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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유학시절을 돌이켜 보면 지금에 와서 참으로 후회되는 것 중에 하나이면서 사실 당시로서는 어쩔 수 없었던 것이 하나 있으니, 바로 와인입니다. 프랑스에 있을 때 이거저거 많이 마셔보았으면 좋았을 걸 하는 후회가 밀려오는가 하면, 가난한 유학생 신분으로 그 정도 맛봤으면 됐지 하며 합리화를 합니다. 유학 초창기였던가, 선배 형님집에 놀러갔다가 난생 처음 와인으로 술에 완전히 취한 적이 있었습니다. 둘이서 세 병을 마시고 마지막에 입가심으로 노르망디산 깔바도스를 들이켰죠. 그 다음날 나는 다시는 술을 안마시겠다며 절주를 선언했습니다. 아마 그때부터인가봅니다. 술마신 다음날 다신 술 안마시겠다고 헛소리하는 버릇이 생긴게... 저에게 와인의 숙취로 머리가 뽀개지는 듯한 아픔을 몸소 깨우치게 만들어준 그 친..
상황 1. 늘어지게 늦잠 자고 일어나 겨우 양치만 하고 '거지 코스프레'로 인터넷 검색에 빠져 있을 때. "카톡 왔숑!" -친구야, 심심해서 너네 집에 놀러 가련다.- 냉동실에 상시 대기 중인 신김치와 두부로 속을 채운 주먹만한 못난이 만두. 냉장실 야채칸에서 간택되길 기다리는 버섯이며, 채소들을 몽땅 소집한 뒤에 대체 언제부터 들어가 있었는지 알 수 조차 없는 프랭크 소시지를 '네가 오늘 귀한 쓰임을 받는구나..' 하는 은혜로운 마음을 담아 살짝꿍 성형을 통해 쭈꾸미로 변신. 이렇게 대충 긁어 모아 한 잔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와인 반피 끼안티 클라시코(BANFI CHIANTI CLASSICO). 자연 그대로의 거지꼴로 앉아 연예인 얘기에서 지인 뒷담화로 끝나는 전혀 우아하지 않은 수다로도 상대의 ..
드니 뒤부디에(Denis Dubourdieu)는 미쉘 롤랑(Michel Rolland)과 쌍벽을 이루는 세계적인 와인 컨설턴트이자 보르도 대학의 최고 권위의 양조학 교수로 알려져 있습니다. 와인 공부를 하면서 책에서만 보던 그를 직접 만난 건 최근 일입니다. 양조학 전문가로서가 아니라 샤토 오너로서의 그를 만난 것이죠. 그의 집안은 대대로 와이너리를 소유하고 와인을 직접 만들어 오고 있었습니다. 샤토 레농(Chateau Reynon)은 우리에게 별로 알려져 있지 않은 꼬뜨 드 보르도(Cote dr Bordeaux) AC에서 만들어집니다. 우리가 대부분 알고 있는 보르도의 프리미엄 와인AC가 아닌 곳임은 확실합니다. 이런 곳에서 세계적인 양조학 전문가가 와인을 만들고 있다니… 과연 어떤 와인이 나올까 궁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