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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곤졸라 피자와 함께 먹어봅시다 - 마르퀴스 드 샤스 쏘떼른 본문
어제 치즈와 와인의 매칭에 관한 수업이 있었습니다. 저는 참석하지 않았습니디만, 수업이 끝난 후 치즈를 시식할 기회는 있었죠. 치즈를 하나하나 먹어보던 제 눈에 띈 치즈 하나. 밝은 미색에 푸른색 줄이 죽죽 들어간 블루치즈였습니다. 제가 그 꼬리꼬리하고 중독적인 맛을 음미하는 순간 제 머리 속에선 노오란 황금빛 와인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요즘 피자집 메뉴를 들여다 보면 고르곤졸라 피자가 들어가 있는 걸 종종 봅니다. 고린내 때문에 쉽게 먹기 힘든 고르곤졸라 치즈를 넣은 피자가 어느 새 우리에게 익숙한 음식이 된 모양이더군요. 고르곤졸라 피자를 먹을 땐 대개 꿀을 발라 먹는데, 고르곤졸라의 풍미와 달콤한 꿀이 묘하게 어울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꿀과 잘 맞는 고르곤 졸라 피자라면 달콤한 디져트 와인과 함께 먹어도 당연히 맛있겠죠? 디져트 와인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이라면 노블 롯(Noble Rot)을 통해 복잡한 맛과 향을 지니게 되는 쏘떼른(Sauternes)을 꼽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쏘떼른은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 함정.
그래도 잘 찾아보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맛과 향이 좋은 쏘떼른 와인을 구할 수 있습니다. 당장 제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은 보르도의 명문 네고시앙인 지네스떼(Ginestet)에서 만드는 마르퀴스 드 샤스 쏘떼른(Marquis de Chasse Sauternes)입니다. 달콤하고 진한 꿀 내음에 열대과일이나 말린 과일의 농밀한 단 내음과 살구와 라이찌의 향긋한 향이 중심을 이루고, 여기에 시트러스나 오렌지의 상큼한 향이 곁들여지면서 전체적인 향의 균형을 맞추고 있죠. 넛츠, 아몬드, 토스트의 고소하면서 약간 비릿한 휘발성 향은 덤입니다. 그리고 풍부한 산미와 부드럽고 탄탄한 질감,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하고 상큼한 풍미가 매력적인 와인이죠. 소비자 가격은 5만원 정도.
고르곤졸라 피자에 꿀을 발라먹어도 좋겠지만 와인 애호인이라면 달콤한 쏘떼른 와인을 곁들여 보시는건 어떨까요?
<와인 전문 블로그 'Cave de Maeng의 창고 속 이야기' 운영자 맹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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