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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서 와인을 보다 1편 - 5%의 힘. 이.기갈 꼬뜨 로띠(E. Guigal, Cote Rotie) 본문
위의 그림은 '철사 작가'라고 불리는 '김영목 작가'의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처음 본 당시는 “저게 뭐야?” 다가가게 되었지요. 작품 제목이 해바라기라는데 작품이 나오게 된 배경과(실연 직후였다는 군요.) 작업 과정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서는 마음이 살짝 움찔한 정도. 그리고 다수의 극사실주의 작가들에게 느끼는 '참으로 성실한 작가구나' 하는 생각이 전부였습니다. 그 후 반 년 정도가 지난 모 아트 페어에서 다시 이 작품을 보게 됐는데 작품이 달라진 겁니다. 전에는 없었던 참새 한 마리가 그려져 있는데 작품의 완성도가 급상승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고작 참새 한 마리를 더 그려 넣었을 뿐인데, 단순히 모양을 구상하여 만든 철사를 섬세하게 그린 극사실주의 작품이 무심하게 앉아있는 참새 한 마리로 인해 작품의 여백이 살아나는 듯한 느낌과 동시에 관계없는 두 개체의 만남을 통해서 쓸쓸하고 무상한 느낌이 더 살아나는 것 같았지요. 붉은 녹이 슨 철사로 형상화 된 일편단심의 해바라기. 그리고 언제 날아가버릴지 모르는 무심한 참새 한 마리. 그것을 감싼 듯한 텅 빈 공간이 주는 허(虛)함. 굳이 이 작품이 작가가 어떤 마음 상태에서 작업을 했는지 말해 주지 않아도 충분히 전달되는 것 같은 짙은 호소력까지 느껴졌습니다. 단지 참새 한 마리를 그려넣었을 뿐인데 말입니다.
북부 론의 꼬뜨-로띠는 에르미타주와 함께 북부 론 최고의 시라 와인을 만드는 곳으로 진한 컬러에 강하고 묵직한 동시에 복합적이며 풀바디하고 우아한 와인을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법적으로 20%까지 비오니에를 블렌딩 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5% 남짓 섞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단지 5% 내외의 비오니에가 섞였을 뿐인데 비오니에가 갖는 풍부한 과실향과 유질감으로 북부 론 지역의 다른 와인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와인을 만들어 내죠.
단 5% 내외의 비오니에가 만들어 내는 다른 맛.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오감으로 느껴보시는 건 어떠실지요?
<즐거운 글을 쓰는 村筆婦 백경화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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