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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의 교향곡(Symphony of Aromas)". 토레스가 아트리움 씨리즈를 기획하면서 내세운 모토(Motto)입니다. 그리고 아트리움 샤도네는 그 모토를 아주 잘 구현한 와인이랄 수 있죠. 레몬, 사과, 오렌지, 조금 덜 익은 파인애플, 복숭아, 살구, 농익은 배, 모과로 이어지는 희고 노란 과일향의 변화가 놀랍습니다. 여기에 노란 꽃과 꿀 내음이 살짝 풍기며, 오크와 미네랄 같은 다양한 향이 나죠.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바닐라와 버터, 토스트의 향이 점차 진하게 나오기 시작합니다. 수 없이 다양한 향이 어우러져 멋진 풍미를 자아내는 것이 실로 향의 교향곡이라 할만 하네요. 이처럼 멋진 화이트 와인을 만들기 위해 토레스는 샤도네와 스페인 토착 품종인 파렐라다(Parellada)를 썼고, 와인의 1..
페니키아인들은 단순히 와인을 갖다 팔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더 좋은 상품을 위해 그들은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 기술의 개발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죠. 그 결과 오늘날에도 그 기본적인 형태가 전해 내려오는 기술들을 많이 개발했습니다. 페니키아의 북아프리카 식민도시에서 출발한 카르타고(Carthago)의 작가인 마고(Mago)는 와인 양조에 관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그의 저작은 현재 원본이 전해지지 않지만 그리스와 로마인들의 저작에서 인용된 내용을 통해 당시 카르타고, 즉 페니키아인들의 와인 양조 실력을 엿볼 수 있죠. 그들은 기상학과 지형학에 밝아 포도를 평지에 심는 것보다 경사지에 심었을 때 더 좋은 열매를 수확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다양한 포도 종류와 각 포도의 스타일을 파악하고 있었으며, ..
와인을 만드는 데 쓰이는 포도 품종 중 대다수가 바로 유럽 포도나무라고 알려진 비티스 비니페라 종입니다. 이 품종은 본디 중동지역에서 유래한 것으로 지난 수천 년 동안 경작되면서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포도 품종으로 발전했습니다. 비티스 비니페라 품종은 오늘날 포도가 자라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퍼져 있습니다. 새로운 포도원에 포도나무를 심을 때는 언제나 모체나무로부터 잘라낸 가지를 사용하지 절대로 종자를 새로 뿌리지 않습니다. 포도 종자를 심어서 키울 경우 품종의 특성대로 자라지 않고 각각의 종자가 완전히 새로운 품종으로 자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포도씨가 발아하여 제대로 자라는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대다수가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와인을 만들 수 있는 다른 비티스 속에는 비티스 라브루스카(..
보나르다는 아르헨티나에서 말벡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재배되는 적포도 품종입니다. 말벡만큼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가장 전통적인 포도 중의 하나로 아르헨티나 와인의 다양성을 보여 주는 또 하나의 품종입니다. 이탈리아에도 보나르다로 불리우는 포도 품종이 있습니다. 이탈리아와 아르헨티나의 두 포도가 이름은 같지만 유전학적으로 같은 품종은 아닙니다. 아르헨티나의 보나르다는 오히려 말벡처럼 프랑스에서 소량 건너온 포도 품종입니다. 프랑스의 사부아 지방에 있는 코르보(Corbeau)란 품종으로 캘리포니아에서는 오래 전부터 샤르보노(Charbono)란 이름으로 심어왔던 포도지요. 아마 프랑스의 포도 이름을 원치 않아서 다른 품종임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 포도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
중앙아시아와 중동 일대에 와인 문화가 퍼졌지만 이를 지중해 연안의 국가와 민족에게 널리 퍼뜨린 것은 페니키아인(Phoenicians)들이었습니다. 오늘날의 레바논에 시돈(Sidon)과 티레(Tyre), 비블로스(Byblos) 등의 도시를 세우고 지중해 연안에 식민도시를 여럿 거느렸던 페니키아인들은 레바논을 비롯하여 이집트, 알제리아, 튀니지아, 그리스, 이태리, 스페인 그리고 포르투갈 등지로 와인을 수출했죠. 이들은 와인을 수출할 때 더운 날씨에 변질되지 않도록 송진이 들어간 올리브 오일을 와인 위에 부었는데 그 효과는 상당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기원전 750년 경에 침몰한 페니키아 배를 인양했을 때 와인이 든 항아리를 발견했는데 그 안에 든 와인이 여전히 상태가 좋았다는군요. 고대 그리스인들은 페니키아..
비티스 속의 일원인 포도나무는 본디 햇빛을 찾아서 다른 나무를 타고 올라가고, 적당한 가지를 발견하면 덩굴손을 뻗어 거기에 달라 붙는 성질이 있습니다. 포도나무의 유일한 목표는 달콤한 열매를 맺어 새들을 유인한 후, 그들이 씨앗을 다른 곳으로 운반하여 발아되게 하는 것이지요. 다른 나무와 햇빛을 두고 경쟁하면서 꽤 길게 뻗어나간 포도 덩굴은 번식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엄청난 속도로 자라는 성향이 있습니다. 만일 울창한 삼림지역이라면 수분과 영양분을 빨아들이기 위해 다른 나무와 치열한 경쟁을 벌어야 하므로 넓고 깊은 뿌리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모든 식물은 자연적으로 종자가 들어있는 열매를 생산합니다. 만약 식물의 생존에 전혀 위협이 없다면 균형 잡힌 상태로 자라서 번식에 필요한 열매를 맺고 식물의 크..
밤11시쯤이 되면 텔레비젼에서 맥주 광고를 합니다. 하얀 크림같은 거품에 구수하면서 쌉싸름한 라거의 풍미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영상과 음향은 뇌를 자극하고, 어느 샌가 손엔 맥주잔이 들려있습니다. 와이어드 뉴스(Wired News)에 따르면,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학자들이 12,000명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시행한 연구에서, 맥주를 많이 마시는 사람들은 배가 많이 나왔으나, 와인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은 거의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합니다. 특히 늦은 밤 마시는 맥주는 뱃살로 직행하겠죠? 와인을 마실 때는 그렇지 않은데, 맥주를 마시고 나면 곡류를 발효시킨 양조주라서 그런건지 밥을 먹은 것처럼 금새 포만감을 느끼게 됩니다. 편견일지는 모르지만, 맥주를 많이 마시는 독일인이 와인을 많이 마시는 프랑스인..
누구에게든 쥐약인 날이 있습니다. 저는 비 오는 날, 구름이 잔뜩 낀 날. 어쨌든 기압이 낮은 날에는 최악의 컨디션을 보입니다. 월요일, 화요일에 비 옴. 수요일은 두꺼운 구름이 손가락으로 찔릴 듯이 낮음. 이는 곧, '나를 찾지 말지어다.'의 날입니다. 몸은 기름을 다 짜낸 깨 쭉정이 같고, 반대로 신경은 날카롭고, 뭘 해도 억지로 하게 되니 이런 날은 다툼도 많습니다. 이런 날은 최소한의 동선에서 최대한 얌전하고 조용히 지내는 것이 상책입니다. 와인 애호가들에게는 첫사랑 와인이 있을 겁니다. 샤또 브란 깡뜨냑(Chateau Brane Cantenac)은 '와인은 보르도 와인이 가장 마실만 하대.' 하던 시절에 우연히 추천 받아 지금은 셀러에서 떨어뜨리지 않는 와인이 되었습니다. 이 와인을 마시고 향에..
어제 보르도 와인 테이스팅에서 저의 관심은 샤토 깐떼그릴(Chateau Cantegril)에 가 있었습니다. 과연 어떤 수준의 소떼른(Sauternes) 와인일까 궁금했고, 다른 참석자들은 스위트 와인을 어떻게 받아들이나 궁금했습니다. 2009년산 샤또 깐떼그릴이었는데 코에서 느끼는 향은 샤또 디켐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아직 장기 숙성으로 생기는 복잡하고 깊은 향은 아니었지만 벌꿀 향과, 꽃 향기, 잘 익은 오렌지, 그리고 빠져서는 안되는 약간의 곰팡이 향을 풍성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입안에 한 모금 마셨습니다. 스위트 와인이 주는 달콤함이 행복감을 느끼게 해줬죠. 엄청나게 높은 당도임에도 적당한 산도가 받쳐주니 질리지 않는 달콤함입니다. 쌈쌈한 끝 맛은 입안을 개운하게 해줍니다. 이 정도 향과 풍미라면 ..
고고학자들은 출토되는 유물을 통해 후기 신석기 시대나 초기 청동기 시대부터 와인을 양조하기 시작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8천년 전부터 와인을 만들어 왔을 것이라고 보는거죠. 처음 와인을 만든 곳은 코카서스와 중동 사이의 그루지아(Georgia) 지방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와인을 양조할 때 쓰던 단지가 발굴되었는데, 그 안에 남은 흔적의 연도를 측정해보니 기원전 8천년 전의 것이더랍니다. 고대 그루지아인들은 땅 속에 항아리를 묻고 수확한 포도를 저장했는데,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며 포도가 와인으로 변하는 것을 발견했다는군요. 그후 그루지아인들은 본격적으로 와인을 양조하기 시작했고, 오늘 날에도 이런 방식으로 와인을 많이 만들고 있습니다. 그루지아에서 발견(?)된 와인 양조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