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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 두르엥 생뜨니(Joseph Drouhin SANTENAY). 조셉 두르엥도 처음이고, 생뜨니도 처음입니다. 여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로 웬만하면 집에서 와인을 마시는 일은 자제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중이었는데 그날 봤던 영화에서 두 명의 주인공이 어찌나 와인을 맛있게 마시던지. 여름에 대처하는 다이어터의 자세를 망각한 채 고기 주섬주섬, 와인 주섬주섬을 실행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일말의 양심은 있는지라 고기 양과 비스무리하게 채소도 구워먹을 양으로 큰 접시에 한 가득 버섯, 애호박, 아스파라거스, 가지, 파프리카, 양파 등을 담아냈죠. 그런데 이 와인, 여름 다이어터의 와인으로 손색이 없다고 감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깨끗하고 하늘거리는 듯 가벼운 바디감이 좋습니다. - 두껍고, 진한 질감의 와인은..
‘공부는 잘하니? 명문대 가야 성공하지!’ 한국의 한국인이면 누구나 초등학교부터 귀에 못박히게 들어오던 얘기입니다. 우리네 인생은 어쩌면 이렇게 어린 나이부터 자연적으로 스펙에 연연하는 삶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짧고도 긴 고3 시절을 끝내고 1998년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군대를 갔다와 보니 세상은 팍팍해져 있었습니다. 취업하기도 쉽지 않았지요. 학교는 물론 과도 좋아야 되고, 토익점수가 없으면 안됩니다. 영어회화도 잘 해야지요. 그러고 보니 주변 사람이 다들 어학연수를 떠납니다. 교환학생을 가는 친구도 해외로 대학을 가는 친구들도 보입니다. 이력서에는 봉사활동을 적는 칸도 있습니다. 다시 다들 칸을 채우기 위해 봉사활동을 떠납니다. 입양아를 돕기도 하고, 국가기관에서 일하기도 하며, 다시 해외로 나..
보나르다는 아르헨티나에서 말벡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재배되는 적포도 품종입니다. 말벡만큼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가장 전통적인 포도 중의 하나로 아르헨티나 와인의 다양성을 보여 주는 또 하나의 품종입니다. 이탈리아에도 보나르다로 불리우는 포도 품종이 있습니다. 이탈리아와 아르헨티나의 두 포도가 이름은 같지만 유전학적으로 같은 품종은 아닙니다. 아르헨티나의 보나르다는 오히려 말벡처럼 프랑스에서 소량 건너온 포도 품종입니다. 프랑스의 사부아 지방에 있는 코르보(Corbeau)란 품종으로 캘리포니아에서는 오래 전부터 샤르보노(Charbono)란 이름으로 심어왔던 포도지요. 아마 프랑스의 포도 이름을 원치 않아서 다른 품종임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 포도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
누구에게든 쥐약인 날이 있습니다. 저는 비 오는 날, 구름이 잔뜩 낀 날. 어쨌든 기압이 낮은 날에는 최악의 컨디션을 보입니다. 월요일, 화요일에 비 옴. 수요일은 두꺼운 구름이 손가락으로 찔릴 듯이 낮음. 이는 곧, '나를 찾지 말지어다.'의 날입니다. 몸은 기름을 다 짜낸 깨 쭉정이 같고, 반대로 신경은 날카롭고, 뭘 해도 억지로 하게 되니 이런 날은 다툼도 많습니다. 이런 날은 최소한의 동선에서 최대한 얌전하고 조용히 지내는 것이 상책입니다. 와인 애호가들에게는 첫사랑 와인이 있을 겁니다. 샤또 브란 깡뜨냑(Chateau Brane Cantenac)은 '와인은 보르도 와인이 가장 마실만 하대.' 하던 시절에 우연히 추천 받아 지금은 셀러에서 떨어뜨리지 않는 와인이 되었습니다. 이 와인을 마시고 향에..
금요일 그 남자 입니다. 오늘은 버건디 지역의 꼬뜨 살로네즈(Cote Chalonnaise) 와인을 소개 드리겠습니다. 꼬뜨 살로네즈는 최고의 피노 누아가 생산되는 꼬뜨 도르의 연장선 아래 위치하고 있습니다. 토양도 비슷하고 품종도 동일하죠. 하지만 세계 최고의 와인생산지이자 세계 최고가의 와인들이 나오는 꼬뜨 도르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널리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와인도 빨리 숙성되는 경향이 있고요. 그래서 꼬뜨 살로네즈의 와인은 세계 최고, 최고가의 와인이 생산되는 꼬뜨 도르 지역의 ‘피노 누아’를 드시고 싶을 때 대안으로 아주 좋습니다. 꼬뜨 살로네즈 지역 중에서는 메르퀴리(Mercurey) 마을이 양질의 피노 누아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페블리 메르퀴리(Faiveley Mercurey)’는..
"왕의 만찬과 신들의 제사를 위한 와인(Resum Mensis, Aris que Deorum)". 샤토 디쌍(Chateau d'Issan)의 라벨에 적힌 글귀입니다. 이러한 글귀가 무색하지 않게 보르도 그랑 크뤼 3등급인 샤토 디쌍은 등급에 어울리는 품질로 많은 와인 애호가들을 매혹시켜왔죠. 샤토 디쌍에게는 세 명의 동생 같은 와인이 있습니다. 첫째 동생은 블라종 디쌍(Blason d'Issan)으로 슈퍼 세컨드라 불릴 만큼 좋은 맛과 향을 지닌 와인입니다. 둘째 동생인 물랭 디쌍(Moulin d'Issan)은 보르도 슈페리어급의 와인으로 일반 보르도 와인보다 알코올이 더 강한 와인이죠. 그리고 막내 동생이 르 오-메독 디쌍(Le Haut-Medoc d'Issan)입니다. 원래 르 오-메독 디쌍의 이름은..
마르케스 데 리스칼(Marques de Riscal)은 2006년 건립된 시티 오브 와인이라는 인상 깊은 건축물로 잘 알려진 와이너리입니다. 노벨상을 받은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설계한 이 건축물은 춤추는 무희의 치마를 형상화했다고 하는데 금빛과 보랏빛으로 물결치듯 이어지는 지붕이 아주 멋집니다. 마르케스 데 리스칼은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와이너리입니다. 외교관이자 작가인 카밀로 우르타도 데 아메사가 마르케스 데 리스칼(Camilo Hurtado de Amezaga Marques de Riscal)은 1858년 리오하(Rioja)에 와이너리를 설립합니다. 스페인에서는 처음으로 바리크(barriques)을 사용하는 프랑스의 와인 양조 기술을 도입한 이 와이너리는 뛰어난 ..
레스토랑이나 바에서 와인 리스트를 작성할 때 구색 갖추기 식으로 항상 들어가는 와인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 가장 보편적인 와인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저는 키안티 클라시코를 선택할겁니다. 키안티는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중요 와인 생산지역으로 그 중에서도 토양과 기후조건이 좋은 곳을 키안티 클라시코라고 따로 분류를 합니다. 13세기 말 피렌체와 시에나 사이에 위치한 이곳은 두 도시가 서로 차지하기 위해 군사적 충돌이 빈번하였던 곳입니다. 오랜 기간의 싸움을 종식시키기 위해 두 도시의 기사들은 합의를 합니다. 첫 새벽닭의 울음과 동시에 각자의 도시를 출발하여 서로 만나는 지점을 국경으로 정하기로 한 것입니다. 피렌체에서는 검은 수탉을 골라서 먹이를 주지 않았고, 시에나는 하얀 수탉을 골라서 배불리 먹였습니다...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하다." 워터 핸젤(Walter Hansel)을 검색하면 인터넷과 블로그에 항상 나오는 문구입니다. "최고급 버건디 와인의 스타일이며, DRC(로마네 꽁띠)와 르로아(Leroy)와 견줄만한 훌륭한 피노누아와 샤도네이를 만들지만 가격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하다."라는 문구지요. 뛰어난 피노 누아가 생산되는 것으로 유명한 캘리포니아 소노마 지역에 위치한 러시안 리버밸리에서 생산되는 이 와인은 제가 좋아하는 미국 피노 누아 중 하나입니다. 포스팅에서 와인의 가격을 중심으로 이야기 하는 것이 매우 부담스럽습니다만, 월터 핸젤은 모든 블로그 포스팅, 카페 글들에 이 문귀가 단골로 적혀있어 조금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처음 이 와인을 남산 근처의 한 와인바에서 마셨을때, 가..
날씨가 많이 더워졌지요? 한낮에는 반팔 티셔츠 하나만 걸치고 다녀도 아무렇지도 않을만큼 날이 따뜻해졌습니다. 이렇게 되면 삼삼오오 시원한 야외로 나가 고기 구워먹기 좋은 환경이 되지요. 강원도 팬션도 좋고, 난지도 캠핑장도 좋고, 시원한 계곡도 좋습니다. 정 갈데가 없다면 옥탑방 문 앞에 놓인 평상 위에 부루스타 올려놓고 지글지글 자글자글 구워 먹은들 어떻겠습니까? 친구랑 고기 한 점 술 한 잔 마시면서 이러저러 수다떨고 놀다보면 일주일의 피로와 스트레스가 말끔히 사라질겁니다. 이런 자리에는 섬세하고 우아한 와인이 어울리지 않습니다. 부드럽고 마시기 편하고, 그러면서 맛도 좋고 가격도 착한 와인이 최고죠. 우드브릿지는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의 대표적인 하우스 와인입니다. 모두 14종이 생산되는데 카베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