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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그 남자입니다. 가르나차는 프랑스 남부론의 대표 포도품종인 그루나슈를 말합니다. 가르나차는 올드바인의 포도로 와인을 만들었을 때, 그리고 무흐베드르와 블랜딩을 했을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고 합니다. 일부 유명 평론가들은 가르나차는 올드바인이 아니면 뛰어난 와인이 나오질 않는다고 말하며 올드바인이 아닌 가르나차는 기대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 하기도 합니다. 오늘 소개 드릴 와인은 바로 올드바인에서 만들지 않은 그냥 평범한 가르나차로 만든 '호노로베라 가르나차(Honoro Vera Garnacha)'입니다. 라벨부터 영화포스터처럼 생긴 이 와인은 지난 2월에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 사용된 와인입니다. 개인적으로 가격대비 성능이 뛰어난 와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스티븐 텐저(St..
이탈리아의 베네토 지역에서는 와인의 맛과 향, 당분을 농축시키고자 전통적 방식인 아파시멘토(Appassimento)를 사용합니다. 이는 와인을 만들기 전에 건조한 장소에 있는 대나무 선반에 수확한 포도를 펼쳐 놓고 한겨울 내내 포도를 반건조시키는 전통 기술입니다. 마시 기술팀은 "전통적인 방식을 이용하여 현대적인 와인을 만들자"는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베네토가 아닌 다른 곳에서 이러한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고자 장소 물색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아르헨티나 멘도사에서 그 꿈을 이루게 됩니다. 그 놀랄만한 결실이 바로 마시 투풍가토 코르백(Masi Tupungato Corbec) 와인입니다. 이 와인이 생산되는 마시의 라 아르볼레다(La Arboleda) 포도원은 멘도사 지방의 투풍가토 밸..
어느 날 손님이 와인 한 병을 가지고 와서는 어울리는 음식을 부탁하였습니다. 갑작스런 부탁에 당황했더랬죠. 와인의 이름부터 살펴보았습니다. 포이악 출신의 샤또 끄루아제 바쥬(Chateau Croizet Bages)였습니다. 그랑 크뤼 5등급으로 분류된 나름의 명품와인이었죠. 포이악 하면 사실 양고기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대서양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닷 바람이 양들이 뜯어먹는 풀에 소금기를 뿌려주고, 짭쪼름한 풀을 뜯어 먹고 자란 양으로부터 얻은 고기는 너무 맛이 좋아서 프레살레(Pre sale)라는 별명이 붙여지게 되죠. '프레'는 '미리'라는 뜻이고 '살레'는 '소금을 뿌리다'라는 뜻입니다. 미리 소금을 뿌렸다는 프레살레까지는 아니더라도 양고기가 있었다면 뭔가를 만들었을 텐데 아쉽게도 그날 냉장고엔 양..
9월에 수확한 포도를 4개월 정도 대나무나 지푸라기 위에서 말립니다. 수분이 날라가 무게가 40%가량 줄어든 건포도가 되죠. 1월경 이 건포도를 발효하여 만드는 와인을 사람들은 '아마로네'라 부르고, 이탈리아의 4대 와인이라고 칭송합니다. 아마로네는 소설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인 베네토의 발포리첼라라는 지역에서 생산하며, 건포도의 묵직한 무게감과 함께 진하고 강렬한 인상을 느끼게 해줍니다. 특히 와인 스펙테이터에서 92점을 받은 토마시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 클라시코(Tommasi Amarone della Valpolicella Classico)에서는 검붉은 체리향과 코코넛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코르비나·론디넬라·모디나라 등 토착 품종으로 만들며, 16도 이상의 높은 알콜이 부담스러울 수 있으므로 기..
3월입니다. 이제 곧 남쪽에서 매화를 시작으로 벗꽃과 목련에 이어 아카시아까지 꽃들이 꽃망울을 터트리겠지요. 햇빛이 따뜻하게 비춰지기도 하지만 바람은 차갑고, 언제 비가 올지도 모르는 변덕스러운 봄 날씨 만큼이나 봄꽃들도 예쁜 모습을 보는 것이 영 까다롭지가 않아요. 하룻밤 사이에 활짝 폈다가 바람이 한차례 세게 불거나 비라도 한 번 내렸다 하면 속절없이 떨어져버리고 말지요. 까탈스럽고, 조심스럽기로는 봄꽃 만한 것들도 없을 듯 합니다. 어느 날 문득 "아, 며칠 따뜻하더니 꽃이 피었구나!" 하면서 발견하는 적이 많았던 것 같아요. 따뜻한 햇살 속에서 쌀쌀한 바람이 부는 봄날에 얼굴이 작은 꽃들이 보송보송 피어나는 것 같은 와인이 있습니다. 실레니의 셀라 셀렉션 피노 누아(Sileni, Cellar Se..
금요일 그남자입니다. 오늘은 삼일절입니다. 삼일절하니 제일 먼저 떠오르는 와인이 있으니, 바로 독도와인 '799-805'입니다. '799-805'는 독도의 우편번호로, 캘리포니아 산타바버라의 치과의사인 안재현씨가 07년에 설립한 '독도와이너리'에서 만드는 와인입니다. '독도와인'은 미국의 컬트와인인 브라이언트 패밀리(Bryant Family)와 콜긴(Colgin) 사이에 위치한 곳에서 재배된 까베르네 소비뇽과 오크빌의 멜롯을 브랜딩하여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판매수익금의 10%를 독도관련 비영리 재단에 기부한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독도와인의 출시를 앞둔 2011년 11월에 와인 수입사의 대표가 주미 일본대사관과 영사관에 와인을 한 상자 보냈다고 하는데요. 반년이 지난 201..
제 아무리 동장군이 기승을 부려도 언젠간 봄이 오기 마련인가 봅니다. 날씨가 날로 따뜻해지고 있죠? 봄을 알리는 전령들도 하나 둘 등장하고 있습니다. 목련이 눈을 틔우고 개나리가 꽃 피울 채비를 하는 것이 보입니다. 얼음 풀린 개울 소리 들리는 가운데 돌 아래 송사리들도 헤엄치기 시작하죠. 개구리 역시 바야흐로 봄이 우리 곁에 다가왔음을 알려주는 사절단의 일원입니다. 개구리하니 생각나는 와인이 있습니다. "신대륙의 모습을 가진 구대륙 와인"이란 모토 아래 와인을 만드는 '애로건트 프로그' 와이너리의 투티 푸르티 루즈(Arrogant Frog Tutti Frutti Rouge)죠. 청정지역에서 사는 개구리를 마스코트로 삼은데서 유추할 수 있듯이 애로건트 프로그 와이너리는 친환경 농법을 사용해서 포도를 ..
아르헨티나에 도착한 지도 벌써 일주일이 넘었네요. 와인품평회와 세미나 참석 등 바쁜 일정을 모두 마치고 지금은 와이너리 투어 2일째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동안 테이스팅한 와인만도 300여 종, 그 중 말벡이 200여 종은 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의 와인은 트리벤토 에올로 말벡(Trivento Eolo Malbec) 2009 와인입니다. 에올로는 바람을 통제한다는 '바람의 신(God of Wind)'이란 의미로 루한 데 쿠요(Luján de Cuyo)에 있는 멘도사 강 북부 강기슭의 아주 특별한 테루아를 가진 4.1ha의 작은 포도밭에서 생산되는 프리미엄급 와인입니다. 1895년 이탈리아의 베니스에서 이주한 후안 세스친(Juan Ceschin)이 1912년에 더블 기요법으로 포도나무를 심은 후 백년이란 긴..
호주에 상륙한 영국의 항해가이자 탐험가인 제임스 쿡 선장이 어느 날 귀를 쫑긋 세우고 깡총깡총 뛰어가는 신기하게 생긴 동물을 발견합니다. 난생 처음보는 동물에 제임스 쿡 선장은 궁금증이 일어 원주민에게 저 동물이 무엇이냐고 또박또박 천천히 영어로 물어봅니다. "왓 이즈 댓?" 어리둥절해 하는 원주민 얼굴을 쳐다보며 쿡 선장은 다시 한 번 천천히 묻습니다. "왓~~이즈~~댓~~?" 여전히 멍한 표정의 원주민은 이렇게 답합니다. "캥거루~" 그렇게 해서 그 신기하게 생긴 동물은 캥거루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캥거루라는 의미는 '나는 모른다'는 뜻의 토속어였습니다. 오늘 소개할 와인은 동문서답이 빚어낸 캥거루와 관련이 있습니다. 게다가 호주산이며, 아마도 한 번쯤 드셔봤을 법한 대중적인 와인입니다...
샤또뇌프 뒤 빠쁘(Chateuaneuf du Pape)에 위치한 도멘 드 라 자나스는 오랜 역사를 가진 와이너리는 아니지만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와인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 딸이 모두 참여하여 와인을 만들고 있는 이들 사봉(Sabon) 패미리의 성공담에서 로버트 파커(Robert Parker)를 빼놓을 순 없습니다. 이들이 생산하는 꼬뜨 뒤 론, 꼬뜨 뒤 론 빌라주, 샤또 뇌프 뒤 빠쁘 와인 대부분이 파커의 90점대 스코어를 받고 있기 때문이죠. 2년전 도멘 라 자나스를 방문해서 꼬뜨 뒤 론 빌라주 와인인 떼르 다질르(Terre d'Agile)를 처음 접했습니다. 2009년 빈티지를 테이스팅했는데 놀랍게도 벌써 마시는데 전혀 저항감이 없었습니다. 향과 맛이 진한 풀바디 와인이었는데 두드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