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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 한 접시 놓고 밤 벚꽃을 바라보며 - 산 페드로 까스띠요 데 몰리나 레세르바 소비뇽 블랑 본문
요즘 길을 가다 보면 '광어 두 마리 15,000원'이라고 써 붙인 횟집이 눈에 많이 띕니다. 결코 고급 횟집은 아니고, 활어가 든 수조와 함께 실내외에 플라스틱 테이블이 깔려있는 서민적인 식당이죠. 이 횟집들의 특징은 생선회만 팔 뿐이지 끓인 음식이나 술을 팔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신에 바깥에서 컵라면을 사와도 통과! 술을 사와도 통과! 치킨을 사와도 통과! 좌우지간 회 한 접시만 시키면 외부에서 음식과 술을 반입해 들여와도 아무 소리 안한다는 점이죠. 아예 "음식과 술을 사와서 드셔도 됩니다."라고 친절히 적혀있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저는 생선회에 화이트 와인을 곁들여 먹고 싶을 때 이런 식당을 종종 이용하곤 합니다. 친구와 함께 화이트 와인 두 병 싸들고 가서 길가에 놓인 테이블에 앉아 2만원짜리 광어+방어+농어 회모듬을 안주로 시켜서 먹으면 제법 운치 있는 봄 밤을 즐길 수 있죠. 저녁 7시부터 달리기 시작해서 생선회 한 접시와 와인 두 병을 다 마시면, 마침 인간이 취해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오후 10시. 취흥 속에 한참 흐드러지게 피고 있는 밤 벚꽃을 바라보노라면 이 또한 풍류가 아니겠습니까?
함께 마실 와인으로는 생선회와 최고의 궁합을 보여주는 소비뇽 블랑 와인이 제격이죠. 풍미가 강한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 보다는 상대적으로 밋밋한 칠레 소비뇽 블랑이 더 땡기는데요, 머리 속에 문득 떠오른 와인은 비냐 산 페드로(Viña San Pedro)의 까스띠요 데 몰리아 리제르바 쇼비뇽 블랑(San Pedro Castillo de Molina Reserva Sauvignon Blanc)입니다. 톡 쏘는 풀잎 향과 시트러스 계열의 과일향, 그리고 발랄한 느낌을 주는 산도가 풍부한 와인으로 각종 생선회와 어패류의 좋은 벗이죠. 벚꽃이 다 떨어지기 전에 친구와 함께 이 와인을 한 잔 할 시간을 만들어야겠습니다.
<와인 전문 블로그 'Cave de Maeng의 창고 속 이야기' 운영자 맹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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