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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스팅 세션

제 19회 테이스팅 세션 - 자연주의 와인들

와인비전 2013. 10. 4. 09:14



자연주의 와인은 단순히 화학 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 하는 방법으로 생산해내는 와인입니다. 포도 나무의 가지를 치거나 포도를 수확할 때에도 천체의 변화에 맞춰서 하고, 해로운 동물이 포도밭에 출현을 하면 약을 놓기 보다는 그 동물의 사체를 태운 재를 뿌려서 접근의 재발을 막는 등의 방법을 쓴다고 합니다. 자, 그럼 여덟 가지의 자연주의 와인들을 보시겠습니다.

  

1. 다미안

"이 와인을 생산하는 다미안 포드베르식(Damijan Podversic)은 내추럴 와인(Natural Wine)의 생산을 위해 고군분투 합니다.  그는 연간 23,000병을 생산하며 와인 생산에 꼭 필요한 것들로만 와이너리를 이끌어 가는 미니멀리스트라고도 합니다. 그가 생산하는 와인들은 지극히 주관적인 와인들이어서 많은 논란을 일으키며, 바이오 다이나믹 농법과 천연 효모를 사용한 와인을 생산합니다. 기본적으로 2년의 오크 숙성과 2년의 병 숙성 과정을 거친 후 출시를 하는데 그가 만들어 낸 화이트 와인은 흡사 레드 와인 같습니다."

(http://blog.naver.com/winevision/182923290 7인 7색 와인 중 조쏘의 선택 중에서 발췌.)



신기하기 그지없었던 와인이라고 한 마디로 정의 내릴 수 있겠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처음에는 '샤또 무사르 화이트' 같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이런 생각이 든 까닭은 '샤또 무사르 화이트'에 대한 제 기억이 '전에 없던 특이함'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선 향에서는 일반적인 화이트 와인에서 느낄 수 있는 산뜻함이나 청량함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탄닌과 무거운 바디감에 당황스러웠으며, 견과류의 맛과 산화된 것 같은 독특한 향, 그리고 매우 농축적이며 파워풀하다는 인상이 강했습니다. 

어떻게 화이트 와인을 '이 따위'로 만들 수 있냐며 이 와인이 갖고 있는 맛의 포인트가 무엇인지 몰라서 처음에는 85점.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향이 점점 풀리면서 복합적인 향들을 풀어내기 시작하는데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모습에 놀라며 89점 - 91점 - 96점까지 점수의 변화를 주었던 와인이기도 합니다. 세션 멤버들의 평점은 88.9점. 멤버들도 이 와인을 처음 접했을 당시의 점수와 시간이 지나면서 점수의 차이가 매우 컸습니다만 다른 와인들과의 형평성을 위해 처음에 매긴 점수를 기록합니다.  

처음에 느꼈던 맛과 향은 견과류와 나무껍질, 오크, 꿀 등의 무거운 향이 지배적이었으나 점차 가느다란 꽃 향이 지속적으로 발향되면서 복합적인 붉은 과일 향과 더불어 오렌지 향, 캬라멜 향까지 더해지면서 향의 집합체 같았던 와인이라는 것이 멤버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포도의 품종은 이탈리아 프리울리의 고리지아 지역의 토착 품종인 Kaplja 입니다. 

※ 밑의 와인부터 와인에 대한 대략의 설명은 조수민 소믈리에의 정리입니다.


2. 딜리어 카데

"알자스 비오디나믹 인증을 받은 10개의 도멘 중 하나로 게부르츠 트라미너에서 출중한 맛을 보인다. 마르셀 다이스가 리슬링의 선두주자라면 게부르츠에서는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



눈으로도 느낄 수 있는 반짝이는 산도와 폭발적으로 피어오르는 꽃향기와 단맛이 이 와인에 대한 첫인상입니다. 멤버들의 평점은 92점. 향과 맛을 기준으로 알자스나 독일 와인일 것이라고 짐작하는 다수의 멤버가 있었으며, 입 안을 자극하는 매콤한 기운을 느낀 멤버는 일찍부터 품종을 유추해내기도 했습니다.

단향과 좋은 균형을 맞춘 산미. 그리고 알콜 도수가 꽤 높을 것으로 예상이 되는, 전체적인 균형감이 훌륭한 와인이었으며 길게 이어지는 여운에서는 꽃과 과일류의 향이 길게 남아 와인이 신선하게 느껴진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첫 번째 와인보다 접근이 쉽고,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이었습니다.   


3. 띠보리제 벨에어 물랭 아 방

"한국에 내한했을 때 그의 세미나를 들었는데 하늘과 바람과 땅과 물의 주기에 따라 모든 포도를 재배하고 전통 방식에 따라 양조한다고 한다. 물랭 아 방은 오래된 갸메로 좋은 구조와 풍미를 보여준다." 


 

멤버들의 평점은 91.4점. 이 와인의 첫 향은 굉장히 다양한 향들이 농축된 느낌으로 처음에는 매캐한 합성 화학물의 냄새 같이 느껴졌습니다. 처음 마셨을 때에는 강한 산도를 느꼈고, 농축된 듯 느껴지는 향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매우 맑은 느낌의 질감을 갖고 있는 와인이었습니다. 첫 맛으로는 입 안이 상쾌할 정도의 민트 향을 느꼈으며 이 역시 향에서 느껴지는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에 좋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한 멤버는 철분 향과 흙내로 기대가 없었으나 마셔보니 느낌이 좋았다며 향과 맛에서 느껴지는 이질적인 느낌을 이 와인의 개성이라 표현했습니다. 매끈한 질감과 풍부하게 느껴지는 붉은 과일류의 향으로 북부 론을 짐작하는 멤버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가메라고 하면 대번에 떠오르는 '자두맛 캔디'의 가벼운 향이 아닌 복합적인 풍미를 가진 와인이라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보졸레 누보에서의 가메의 이미지가 보졸레 빌라주에서 한껏 상승했다면 이 와인에서는 가메의 새로운 차원을 느꼈다고 해야 할까요? 

블랙 체리와 블랙 커런트의 검은 과일류를 비롯해 자두의 신선함과 새콤함, 잘 숙성된 와인에서 나는 나무향, 감초, 제비꽃 향에 스파이시함과 약간의 미네랄도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물랭 아 방입니다. 


4. 필립 파칼레


"마르셀 다이스의 조카로 이미 비오디나믹 부르고뉴의 탑 생산자. 로마네 콩티에서의 스카우트 제의를 거절하고 프리외레 록 양조 마스터와 르로와 등에서 꾸준히 내공을 쌓아 현재는 자신의 도멘을 유지."   


 

와인의 베일이 벗겨질 당시 역시 필립 파칼레라는 탄성이 나왔던 와인입니다. 멤버들의 평점은 93.8점이고, 제 점수는 96점입니다. 

이 와인에 대한 제 첫 인상은 유산균 발효 향과 더불어 장미향과 제비꽃 향이 맡아진다고 느꼈습니다. 필립 파칼레 이전의 다른 와인들도 균형감이 훌륭했지만 이 와인에는 균형감에 만점을 주었습니다. 꽃 향기, 과일 향기와 더불어 잘 어우러진 숙성된 향을 저는 유산균 발효 향이라고 표현했지만 '술 향' 혹은 '(총각)김치 향'이라고 표현한 멤버들도 더러 있었습니다.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이 숙성 향이 산미와 더불어 와인을 매우 신선하게 느낄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에서는 멤버들 모두 동의했습니다. 

붉은 과일류와 신선한 채소 향. 그리고 와인을 신선하게 느끼게 해주는 숙성 향과 이 향들의 바닥에서 서서히 올라오는 나무의 향 등 서로의 의견을 발표하는 시간에는 익숙하면서도 독특한 느낌을 주는 이 와인에 대한 긍정적인 평이 활발하게 오고 갔습니다.  


5. 샤또 르 퓌

"샤또 르 퓌는 신의 물방울 마지막 사도로 등장해 많은 인기를 얻었지만 사실 350년간을 유기농과 비오 시스템으로 양조된 와인!"



잔에 따라진 와인이 안정되었을 때에는 균형감의 문제를 느끼지 못했지만 첫 인상은 산도가 튄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찌꺼기가 상당해 와인은 탁해 보이기까지 했으며 이 와인에서 ‘넌 필터링’ 된 ‘바이오 다이나믹’ 와인이 오늘의 주제가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습니다. 한 멤버의 경우에는 향의 강도가 너무 강해 첫 인상에서 부담이 된다는 의견이 있을 정도로 향이 강했습니다. 제 경우 첫 향에서 감칠맛이 도는 새콤한 향에서 토마토 소스, 우스터 소스 등을 연상하기도 했습니다.  

섬세하지만 단단하게 잘 짜여진 구조감과 신선함을 지속시켜주는 긴 여운을 특징인 이 와인의 멤버 평점은 92점. 


6. 마르쿠 샤토네프 뒤 파프

"마르쿠는 론 지역 아주 유명한 비오 와인 생산자이자 여성 와인 메이커로 굉장히 섬세한 와인을 만들며 철저한 비오 와인으로 골격이 좋으면서도 우아한 느낌이 인상적인 비오 와인."



매우 부드럽고, 섬세한 와인이었지만 구조감에서는 매우 강건하다고 느꼈던 와인이었다고 기억이 됩니다. 시음 노트에는 일반적인 시음 결과 뿐만 아니라 각 와인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을 간단하게 적어 놓는데  이 와인은 매우 단호하게 '강건'이라는 메모가 보입니다. 멤버들의 평점은 92.3점. 저 역시 92점의 점수를 줬습니다.  

와인의 강건한 구조감의 원인이 강한 탄닌이라고 한 의견이 많았듯이 부드럽지만 강하게 잇몸을 조여오는 탄닌은 이 와인의 매력이자 특징입니다. 소나무와 삼나무 등 숲을 연상시키는 상쾌하면서도 쾌적한 느낌을 주는 향과 미세하게는 구운 과일과 캬라멜에서 나는 단향, 누룩의 향 등은  부드럽지만 강한 탄닌과 더불어 인텐시티를 강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으로 정리가 됐습니다. 


7. 레옹 바랄

"샤또 마고와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더 좋은 평가를 받았던 포제르의 비오디나믹 와인. 농축미와 풍미가 아주 인상적인 와인."



이날의 와인들이 대부분 그랬듯이 첫 향이 농축되어 있어 매우 집중해서 와인을 관찰하게 됩니다. 이후 입으로 한 모금이 들어오자 향의 깊이가 느껴지면서 서서히 고유의 향들을 풀어냅니다. 큼큼하게 나는 치즈에서 맡을 수 있는 발효 향과 동물성 냄새. 말린 열매들에서 나는 깊이 있는 단 냄새와 한약재의 향과 흙 향 등 복잡한 향들, 그리고 이와 같은 향들이 만들어 내는 듯한 농축된 질감. 시간이 지날수록 농축된 향이 발향되면서 깊이가 느껴지는 와인이었습니다. 

멤버들의 평점은 94.6점. 저는 이날의 최고점인 98점을 줬습니다. 저를 제외하고 이 와인에 95점 이상의 고득점을 준 멤버는 총 여섯 명. 심지어 100점을 준 멤버도 있었습니다. 이미 지난 세션 때 개성이 있으면서도 품질도 우수한 남프랑스의 와인을 시음했었지만 대중에게 품질의 우수성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지역의 훌륭한 와인을 만날 때마다 항상 놀랍습니다. 인터내셔널 품종이나 유명 와인의 이름에 갇혀 그 외의 지역의 와인들은 선택에서 제외시켜 버리는 와인 소비 패턴이 이런 와인들을 우리 시장에서 찾아 보기 힘들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생각을 하니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8. 페레 로즈 끌로 시라 

"남불 와인에서 마를렌 소리아를 빼고 얘기 할 수 없을 정도로 최고급 쉬라를 만든다. 비오 인증을 획득한 1999, 2000, 2001년은 숙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생산을 멈춤. 와인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 생산자이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이 날의 최고득점 와인으로 멤버 평점은 95점입니다. 찌꺼기가 상당해 와인의 색깔은 탁해 보이지만 향과 맛에서는 매우 섬세한 와인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잔잔하게 지속되는 여운으로 공들여서 만든 와인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에 대해 '웅장한 울림'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멤버의 메모도 보입니다. 스파이시한 풍미와 자두향. 검은 과일류의 향. 오크를 비롯한 신선함을 풍기는 나무류의 향들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다양한 풍미가 느껴집니다. 특히 이 와인의 향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산림욕장의 '피톤치드' 를 언급하는 멤버들이 많았으니 이로써 와인의 성격을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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