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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도사에 도착하여 멀리 펼쳐진 안데스 산맥을 바라봅니다. 일년 반 전에도 와인21의 최성순 대표님과 함께 칠레와 아르헨티나를 여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의 기억들이 하나 하나 살아나네요. 오늘은 그 당시 제가 방문했던 와인너리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와인너리와 와인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비냐 비크(Viña VIK)는 칠레 알파타(Alpata) 밸리 북쪽 경사면에 있는, 원주민들이 "황금의 장소(Millahue Valley)"라고 부르는 미야우(Millahue) 밸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와인너리는 동서남북으로 둘러싼 산들에 포근하게 안겨있는 형상입니다. 넓게 펼쳐진 포도원과 호수, 방문객이 머물 수 있는 멋진 별장... 아름다운 자연이 주는 평화로움을 흠뻑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음했던 와인은 첫 출시..
도멘 피에르 아미오(Pierre Amiot)는 5대째 모레-생-드니를 중심으로 와인을 생산해 오고 있습니다. 현재는 아버지 피에르(Pierre)가 은퇴해서 아들인 장 루이(Jean Louis)와 디디에르(Didier)가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급 와이너리는 아니지만 정말 와인을 맛갈나게 만드는 집입니다. 몇 년전 부르고뉴 와인 컬렉션을 위해 친구인 프레드와 같이 일주일 정도 부르고뉴 와이너리 순례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루에 서너 군데 와이너리를 방문해서 수십 종의 와인을 테이스팅하는 고된 작업이었습니다. 도멘 피에르 아미오를 방문한 그 날도 종일 테이스팅으로 입과 혀가 지쳐 있을 때 였습니다. 작업복 차림의 투박한 모습의 장 루이(Jean Louis)를 만나 별 얘기도 없이 바로 와인테이스팅..
2월이 시작된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설 연휴 지나고 보니 어느 새 중순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2월 중순이면 늘 연인들을 설레게 하는 날이 오죠. 넵, 그렇습니다. 2월 14일 발렌타인 데이입니다. 발렌타인 데이하면 초콜렛이 떠오르지만, 그건 일본의 한 제과점이 70년대 초반에 펼친 마케팅이 우리나라에도 퍼졌기 때문이고, 유럽에서는 원래 연인 간에 카드를 주고 받았다는군요. 그리고 카드와 함께 여러가지 선물을 주고받곤 했는데, 그중에는 와인도 있었습니다. 발렌타인 데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은 무엇일까요? 여러 와인을 손꼽을 수 있겠지만, 저는 샤토 깔롱 세귀르(Chateau Calon-Segur)를 고르고 싶습니다. 18세기에 깔롱 세귀르의 주인이었던 니콜라스 알렉상드르 마르퀴스 드 세귀르 ..
신발가게 앞을 지나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온 신발이 있었어요. 태양빛 아래 눈부시게 반짝거리는 지중해의 코발트빛 바다색같은 신발이었죠. 이미 지름신은 내 안에 강림하셨고 저는 어느새 점원에게 265 사이즈를 찾아 달라고부탁했습니다. 신발상자를 들고 돌아온 점원의 손에서 신발을 건네 받고 이리 저리 살펴보는데, 신발 표면에 살짝 흠집이 있었습니다. 자세히 봐야 보이는 그런 종류의 흠집이었지만 어쨌든 흠집인지라 다른 새제품을 요구하였죠. 하지만 그 제품이 마지막 재고였기 때문에 선택을 해야할 상황이었습니다. 점원은 저에게 한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제품에 크게 하자는 없지만, 원래 상품보다는 품질에서 문제가 있기 때문에 30% DC를 해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맘에 드는 제품이었기에 원래 가격에도 살 마음이 있었..
매달 셋째 주 금요일은 와인비전 테이스팅 세션 모임이 있는 날 조쏘의 간택을 받은 와인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기억 속 와인의 이미지들이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배가 곱게 밀려 오면 내가 바라는 후기의 영감은 고달픈 몸으로 와인의 이미지를 입고 찾아 온다고 하였으나 내 그를 맞아 이 와인을 한 잔만 다시 마셔 본다면 구강을 함뿍 물들여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컴퓨터 앞엔 오늘도 멤버들의 테이스팅 노트를 마련해 두렴. 날짜는 가고, 1월 테이스팅 세션 후기는 써야겠고, 그날 따라 급히 나오는 바람에 와인의 이미지는 잡히지도 않고... 이럴 때 그 날의 와인 중 가장 높은 점수를 줬던 이 와인(Pierre Amiot et Fils Clos Saint Denis 07)..
뽀마르는 버건디 와인 중에 가장 남성적인 와인이라고들 합니다. 그러나 그 정수를 맛보기 위해서는 도멘 드 꾹셀의 뽀마르 프르미에 크뤼 끌로 데 그랑 에뻬노(Domaine de Courcel, Pommard 1er cru Clos des Grands Epenots)를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랑 에뻬노(Grands Epenots)는 뽀마르의 대표적인 프르미에 크뤼(1er cru) 밭으로 약 10ha 정도의 크기 입니다. 워낙 좋은 밭이다 보니 그랑 크뤼로 등급이 조정되어야 한다고들 합니다. 도멘 드 꾹셀은 이 밭의 절반에 해당하는 5ha 가량의 단일 밭(monopole)을 400여년간 소유해 오며 가장 남성적이고 파워풀한(pinot noir)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2011년 10월 도멘 드 꾹셀을 ..
민족의 대명절 설날이 찾아왔습니다. 집으로가서 아버님, 어머님도 뵙고 큰집도 찾아가야 하고, 짧지만 바쁜 설날이 될 것 같습니다. 매년 이때쯤 느끼는 것이지만 부모님께서 점점 연로해지시는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나이가 드신 부모님을 생각하니 문득 떠오르는 와인이 있습니다. 바로 로버트 파커 2회 연속 100점에 빛나는 다나 에스테이트의 '온다 도로'인데요. 동아원 그룹인 다나 에스테이트의 로터스 빈야드가 2009년 쯤 RP 100점을 받았을 때, 정말 너무 놀랐습니다. '한국기업의 와인이 RP 100점을 받다니..'하고 말입니다. 그때 친하게 지내던 나라셀라 홍보팀분이 저에게 장난으로 "온다 도로(한국에서 판매중인 다나에스테이터의 와인)를 마시면 잃었던 사랑도, 지나간 젊음도, 잃어버린 돈도 모두 돌아 ..
스페인어로 '뚜렷한 흔적', 혹은 '개인적인 서명'이란 뜻을 지닌 세냐(Seña)는 캘리포니아의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와 칠레의 비냐 에라주리즈(Viña Errazuriz)의 에두아르도 챠드윅(Eduardo Chadwick)가 합작해서 만든 칠레의 아이콘 와인입니다. 세냐는 2004년 1월 독일에서 열린 베를린 테이스팅(Berlin Tasting)에서 샤토 라피트(2000)와 샤토 마고(2001) 같은 프랑스 최고 와인과 맞서 비녜도 챠드윅(Viñedo Chadwick)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놀라운 결과를 낳기도 했죠. 운 좋게도 저는 1995년부터 2010년까지 16개 빈티지를 모두 시음해 볼 수 있었습니다. 보통 1997, 2000, 2001, 2007, 2010을 좋은 빈티지로..
저는 등산을 하면서 생각의 정리를 많이 합니다. 그래서 여름보다는 겨울 등산을 더 좋아하고요. 일단은 조용하고, 날이 차가울수록 숨도 덜 차고, 생각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젠 날이 따뜻해졌잖아요. 오늘은 중턱까지도 못 올라갔는데 물은 반통이나 마셔버렸고 마음으로는 전망대까지만 가자 싶더군요. 그렇게 힘들게 발을 옮기는데 순간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 '나는 순대가 먹고 싶다. 따뜻하고, 돼지 피와 채소가 속을 채우고 있는 천안 병천 순대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정상을 찍고 내려와야 순대를 먹을 염치(?)가 생긴다.'며 없던 기운이 솟구칩니다. 물론 여기서의 '순대'는 오로지 '순대'만 이야기 하는 게 아니지요. 순대와 와인입니다. 그리고 와인은 작년, 아주 우연한 기회에 ..
금요일 그 남자입니다. 저번주에 발렌타인 데이에 마시면 좋을 와인을 추천해 드렸는데요. 최근 헤어진 지인이 혼자인 나는 그럼 뭘 마셔야 되냐며 괜히 저한테 화를 내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해 봅니다. 발렌타인 데이에 헤어진 사람을 위해 추천을 드려야 하는 건가요? 주제가 주제인 만큼 조심스럽기는 한데, 이 자리를 빌어 추천와인과 함께 못한 이야기를 전할까 합니다. 폴 자볼레의 ‘빠할렐 45(Paul Jaboulet Aine, Cotes du Rhone Parallele 45)’는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입니다. 특히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자두, 체리 등의 붉은 과일향과 둥근 타닌을 지닌 것이 특징입니다. Parallele은 잘 아시는 것처럼 평행선, 위도라는 뜻의 단어인데요, '빠할렐 45'라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