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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가 개봉 이틀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무더운 여름의 한 가운데를 힘차게 달려가고 있습니다.엄청난 제작비와 함께 송강호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여러 배우들이 출연한 설국열차는 개봉 전에 이미 167개국에 선판매되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었죠.스포일러가 될 듯하여 내용을 말씀드리진 않겠지만, 설국열차는 그동안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서 느꼈던 것과 다른 감성과 면모를 보여줘서 그런지 관객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이야기들이 많이 오가고 있더군요.뜨거운 여름, 더위를 피하기 위해 계곡과 바다로 휴가도 다녀오셔야겠지만, 화제의 작품인 설국열차를 관람하시는 일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참, 이 여름에 설국열차 말고 또 다른 열차가 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아세요? 그 열차의 이름은 '와인..
몇 일전 필리뽀나의 앙투앙 드 보이슨 마케팅 이사를 만났습니다. 그는 “끌로 드 고아세(Clos des Goisses)는 주변 포도밭보다 온도가 1.5도가 높다.”며 필리뽀나는 ‘샹파뉴에서 가장 뜨거운(Hot) 포도밭’이라고 얘기했습니다.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포도밭 중 하나로 뽑히는 ‘끌로 드 고아쎄’는 1935년부터 최고의 싱글 빈야드 샴페인을 생산해 오는 필리뽀나의 크랑 퀴리급 밭입니다. 주변 온도보다 1.5도가 높으면 포도는 더 잘 익고 풍부해집니다. 밤낮의 기온 차가 커서 크리스피한 산미가 나오며 풍부한 풍미를 충분히 커버하지요.필리뽀나의 양조철학은 단순합니다. 뛰어난 포도를 가지고 있으니 떼루아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입니다. 그는 “좋은 포도로 좋은 에이징을 합니다. 우리는..
- 즐거운 글을 쓰는 村筆婦 백경화 다른 품종으로 만든 어떤 와인이라도 마찬가지겠지만 피노 누아는 숙성된 기간과 포도 재배 지역에 따라 스타일이 크게 달라지는 와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부르고뉴산 피노 누아는 입에서 느껴지는 바디감이 다분히 가벼움에도 불구하고 날카롭게 살아있는 탄닌과 산도, 그리고 도대체 그 가볍고 얇은 몸통 어디에 그토록 다양하고 풍성한 향을 숨겨놓고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시간에 따라 변하면서 풀어내는 변화무쌍하고 깊은 향으로 인해 '이런 것이 와인이구나.' 싶게 합니다. 이런 감상은 제가 부르고뉴 피노 누아를 마시면서 늘 느꼈던 것들입니다.하지만 이런 감상에 꼭 맞는 와인만 존재하는 건 아니더군요. 같은 부르고뉴이지만 마을 단위마다 다른 개성을 앞세운 와인들이 수도 없이 ..
오늘부터 몇 주 동안은 알자스의 Clos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알자스에는 Kaefferkopf를 마지막으로 51개의 그랑 크뤼가 지정되어 있지만, 그랑 크뤼보다 더 그랑 크뤼 같은 몇 가지 와인들이 있습니다. 대부분 10ha 내의 작은 포도밭에서 각각의 품종에서 보여주는 특징을 가지고 최상의 와인을 만들어내는데 이를 Clos라고 부릅니다. 오늘 추천할 Clos는 알자스 리슬리 중 최고의 숙성 잠재력을 보여주는 Clos Ste-Hune입니다.Clos Ste-Hune은 Trimbach에서 생산하는 최상급 와인으로 1.67ha의 작은 밭에서 포도나무 수령 50년 이상 되는 고목에서 최상의 리슬링 뀌베로 생산됩니다. 와인은 당도가 거의 없을 정도로 발효시켜 아주 드라이한 맛이 일품이며, 응축감 있는 과실 풍미..
생선회와 어울리는 와인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라면 소비뇽 블랑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들을 들 수 있을 겁니다. 프랑스 루아르의 상세르나 뿌이 퓌메, 뉴질랜드의 말보로 소비뇽 블랑이 모두 생선회와 잘 어울리며, 칠레산 소비뇽 블랑 와인도 가격을 생각해보면 꽤 알찬 맛을 보여주지요. 하지만 늘 소비뇽 블랑만 마시면 좀 지루하지 않겠습니까? 소비뇽 블랑 말고도 생선회와 어울리는 와인들이 얼마든지 있는데 말입니다. 예를 들어 부르고뉴의 샤블리나 호주 에덴 밸리의 드라이 리슬링, 루아르의 뮈스까데 같은 와인들도 생선회나 생선 요리와 잘 맞는 편입니다. 그리고 스페인에서도 생선회와 잘 어울리는 와인이 나옵니다. 바로 베르데호(Verdejo) 포도로 만들어 싱그러운 향과 새콤한 맛을 지닌 와인이죠. 비네도스 싱글..
이탈리아에는 350개 이상의 양조용 포도 품종이 생산된다고 합니다. 20개의 주요 와인 지역에서는 이처럼 다양한 포도 품종을 이용해 저마다 개성 있는 와인을 만들어냅니다. 엘리스 보나코르시 발 세라사 에트나 로쏘(Alice Bonaccorsi Val Cerasa Etna Rosso) DOC는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의 토착 품종인 네렐로 마스칼레제(Nerello Mascalese) 80%와 네렐로 카푸쵸(Nerello Cappuccio) 20%를 블렌딩해서 만듭니다. 처음 이 와인을 블라인드 테이스팅 했을 때는 피노 누아나 네비올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네렐로 마스칼레제 품종은 피노 누아와 네비올로를 섞어놓은 듯한 특성이 있기 때문이었죠. 시칠리아에서는 이 품종으로 로제 와인도 만드는데 이 와인을 로사토..
Level 3 Level 3 Award in Wines & Spirits International Higher (Level 1 Award in Spirits) 와인비전에서 2013년 8월 19일부터 8월 28일까지 WSET Level 3 고급 단기집중과정을 개강합니다. WSET 고급 과정 (WSET Level 3 Award in Wines & Spirits)은 영국의 세계적인 와인 및 주류 교육 기관인 WSET의 교육 과정 중 현재 한국에 개설된 가장 높은 수준의 WSET 인증 과정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여러분은 세계 각지의 와인과 스피리츠에 관한 한층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하고 높은 수준의 테이스팅 기술을 훈련할 수 있으며, 인증 자격증도 딸 수 있습니다. 인증 시험은 국문으로 출제되는 인터내셔날 하이..
오늘 소개할 와인은 지난 주 일본 여행을 가서 우연히 마시게 된 프랑스 보르도 오 메독 지역 와인, 페르모렝 드 빌조르쥬(Peyremorin de Villegeorge)입니다. 환율탓도 있겠지만, 소매점에서 2만원 정도에 오 메독 와인을 구할 수 있다는데 흥분한 나머지 그대로 질렀습니다. 코르크를 오픈하고 테이스팅을 했는데, 이건 마치 생전 처음 레드 와인을 맛 보았을 때 느꼈던 바로 그 시금털털한 맛이 밀려오는 겁니다. 이건 뭐지 잘못 골랐나?하는 생각이 살짝 들었으나,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기다림은 결국 또 다른 실망을 안겨줄 때도 있지만, 기다리는 동안에 얻는 설레임도 무시 못하죠. 마치 로또를 구입하고 번호가 발표될 때까지 1등에 당첨되는 상상을 하면서 므훗해하는 모습과 같다랄까요..
휴가 마지막 날 아쉬움을 달래며 쇠고기 구이와 함께 와인 한 잔을 마셔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물론 저는 다이어터니까 진짜 한 잔만 마시자는 다짐을 굳건히 했지요. 그러나 무릎을 꿇었습니다. 와인을 마신 입에 고기를 넣는 것은 성지를 훼손시키는 만행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경쾌한 산도, 가볍게 입 안을 감싸고 도는 부드러운 질감, 신선한 허브향과 스파이시, 붉은 과일류의 달짝지근한 향에 더해지는 흙냄새, 나무 냄새와 육고기 냄새 등이 어우러지며 길게 이어지는 여운이 마치 "얇은 사 하이안 꼬깔은 고이 접어 나빌레라" 하는 것 같더군요. 그리고 마지막 방점처럼 찍히는 짜르르한 탄닌(절대 투박하게 덥썩 들러붙지 않습니다.). 조금만 마셔야지 했던 건 공허한 다짐이었고 마지막 한 방울까지 알뜰하게 마시고..
우리에게 익숙한 메독 와인지역은 통상 오 메독(Haut Medoc)을 가르킵니다. 뽀이약, 마고, 생줄리안, 생떼스테프 같은 유명 와인 마을들이 모두 여기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규모는 오 메독 못지 않게 크지만 특별한 와인이 없어 와인 애호가의 관심 밖에 있던 바 메독(Bas Medoc)에서 로랑드 비(Rollan be By)라는 세계적인 와인을 만들어낸 수퍼스타가 쟌 귀용(Jean Guyon)입니다. 라 끌라르는 그가 2000년에 매입하여 새로운 와인으로 변모시킨 와인입니다. 새로운 와인메이킹 팀은 인수한지 불과 2년만에 쟌 귀용 스타일의 2002년 라 끌라르를 만들어 냈습니다.최근 지인 몇 명과 함께 2002년 라 끌라르를 테이스팅했습니다. 큰 기대 없이 단지 식사와 잘 어울리길 바랐습니다.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