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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또 금요일이 왔네요. 며칠전 홍대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페xxx라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쉐프님께서 프로슈토가 들어왔다고 해서, 프로슈토를 주문한 후 버섯샐러드와 피자를 하나 시켰습니다. 역시 와인이 없으면 섭섭할 것 같아서 와인리스트를 보자고 했더니, "와인리스트를 수정 중인데 이것 한 번 드셔보세요!" 하시면서 '하시엔다 로페즈 데 하로(HACIENDA LOPEZ DE HARO) 크리안자 2008'을 추천하시더라고요. 이 레스토랑에서는 3만원대의 가격으로 팔고 있었습니다. 와인을 받아서 마실려고 하는데, RP 91점 스티커가 딱 붙어있더라고요. '세상에나 로버트 파커 91점 와인이 어떻게 식당에서 3만원대에 팔리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거 RP 91점 맞는건가?' 일단 마셔보기로 ..
사람들 손에 들려진 테이크 아웃 1회용 커피잔, 이제는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되었습니다. 더 이상 그들 혹은 그녀들을 된장 취급하지도 않습니다. 원두커피 시장이 그 만큼 성장했다는 반증이기도 하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커피 시장의 주류는 커피 믹스입니다. 그러다 보니 커피 믹스 제품에 대한 경쟁도 치열해졌습니다. 합성품이 아닌 천연재료를 넣었다고 강조하는 제품부터 면역력을 높여주는 기능성 제품까지 다양한 제품을 통해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습니다. 커피믹스를 처음 발명한 것은 한국입니다. 간편하고 빠르게 마실 수 있다는 장점이 한국인에게 어필하게 된 것이죠. 커피 믹스는 말 그대로 커피, 설탕, 크리머가 한 봉지안에 섞여있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 재료들이 마구잡이로 섞여있는 것은 아닙..
이번 주는 보르도의 2012 빈티지 앙프리머 주간이었습니다. 보르도의 수많은 와인들이 오크통 숙성되지 않은 2012 빈티지를 선보이며 평가를 받는, 와인메이커들에게는 연중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입니다. 저도 처음으로 참석해서 수 없이 많은 와인을 테이스팅했습니다. 나흘 동안 줄잡아 500개 이상의 와인을 맛본 것 같군요. 아직 병입되려면 일년 반에서 이년은 있어야 하는 앙프리머 와인을 테이스팅하는 것은 그리 즐거운 일이 아닙니다. 2009년과 2010년에 일부 그랑 크뤼 앙프리머를 테이스팅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그 와인이 그 와인 같아서 앙프리머 테이스팅으로 와인을 평가하는 것이 정말 가능한 일인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수없이 많은 와인을 테이스팅하다 보니 그중에서 특출나게 좋아보이는 와..
얼마 전 칠레를 다녀온 지인을 만났습니다. 촉박한 일정과 긴 비행시간으로 많이 힘들었나 봅니다. 다시는 갈 일이 없을 거라고 확언을 하시네요. 인천 국제공항에서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칠레 산티아고 국제공항까지는 비행시간만 30시간, 기내에서 4끼를 해결해야 할 만큼 칠레는 먼 나라입니다. 하지만 제게 칠레는 고단한 여정 보다는 때묻지 않은 자연, 맑은 하늘과 깨끗한 공기, 어마어마하게 많은 별을 보았던 아름다운 밤하늘로 기억되는 나라입니다. 칠레에는 친환경 와인재배를 실천하는 와이너리가 유독 많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코노 수르도 친환경 와인을 생산하는 칠레의 대표적인 와이너리입니다. 원주민 언어로 '안개 낀 계곡'을 뜻하는 콜차과 밸리(Colchaqua Valley) 침바롱고(Chimbarongo)에 위..
"흡~흡~ 공기를 입으로 불어넣어! 그래 흐으읍~ 하면서 마시라고!!!" 눈 감고 집중하고! 향을 잘 느껴봐! 벌써 오랜시간이 흘렀네요. 와인을 알게된 것이... 저는 종종 코스트코에서 저렴한 와인을 사먹곤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당시 와인과 관련된 일을 하던 한 친구와 종종 와인도 마시곤 했습니다. 어느날, 짠 하고 와인을 마시는 도중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흡~ 흡~ 하고 공기를 입으로 불어넣어보라고!" 이게 뭔 소리인가.. 아무튼 정석을 가르쳐준다니 따라했습니다. "흡~" 하고! 입으로 와인이 흐르더군요. 그래도 끈질기게 강요하더군요. 눈을 감고, 집중을 하고! 베리, 오크, 초콜릿향 등이 강하게 느껴지더군요. 그러다 갑자기 전율같은 것이 왔습니다. 보통 애호가들에게는 모두 '첫사랑'같은 ..
얼마 전에 형과 함께 동네 언덕 너머 곱창구이집에서 곱창과 대창을 먹었습니다. 맛있었습니다. 알고보니 그 집이 서울에서 소문이 자자한 곱창구이집이더라고요. 저는 집 근처인데다가 그만한 집이 드물어서 자주 갔었던 것 뿐인데 말이죠. 그런데 곱창을 먹으면서 한 가지 아쉬었던 것은 와인이 아니라 소맥을 곁들였다는 사실. 곱창 뿐만 아니라 술이 매상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한적한 가게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들락날락 하는 곳이라 쉽게 와인을 가져갈 수 없었기 때문이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집에서는 곱창과 와인을 함께 먹어본 적이 없었어도 다른 곳에선 곱창에 와인을 곁들여 마셔본 적이 있었습니다. 곱창과 잘 어울리는 와인은 무엇일까요? 일단 풍미가 강한 육류이므로 화이트 와인보다는..
토요일을 반납하고 숙명 호스피탈라티 경영 전문대학원에서 와인을 강의한 지도 이번 학기로 6학기째로군요. 가끔은 주말에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지만, 열정에 가득 찬 학생들을 만나볼 수 있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큰 즐거움이죠. 특히 봄 학기 영어 클래스에서는 다양한 국적과 문화를 가진 학생들과 만나게 됩니다. 오늘 소개할 와인은 지난주 수업에서 학생들이 유독 좋아했던 2009 도메인 페블리 뉘 생 조르주(Domaine Faiveley Nuits-Saint-Georges)입니다. 도메인 페블리는 1825년 설립된 이래 부르고뉴 지역에서 가장 큰(115ha) 도메인, 최고의 와인을 생산하는 도메인 중의 하나로 알려졌습니다. 기존의 페블리 와인들은 구조가 강건하고 타닌이 단단했던 반면, 2007년부터 ..
초등학교 때 백일장을 나간 적이 있다. 그때 운문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었다. 꽤 큰 대회였고, 대상은 교육감상이었는데 수상식도 화려해서 수상자들이 아주 큰 강당에서 수상식을 한 번 하고, 학교 조회 시간 때 구령대에서 상을 또 받고 그랬었다. 당시 상을 받고 나서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그 이유라는 것이 너무 엉뚱했다. 대상은 운문과 산문을 합한 최고의 상이었는데 수상작이 초등학교 2학년 남자 아이가 쓴 단 2행짜리 시라는 점이었다. 내 시는 기억도 안 나는데 대상작은 지금도 기억이 나는 걸 보면 엄청난 충격이었던 것이 확실하다. 잠깐 소개해 보면, 무엇을 써야할 지 생각이 나지 않아 연필만 꼭꼭 씹고 있다. 요렇게 달랑 두 줄이었다. 대상 작품이 발표가 난 후 어찌나 화가 났던지 어린 마음에 혹시 이 대..
한때 쉐시몽 앞, 작은 공간에 비옥한 흙을 공수해 차곡차곡 깔고, 거기에 청양고추 모종을 심어 텃밭을 일군적이 있었습니다. 농약을 안뿌리고 고추농사를 짓는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을 자주 들었지만, 레스토랑 앞에서 키우는 고추에 농약을 뿌린다는 거 자체가 불가능했기에 자연스럽게 농약 없이 키워 보았습니다. 첨엔 이름 모를 잡초 마냥 멋대가리 없이 자라더니, 어느 새 파란 고추가 듬성듬성 매달리기 시작하더군요. 음식을 만들다가 고추가 필요하면 문을 열고 잠깐 나가서 고추를 따서 바로 씻어서 파스타의 매운 맛을 내기 위한 용도로 사용하였습니다. 화학비료나 농약없이 키운 유기농이라는 이미지 덕분이었는지 손님들의 긍정적인 반응도 나왔습니다. 내친 김에 로즈마리와 바질도 심어서 키우기 시작했죠. 요즘 뜨는 ..
지금 표고 버섯은 재배가 가능하기 때문에 능이나 송이 버섯만큼 귀하지는 않지만 밥상의 향기로운 식재료 중 하나지요. 3~4월이면 표고의 주산지인 장흥에서는 봄 표고가 수확됩니다. 그리고 5월 경이 되면 이것이 건조되어 장기 보관이 가능하게 되죠. 말린 표고를 불려서 사용하면 감칠 맛과 향이 배가 되지만 갓 수확한 생 표고의 향과 질감은 수확 철에만 잠깐 즐길 수 있는 싱그러운 경험입니다. 봄과 가을에 주로 수확되는 노지 표고는 가을보다는 봄에 수확한 것이 향이 훨씬 좋다고 합니다. 남도에 꽃구경하러 다니다가 지역의 장에 가 보면 아침에 작업한 표고들을 아주 착한 가격에 한 보따리씩 팝니다. 한 번 먹어나 보라며 손으로 뭉텅 찢어서 소금참기름장을 슬쩍 묻혀 입에까지 넣어 주는 농부의 손을 뿌리칠 수는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