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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글을 쓰는 村筆婦 백경화 대학에 들어가면 고등학교 때와는 다른 경험을 하게 되지요. 바로 수강 신청하기. 전교생이 똑같이 짜여진 시간표로 공부하던 때와 달리 내가 듣고 싶은 수업을 내가 직접 골라서 들을 수 있는, 실로 수입 아이스크림스러운 일상을 내가 만들 수 있다는 흥분. 1학년은 어떤 학년보다 전공 필수, 교양 필수 수업이 많아서 고 3 시간표의 양 싸다구를 후려치고도 남을 시간표였기에 선택할 수 있던 과목은 몇 개가 안 됐었죠. 그 와중에 꼭 붙어 다니고 싶었던 친구가 반드시 듣고 싶다고 했던 '문학 감상법'. 진정 그 수업이 듣고 싶은지를 몇 번을 물었지요. 정말 수업 제목도 구리다... '문학 감상법' 뭐냐고 타박을 주고, 문학을 감상하는데 무슨 '법'이 필요하냐, 교보나 영풍가서 쭈구..
즐거운 글을 쓰는 村筆婦 백경화 석달 전부터 테이스팅 세션은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한 사람이 두 달에 걸쳐 매달 한 가지씩 새로운 주제로 모임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본인이 선택한 두 가지의 주제로 두 달 동안 모임의 주제를 낼 수 있는 겁니다. 첫 달에는 칠레 프리미엄 와인을 돌아봤죠.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와인이라는 것은 어떤 맛일까?’에 대한 궁금증으로 모여진 칠레 와인들은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훌륭했답니다. 두 번째 달에는 오크 친화력이 좋은 샤도네이를 나라별로 마셔봤었죠. 책으로만 배웠던 샤도네이의 오크 친화력과 양조자들이 만들어 낸 개성있고, 다양한 모습에 역시나 감탄을 금치 못했었구요. 이처럼 평소에 하나, 둘씩 개별적으로 마셔보는 와인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비교..
즐거운 글을 쓰는 村筆婦 백경화 루 뒤몽은 레이블에 '天地人'을 새겨 넣었죠. 이게 수출용 와인에만 쓰는 레이블이라네요. 만화 '신의 물방울'에서는 이 와인이 전설의 와인 평론가인 '칸자키 유타카'의 와인 철학을 설명하는 에피소드로 소개가 되었죠. '와인은 하늘과 땅과 사람이 만든다.' 틀린 말도 아니지만 단박에 깨달음을 주는 창의적인 말도 아닌 사실 좀 간지러운 말이기도 합니다. 이번 테이스팅 세션에서는 만화 '신의 물방울' 작가인 '타다시 아기(Tadashi Agi)'의 간지러운 말을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답니다. 총 8개의 샤도네이. 하늘과 땅의 기운으로 열매 맺은 같은 종의 포도가 양조자의 철학과 혹은 시장의 니즈에 맞춰 어떻게 변화해서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개별 와인으로 탄생되는가에 대한 공부라..
초등학교 때 백일장을 나간 적이 있다. 그때 운문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었다. 꽤 큰 대회였고, 대상은 교육감상이었는데 수상식도 화려해서 수상자들이 아주 큰 강당에서 수상식을 한 번 하고, 학교 조회 시간 때 구령대에서 상을 또 받고 그랬었다. 당시 상을 받고 나서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그 이유라는 것이 너무 엉뚱했다. 대상은 운문과 산문을 합한 최고의 상이었는데 수상작이 초등학교 2학년 남자 아이가 쓴 단 2행짜리 시라는 점이었다. 내 시는 기억도 안 나는데 대상작은 지금도 기억이 나는 걸 보면 엄청난 충격이었던 것이 확실하다. 잠깐 소개해 보면, 무엇을 써야할 지 생각이 나지 않아 연필만 꼭꼭 씹고 있다. 요렇게 달랑 두 줄이었다. 대상 작품이 발표가 난 후 어찌나 화가 났던지 어린 마음에 혹시 이 대..
즐거운 글을 쓰는 村筆婦 백경화 좋은 음식과 좋은 술의 만남은 언제나 진리이지요. 아파 죽겠어서 침대와 일체된 사람에게 가장 많이 묻는 문병자들의 질문은 "뭐 먹고 싶은 거 없어?"이듯이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인간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물론 뒤에 따르는 잉여 양분에 대한 책임은 개인의 문제. 특히나 제게 와인은 맛있는 음식과 불가분의 관계임을 고백합니다. 아주 단순하게 좋은 고기를 먹을 때에는 레드 와인이 생각이 나고, 좋은 해산물을 먹을 때에는 화이트 와인이 생각이 납니다. 그래서 저는 언젠가부터 고깃집에서 고기를 먹는 일이 현저히 줄었습니다. 좋은 고기에는 레드 와인. 바리바리 싸 가지고 갑니다. 흥겹게 먹고, 마십니다. 그러면.. 운전은 누가 합니까? 운전은 소가 합니까? 소는 이미 와인과 XOXO..
즐거운 글을 쓰는 村筆婦 백경화 사람의 심리란 참으로 요상도 하여 자꾸자꾸 센놈을 찾고 싶어하는가 봅니다. 누가 더 세냐, 누가 더 멋지냐...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되다가 나중에는 '종.결.자.' 라는 이름으로 마침표를 찍었나 싶으면 종결자가 또 자꾸자꾸 나타납니다. 종결이 안 되나 봅니다. 뭔 놈의 종결자가 그리도 많은지... 슈퍼맨과 배트맨이 그들의 적과 열심히 싸우는 걸 보고나서는 생각합니다. 슈퍼맨이랑 배트맨이 싸우면 누가 이겨? 1 대 다수와 싸워 한 번도 진 적이 없는 람보와 코만도. 분명 초행길일 수풀이 우거진 정글에서 네비게이션도 없이 잘도 적의 위치를 찾아내고, 그들의 총알은 절대 떨어지지도 않지만 우리는 문득 생각합니다. 람보랑 코만도가 싸우면 누가 이겨? 라이벌 대결은 태평양 건너 ..
즐거운 글을 쓰는 村筆婦 백경화 작년 연말 음용 기간이 한참 지난 샹볼 뮤지니를 마시고는 향은 다 빠져나가 버려 이것은 차라리 빨간 소주라고 하고 싶은 그 맹맹한, 남은 것이라고는 겨우 스파이시한 향내만 남은 버려도 시원찮을 피노 누아를 맛보며 갑자기 떠오른 이미지. 그것은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에 나오는 주인공의 어머니였다. 분명 고급품이지만 닳아버린 오래된 기모노를 단정하게 입고, 하얗게 쇤 머리카락을 목덜미가 보이게 빗어 올린 몰락한 귀족 여인은 봄 한 철 여린 바람에 하릴없이 날리는 벚꽃잎을 바라보며 처연한 장면을 연출하는데 기운이 다 빠져버린 샹볼 뮤지니는 그 귀족 여인을 생각나게 했다. 물론 이후에는 3개월 무이자로 결제한 영수액과 화려한 말솜씨로 와인을 팔아먹은 그 놈의 얼굴이 떠올랐다. ..
Plan_EL(EnLargement) 대표 강태안 지난 11월 25일, ‘와인 리퍼블릭(Wine Republic)’이 주관하는 테스팅 세션이 와인 전문 교육기관 와인비전에서 열렸습니다. 늘 그렇듯 이번 3차 시음회 역시 시음회 참가자 그 누구도 어떤 와인이 등장하는지 참가자는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지난 두 차례 시음회에 깜짝 참가와인이 있었던 것으로 감안해 ‘혹시나 이번에도?’ 라는 예상과 남미지역과 보르도 지역 등의 지역 중심 시음회를 지난 시음회에서 경험한 터라 혹시 ‘오늘은 어느 지역일까?’라는 나름대로의 두 가지 궁금증이 생기더군요. 이미 두 차례의 시음회를 거치면서 참가자들은 ‘같은 와인에 대한 개인적인 점수의 폭을 참가자들끼리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해 왔습니다. 같은 와인에 ..
와인 평가 사이트인 ‘와인 리퍼블릭(Wine Republic)’이 주관하는 제 2차 테이스팅 세션 시음회가 2011년 10월 28일 금요일 저녁 7시에 1차 시음회와 동일한 장소인 서울 서초구 잠원동 ‘나무와 벽돌’ 건물 4층 와인비젼(Winevision) 교육장에서 열렸습니다. 이번 시음회는 보르도 지역의 중저가 와인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는데, 역시 지난 1차 시음회처럼 패널들에게 시음 주제 및 와인 종류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참석한 패널들은 앞에 놓인 와인이 어떤 것인지 전혀 모르는 체 와인을 평가했고, 오로지 자신의 감각을 총동원하여 여러 와인을 시음한 후 그 결과를 평가지에 기록했습니다. 시음은 약 1시간에 걸쳐 진행되었으며, 패널들은 각 와인에 대해 평가한 점수를 와인 리퍼블..
세션의 시작 '남미의 까베르네 쇼비뇽' 지난 2011년 9월 30일 금요일 저녁 7시에 와인 리퍼블릭(Wine Republic)이 주관으로 ‘테이스팅 세션 시음회’가 열렸습니다. 이 시음회는 와인 교육업 및 유통 업계에서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과 와인 블로거, 요리사, 애호가 등 여러 사람을 패널로 초청해서 와인을 시음하고, 그 결과를 토론하며, 여기서 나온 정보를 다 함께 공유하는 행사입니다. 이번에 열린 시음회가 첫 번째 행사였으며 앞으로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 저녁에 정기적으로 개최될 예정입니다. 이 시음회는 철저하게 블라인드 테이스팅(Blind Tasting)으로 진행됩니다. 이것은 병과 레이블을 가린 체 시음을 하는 것으로써 참석자들이 와인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