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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레스토랑에서 평범하게 즐기기를 바라며 - 파토이 브루넬로 리제르바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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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레스토랑에서 평범하게 즐기기를 바라며 - 파토이 브루넬로 리제르바

와인비전 2013. 5. 11. 11:50


저는 이제껏 수 없이 많은 와인을 마시거나 테이스팅 했습니다. 하지만 그 중 가장 많이 마신 와인을 꼽는다면 압도적인 차이로 파토이 브루넬로 리제르바(Fattoi Brunello di Montalchino Riserva)를 들 수 있습니다. 런던에서 근무하는 5년 동안 줄 잡아 500병은 마신 것 같군요. 

회사 근처에 나폴리 출신의 주인이 30년 이상 같은 자리에서 경영하고 있던 로제타라는 자그마한 이태리 식당이 있었습니다. 메뉴는 거의 가정식이라고 할 만한데, 제 입맛에는 이태리 현지의 맛에 가장 가깝게 여겨져서 제 단골이 되었죠. 매주 두 세번은 꼭 들르는 식당이었고 그 때마다 파토이 브루넬로 리제르바를 시켰으니 500병이 과장은 아니라고 봅니다. 파토이 브루넬로도 좋았지만 저는 좀 더 깊은 맛을 내는 리제르바를 더 선호했습니다. 단골이다 보니 주인장이 싸게 주기도 했지만 가격도 5만원대여서 부담이 크지 않았죠.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는 1980년에 이태리 와인들 중에서 최초로 DOCG등급을 받은 명품와인으로 꼽힙니다. 미국에서 특히 인기가 있다보니 가격도 상당히 높은 편이죠. 당연한 현상이겠지만 DOCG등급을 받을 당시엔 생산자가 50여곳이었는데, 지금은 200곳이 넘는 생산자가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품질에도 편차가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와인을 전문적으로 공부하면서 많은 브루넬로 와인을 마실 수가 있었습니다. 물론 몇몇 유명한 브루넬로는 파토이 보다 좋았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많은 브루넬로가 파토이 보다 못했고, 가격과 품질을 비교한다면 파토이가 어느 와인보다 우수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파토이는 자그마한 패밀리 와이너리입니다. 아버지와 아들들이 와인을 만들고 있는데 로쏘(Rosso)와 브루넬로(Brunello)를 합해서 5만병 남짓한 규모입니다. 브루넬로 리제르바는 고작 3,000병 내외만을 생산합니다. 포도도 최상의 품질 만을 골라내서 리제르바에 사용하죠. 오크 숙성 3년을 포함해서 최소 5년 이상 숙성해서 시장에 내어 놓습니다. 이처럼 희귀 명품 와인의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런 명품 와인을 평범한 레스토랑에서 평범한 식사를 하면서 즐겼던 것입니다. 음식과 함께 하기에 더없이 좋은 와인이었는데… 서울에서도 아무 부담 없이 브루넬로 리제르바를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수 없이 많은 이태리 레스토랑들이 음식 맛을 뽐내고 있지만 서울에서는 아직 불가능해 보입니다. 좋은 브루넬로 리제르바를 레스토랑에서 즐기려면 적어도 20만원은 들지 않을까요? 저는 서울에서도 편안한 가격으로 파토이 리제르바를 즐길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일이 가능해질 수 있게 하기 위해 오늘도 머리를 짜내고 있습니다.


<르 끌로, Salon du Vin Seoul 대표 박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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