그리고 레드 와인 순위에서도 2위를 한 와인입니다. 

사실 저는 1위를 한 와인 뿐만 아니라 이날 시음한 레드 와인이 대부분 풀 바디에 강한 탄닌과 두껍고 진한 질감이 느껴졌기 때문에 좀 지쳤다고나 할까요? 시음 순서로 봤을 때 1위를 한 샤또 드 까즈뇌브(Château de Cazeneuve) 이후에 이 와인을 시음했기 때문에 두 와인을 서로 비교해 본다면 진한 풀 바디 와인이라는 스타일은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 와인의 경우엔 앞선 와인보다 탄닌이 훨씬 강했으며 그에 비해 여운은 짧았습니다. 김주완 소믈리에의 경우에는 전 와인에 비해 집중도가 좋은 와인은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을 냈고, 이에 퀄리티에 대한 입장이 크게 엇갈리는 것 같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비록 앞선 와인과 평점은 0.1점 차이지만 멤버들의 시음 노트 중 격차가 큰 노트를 살펴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평균적인 의견과는 다르게 샤또 프라도 루즈에 보다 좋은 점수를 준 멤버는 전 와인인 샤또 드 까즈뇌브에는 90점을 주었으나 이 와인에는 94점을 주었습니다. 이 멤버의 경우 샤또 드 까즈뇌브에는 '검은 과일의 맛과 향, 어두운 느낌'이라는 기록을 남긴 반면, 샤또 프라도 루즈에서는 '블랙 체리를 비롯한 농축된 과일맛, 허브, 나무, 고수' 등의 기록을 남기는 등 훨씬 다양한 향을 찾아내며 발란스와 컴플렉시티, 인텐시티 등의 부분에서 보다 높은 점수를 주었습니다. 

전 와인보다 각각 -5점, -8점의 점수를 준 멤버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전 와인보다 과일향의 캐릭터가 더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으며, 잇몸과 혀에서 느껴지는 강하고 떫은 탄닌이 오래 지속되는 경향이 있어 발란스가 좀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의견을 보였습니다. 쇠와 피의 풍미가 느껴진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7. '베'드 부뜨낙('B' de Boutenac) 2007. 

콩쿠르 데 그랑 뱅 드 프랑스 드 마꽁 골드(Concours des Grands Vins de France de Mâcon Gold) 수상. 그르나슈(Grenache) 50%, 까리냥(Carignan) 40%, 시라(Syrah) 10%



멤버들의 평점 89.2점으로 전체 와인 순위와 레드 와인 순위 모두 3위를 한 와인입니다. 시음 순서상으로는 레드 와인 중 첫 번째로 등장한 와인입니다. 이 와인에 대한 제 평은 '시원한 허브향이 돋보이는 캐주얼한 와인' 입니다. 저는 평점과 비슷한 89점을 주었고, 이 와인의 최고점은 94점이며 이외에 90점대를 준 멤버는 최고점 포함 네 명입니다.

94점을 준 멤버는 이 와인을 '발란스가 매우 뛰어나고 적절한 산미와 과일의 농축미. 향기로운 스파이시와 젖은 낙엽 향이 뛰어난 와인'이라고 평했습니다. 높은 점수를 준 멤버의 의견 중에는 '부드러우며, 힘이 있고, 우아하나 토속적이다.'라는 표현이 있는데, 토속적이라는 것은 '세련되지 못하고 거칠다'라는 또 다른 표현일까요? 이 멤버의 해당 부분의 점수를 보니 만점에서 2점이 빠진 점수입니다. 

이 와인은 컬러로 짐작할 수 있듯이 위의 두 레드 와인보다는 부드럽고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이라는 총평이 있었습니다.



8. 마스 줄리앙(Mas Jullien) 2008

파커 포인트 95점. 무르베드르(Mourvèdre) 40%, 까리냥(Carignan) 30%, 시라(Syrah) 25%, 그르나슈(Grenache) 5% 

 


순서상으로는 마지막이었고 순위도 레드 와인 중에는 4위, 전체 평균 순위로는 6위인 이 와인의 멤버 평점은 88.3점. 이 와인에 90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준 멤버는 세 명. 이 중 한 멤버의 경우에는 레드 와인 중 최고의 점수이면서 이날 시음한 여덟 병의 와인 중 최고 점수를 줬지만, 시음 노트에는 그 이유가 밝혀져 있지 않아 의견을 소개할 수 없음을 매우 안타깝게 여기는 바 입니다. 그러나 나머지 두 멤버의 변을 정리해 보면 '매우 농축된 과일향과 맛이 지배적이며, 첫 향은 거부감이 들었으나 잠시 시간을 들인 후 온도를 높여 스월링하면 향이 부드럽고 좋아진다.'는 의견입니다. 

이렇게 보면 이 와인이 90점 이상의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위의 두 와인에서는 부족하다고 지적되었던 농축된 과일 풍미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낮은 평점을 받은 이 와인은 가장 점수의 비중이 높은 발란스와 구조감 등에서는 낮지 않은 점수를 받았으나 시음자들의 정서적 측면에서는 점수를 얻지 못했다는 것이 크게 느껴집니다. 멤버들의 시음 노트의 각 부분별 멘트의 처음은 좋게 시작하지만 공통적으로 글의 마무리는 '~ 그러나 좋지 않은 느낌이다.'로 끝이 나니 와인이라는 것이 수학적으로 계산된 비율이 어느 정도 수준이 되어도 결국 인간의 정서를 움직이지 못하면 박한 점수를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예가 아닌가 합니다. 마치 몸매도 뛰어나고, 이목구비도 매우 아름답지만 다른 사람에게 비춰지는 인상이 안 좋으면 비호감이 되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런데 이 와인, 로버트 파커는 95점을 줬네요. 로버트 파커 스타일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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