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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이악의 샤또 끄루아제 바쥬(Chateau Croizet Bages)와 오리 콩피(Confit de Canard) 본문
어느 날 손님이 와인 한 병을 가지고 와서는 어울리는 음식을 부탁하였습니다. 갑작스런 부탁에 당황했더랬죠. 와인의 이름부터 살펴보았습니다. 포이악 출신의 샤또 끄루아제 바쥬(Chateau Croizet Bages)였습니다. 그랑 크뤼 5등급으로 분류된 나름의 명품와인이었죠.
포이악 하면 사실 양고기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대서양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닷 바람이 양들이 뜯어먹는 풀에 소금기를 뿌려주고, 짭쪼름한 풀을 뜯어 먹고 자란 양으로부터 얻은 고기는 너무 맛이 좋아서 프레살레(Pre sale)라는 별명이 붙여지게 되죠. '프레'는 '미리'라는 뜻이고 '살레'는 '소금을 뿌리다'라는 뜻입니다. 미리 소금을 뿌렸다는 프레살레까지는 아니더라도 양고기가 있었다면 뭔가를 만들었을 텐데 아쉽게도 그날 냉장고엔 양고기가 없었습니다.
양고기를 대체할 만한 다른 재료를 찾아야 했죠. 마침 전날 밤에 만들어 놓은 오리콩피(Confit de Canard)가 떠올랐습니다. 다리부위를 75도에서 85도 정도의 오리기름에서 2시간 가량 천천히 조리하는 음식입니다. 뜨거운 기름 속에서 익어가면서 오리 다리살은 부드럽고 촉촉하게, 겉 껍질은 바삭하게 변모해가는 인내가 필요한 음식이죠. 옛날에는 그렇게 익힌 오리다리를 통에 넣고 다시 기름으로 덮어서 오랫동안 보관하여 먹었다고 합니다.
제가 선택한 마리아쥬의 결과는 대만족이었습니다. 고맙다며 저에게도 샤또 끄루아제 바쥬를 조금 나눠주셨죠. 생각보다 포이악스럽지 않은 와인이었습니다. 중간정도의 타닌에 붉은 과일 쪽 풍미가 좀 더 강했습니다. 그래서 오리콩피와 더 잘 어울렸나 봅니다. 오리콩피와 곁들이는 음식으로 저는 오리기름에 튀겨낸 감자를 주로 냅니다. 콩피도 콩피지만 이 감자 맛이 참 좋거든요. 담백하게 튀긴 감자와 촉촉한 오리 다리살과 바삭한 껍질, 그리고 입가심으로 샤또 크루아제 바쥬 한 모금...음~ 판타스틱~
<삼청동 쉐 시몽(Chez Simon) 오너 쉐프 심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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