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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경화의 즐거운 와인 생활> 레이블은 당신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 YALUMBA y, Shiraz Viognier 2012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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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경화의 즐거운 와인 생활> 레이블은 당신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 YALUMBA y, Shiraz Viognier 2012

와인비전 2015. 3. 10. 10:08

와인은 농산물입니다. 농부가 재배하는 포도로 만들어진 과실주로 지역의 특산물이지요.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전라도의 모시 송편이나 돌산 갓김치 같다는 것이지요. 우리가 와인을 얘기할 때 떼루아, 와이너리의 철학, 와인에 얽힌 스토리 등을 빼놓지 않고 이야기 하는 것은 이것이 단지 농산품이 아닌 그 이상의 문화 유산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 합니다. 와인을 소재로 한 일본 만화인 '신의 물방울'이나 '소믈리에르'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와인에 대한 스토리텔링은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새로운 이미지가 계속 더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와인은 농산품이야라고 얘기를 할 때의 대개는 살짝 어리둥절하다가 "아아 그렇지." 하는 반응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먹는 것이 곧 인간의 삶의 역사였고 그것이 지속되며 만들어진 것이 문화다'라는 것은 좀 낯선 모양입니다.


와인의 마케팅에 있어서도 역시 문화적인 측면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생산자의 세미나라든가 수입자의 세미나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 하는 이야기의 내용은 와인의 맛이 아닙니다. 이 와인을 만들기 위한 포도가 어떻게 재배되었고, 그 포도를 재배할 수 있는 환경은 어떻고,  와인 맛의 지향점과 결국 와이너리가 추구하는 와인의 최종을 위한 모두의 노력을 이야기 하지요. 그 후에 와인을 시음하고 와인이 내는 맛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집니다. 긴 이야기 끝에 맛 본 와인의 맛은 인과의 열매처럼 느껴지지요. 단순한 과실주의 맛이 아니라 긴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결말의 한 방울이 내는 인고의 맛이 느껴집니다. 너무 오버하는 것 아니냐고요?

 

와인을 알아 갈 수록 인간의 감각 기관에서 느껴지는 1차원적인 자극에서 벗어나 공감각적인 자극이 느껴지는 신비로운 체험이 생겨납니다. 와인 한 병에 담긴 긴 스토리는 아주 가까운 곳에서 우리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답니다. 바로 레이블이죠. 손바닥만한 레이블은 단순히 와인이 만든 와이너리와 지역, 빈티지, 품종 뿐만 아니라 그들이 추구하는 것을 은유적으로 담고 있지요.

 

얄룸바 y 시리즈 쉬라즈-비오니에. 콧바람까지 내뿜으며 도약하는 들어 올린 앞 발. 기운 찬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레이블에 있는 말은 얄룸바의 '과거'를 상징한다고 한다고 합니다. 농기계가 없던 시절 말은 포도원을 가꾸는데 필수적인 노동 자원이었지요. 또한 지금은 승마와 경마를 통해 호주인들의 일상에 깊이 자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얄룸바' 의 뜻은 호주 원주민의 말로 '이 모든 땅'을 의미한다고 하고합니다. 이 와이너리는 1849년 영국인 이주민인 새뮤엘 스미스가 설립했지요.

 

이후 가족 경영체로 성장한 얄룸바는 경영인이 한 번도 바뀌지 않은 호주에서 가장 오래 된  가족 경영체 와이너리로 자긍심이 강한 와이너리로, 와인에 대해 지속적인 호기심, 새로운 도전, 빈티지마다 고유한 개성을 살리며, 음식과의 즐거운 매칭, 와인에서 느껴지는 포도 자체의 풍미 살리기. 등을 와인 철학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얄룸바는 그들의 정체성을 이야기 하기 위한 상징으로 '말'을 내세움으로서 오래된 전통과 도약하는 미래에 대한 포부를 자신있게 드러내고 있지요. 레이블에 '말'이 등장하기 이전에는 '개'가 쓰이기도 했는데요 이 당시 '개'의 의미는 '유대'였다고 합니다.

 

이 역시 오랜 세월 가족 공동체로서 와인을 생산해 온 얄룸바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상징으로 적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와 같이 레이블은 한 병의 와인이 갖는 역사와 문화를 설명하고 있는 중요한 안내자의 역할을 하고 있답니다. 흥미로운 이야기와 함께 한다면 와인을 즐기는 또 다른 재미를 더할 수 있겠지요. 이런 이유로 와인의 가장 좋은 안주는 바로 '수다'라는 이야기도 생겨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쉬라즈와 비오니에 블렌딩은 프랑스 북부 론 꼬뜨 로띠의 전통적인 블렌딩 방법입니다. 약 5% 정도의 비오니에가 블렌딩되면서 와인은 부드럽고 둥글게 느껴지는 유질감을 더해지고, 꽃향기가 더해지면서 우아한 모습을 나타내지요.


쉬라즈와 비오니에 모두 북부 론의 대표적인 품종이지만 북부 론보다는 온화한 기후를 가지고 있는 호주 바로사 밸리에서는 보다 풍부한 과실향을 즐길 수 있는 와인을 생산할 수 있어서 이미 호주의 대표적 품종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또한 북부 론 보다 온화한 기후는 포도의 숙성도를 높여 보다 높은 알콜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풍부한 과실향과 이를 뒷받침하는 알콜의 밸런스로 부드러운 질감과 향을 즐길 수 있는,  북부 론과는 또 다른 스타일이라고 볼 수도 있지요.


전통적 가치와 미래를 향한 힘찬 도약을이야기하는 얄룸바. 긴 겨울을 끝낸 새 봄, 새로운 계획으로 출발하는 의미로 한 번 즐겨 볼 만한 와인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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