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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밤의 추억을 위해 - 도멘 탕피에 뀌베 라 미구아 본문
프랑스에서는 무흐베드르(Mourvedre), 스페인에서는 모나스트렐(Monastrell), 호주에서는 마타로(Mataro)라고 부르는 포도는 우리나라에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품종입니다. 더운 지방에서 잘 자라고 탄닌과 색소가 많은 무흐베드르는 와인으로 만들었을 때 맛이 너무 강렬해지곤 하기 때문에 쉽게 친숙해지기 어려운 편이죠. 저도 처음 무흐베드르 와인을 마셨을 땐 그 파워에 질리고 말았답니다.
하지만 이 포도를 여러 곳에서 재배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겠죠? 기본적으로 이 포도는 당분과 탄닌, 색소가 풍부하고 오크와 친화력도 좋기 때문에 고급 와인으로 만들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과일향도 다양하고 풍부하게 나오는 편이죠. 프랑스 남부에서는 일찌기 무흐베드르를 그르나슈와 블렌딩해서 뛰어난 레드 와인과 로제 와인을 생산해왔는데, 방돌(Bandol)은 가장 대표적인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방돌의 핵심 지역에 자리잡은 도멘 탕피에(Domaine Tempier)는 루이 15세 이전부터 와인을 생산해왔고 1885년 와인 평가 대회에서는 금메달을 수상했을 정도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와인 생산자입니다. 뀌베 라 미구아(Cuvee La Migoua)는 무흐베드르를 50% 가량 넣은 와인으로 잘 숙성된 탄닌과 풍부한 산도를 지녔고, 검은 과일과 오크, 미네랄의 풍미가 복합적으로 섞인 우아하고 탄탄한 와인이죠. 밤 기운이 쌀쌀해지기 시작하는 요즈음, 숯불에 고기 구워먹을 때 곁들이면 멋진 추억을 안겨줄 와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와인 전문 블로그 'Cave de Maeng의 창고 속 이야기' 운영자 맹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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