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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주의를 추구하는 도멘 트라빠디스의 라스또 레자드레 본문

7인 7색 와인투데이

자연주의를 추구하는 도멘 트라빠디스의 라스또 레자드레

와인비전 2013. 3. 23. 10:08


며칠 전 모임에 2006 라스또 레자드레(Rasteau Les Adres)를 몇 병 들고 나간 적이 있습니다. 다양한 한국 음식과 같이 마시기 때문에 나름 고민한 선택이었습니다. 다들 와인을 좋아 했고 음식과도 잘 어울렸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와인병 바닥에 남는 찌꺼기였습니다. 

대부분의 자연주의 와인들에 찌꺼기가 남는 것은 당연합니다. 병입 전에 필터링을 심하게 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이 와인은 정도가 심했습니다. 제 와인 잔에 마지막 잔을 채웠을 때 바닥에 깔리는 찌꺼기가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찌꺼기에 익숙한 저도 조금 당황할 정도 였습니다. 참석한 다른 지인들에게 마지막 잔에 남는 찌꺼기가 자연주의 와인의 증거라고 설명은 했지만 과연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자연주의를 받아들였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라스또(Rasteau)는 꼬뜨 뒤 론(Cote du Rhone)의 빌리지 AC입니다. 원래 라스또는 주정강화 와인으로 유명한 마을입니다. 도멘 트라빠디스(Domaine Trapadis)는 엘렌 뒤란(Helen Durand)이 4대째 가업을 이어받아 자연주의에 따라 와인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포도밭에서 포도를 재배할 때 일체의 화학 제초제, 화학 비료, 화학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사람의 손과 말의 힘을 빌어 포도를 재배합니다. 

양조장에서도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와인의 산화방지를 위해 꼭 필요한 SO2의 사용도 최소화 합니다. 우리가 마시는 와인 중에서 가장 천연적인 와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주요 품종으로 그러나쉬(Grenache)를 주로 사용하는데 수령이 60년 이상된 올드 바인입니다. 몸에도 좋고 맛과 향이 좋은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테이스팅해보면 보통의 남부 론 와인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깊이와 매력적인 향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다른 와인들에서는 찾기 어려운 건포도나 견과류향을 내는데 이는 오크통이 아닌 커다란 시멘트 바트(vat)에서 약간의 산소 접촉을 허용하는 독특한 숙성 과정에서 나오는 매력입니다.

이러한 장점과 매력에도 불구하고 와인을 즐길 때 와인잔에 찌꺼기가 보기 흉하게 남는다면 과연 소비자들이 좋아할까? 찌꺼기가 몸에 해로운 것은 전혀 없습니다. 그러데 대부분의 와인들은 찌꺼기가 남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병입 전에 필터를 이용해 완전히 걸러냅니다. 대부분의 소비자가 싫어하기 때문이겠죠. 소비자가 싫어하는 것을 알면서도 굳이 찌꺼기 제거를 하지 않는 것은 병에서 장기 숙성하게 될 때 이 찌꺼기가 와인의 맛과 향에 영향을 미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어느 쪽입니까?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찌꺼기를 감수하고 자연주의를 선택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약간의 자연주의를 손상하더라도 깔끔한 와인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올드 앤 레어 와인(OLD & RARE WINE) 대표 박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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