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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경화의 즐거운 와인 생활> Chateau Poujeaux 2007. - 잘 익은 보르도 경험하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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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경화의 즐거운 와인 생활> Chateau Poujeaux 2007. - 잘 익은 보르도 경험하기

와인비전 WSET 와인비전 2015. 3. 10. 10:06

와인하면 프랑스. 프랑스 와인하면 보르도. 보르도 하면 메독. 하는 공식은 와인 초보자들이 제일 먼저 듣게 되는 말일텐데

와인을 경험하면서 진짜 감동적으로 맛있는 보르도 와인을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단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시장에서 만나는 보르도 와인은 

대개가 아직은 오랜 시간 보관이 필요한 상태의 와인인 경우가 많고,

와인 전문가들이 높은 점수를 준 보르도 와인들은 몸값이 만만치 않습니다.

와인을 이제 접하기 시작한 입문자가

와인하면 프랑스 보르도라는 공식이 성립될 수 밖에 없음을 느끼게 할 와인을 만나는 방법은

재력도 있고, 와인에 대한 경험도 풍부한 서포터를 만나는 방법밖에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제 포스팅을 찬찬히 읽어 보시는 것도 약간의 도움이 되기는 하겠군요.



미국이나 칠레, 뉴질랜드 등 기타의 신세계의 와인 시장이 성장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아마도 속도전일겁니다.

프랑스 와인이 제대로 익는데 걸리는 시간보다 훨씬 빠르게 맛을 낼 수 있는 신세계 와인들은 

소비자의 입맛을 쉽게 사로잡았지요.

특히나 시간과 공을 들여 와인의 섬세함과 우아함을 느끼기에는 

경험과 집중력이 다소 떨어지는 사람들이 와인에서 느끼게 되는

낯섦이라는 벽을 신세계 와인들은 폭발하는 과실향과 묵직한 질감, 윤곽이 뚜렷한 바디 등으로 

사정없이 깨 주면서 초보 와인 애호가라는 명찰을 찬 그들을 와인의 길로 인도해 주었지요.

진입이 쉬운 신세계 와인에 익숙해질 무렵이 되면 

슬슬 비용을 더 들여서라도 유명하다고 하는 보르도 와인을 만나고 싶어 합니다.

꽤나 유명하다고 하는 샤또의 이름을 단 와인들을 마시고 싶어지지요. 

그러던 중 샵에서 만나게 된 로망인 '그 와인'을 큰맘 먹고 구입을 하고

고이고이 몇 달을 간직하다가 뭔가 내 삶에 중요한 이벤트가 있는 그날 드디어 오픈을 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는.... 열이면 여덟 이상은 실망을 하게 될 겁니다. 와인은 뭔가 딱딱하고, 묽고, 밍밍할테니까요.

물론 저도 이 이야기에 포함되는 한 사람입니다.

저는 샤또 샤스 스플린이 그랬고, 샤또 몽페라가 그랬고, 샤또 딸보도 그랬습니다.

수확하는 해의 기후가 안 좋았느니, 보틀의 컨디션이 안 좋았느니, 

와인에 대한 평가가 너무 과평가 되었느니 하는 얘기들은 둘째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아직 '마실 시기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지요.



그러면 언제 마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또 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됩니다.

어떤 이야기를 들으면 오늘 날의 와인은 옛날의 와인처럼 오래 숙성 시킬 필요가 없이

(오랜 숙성이 필요한 와인은 극히 일부라고도 하지요)

출고된 해의 3~5년 이내에 마셔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지요.

그렇다고 누군가가 그 많은 와인들의 이름을 일일이 알려 주면서 

'이 와인은 출고 된 지 몇 년 안에 마셔라' 혹은 '몇 년을 숙성 시킨 후 마셔라'

하고 알려 주는 사람도 없고 아주 답답할 노릇일 겁니다.

이런 상황에 닥치게 되면 와인을 공부해야 하는가 싶은 생각이 들게 됩니다. 

혹은 이렇게 마시기 복잡한 술 따위는 포기를 하게 되든지요.

여기서 나오는 정답 한 가지는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누구의 말을 들어서, 어느 저명한 와인 전문가의 책을 읽어서가 아닌 

내 몸으로 직접 체험한 경험만이 잘 익은 보르도 와인을 알게 되는 것이지요.



보르도 물리스 메독 지역의 Chateau Poujeaux.

정말 우연히 테이블 와인 몇 병을 살까 해서 들려 본 마트에서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2007 년이면 시간도 꽤 들었구요. 

레이블의 상태나 병 목에서 확인할 수 있는 와인의 양도 많이 줄지 않았으니 아무렇게나 방치되다가

설 맞이 재고 덤핑 상품으로 나온 아이 같진 않아서 좋은 가격에 구입을 했습니다.

까베르네 쇼비뇽과 멜롯이 주요 블렌딩 품종이고,  

까베르네 프랑과 쁘띠 베르도가 소량 블렌딩 된 전형적인 보르도 스타일입니다.

첫 향으로 느껴지는 감초와 담배, 허브의 향기들.

이후 느껴지는 빵, 카시스, 블랙 커런트, 흙, 낙엽의 향기들. 

마지막 여운으로는 쌉싸름한 다크 초컬릿과 볶은 견과류의 향과 그 껍질의 냄새들.

맑은 질감에 켜켜히 레이어드 된 향들이 순서대로 느껴지면서 시간이 흐르자

숨겨져 있다 서서히 드러나는 듯한 탄닌의 존재가 나타나더군요.

부드럽게 녹아 있다가 서서히 입 안을 조여오는 탄닌의 긴장감과

얌전하게 오르는 알콜의 기운과 신선함을 확인시켜 주는 듯한 산미의 조화.

좋은 가격으로 맛있는 보르도 와인을 경험했습니다. 



매우 유명한 와인도 아니고, 스타의 와인으로 이름을 떨친 와인도 아니며, 

영향력 있는 와인 평론가에게 높은 점수를 받은 와인도 아닙니다.

물론 보르도 5대 샤또의 와인도 아니고, 

유명 샤또의 밭과 인접하다는 이유로 그 후광을 받고 있는 와인도 아닙니다.

전형적인 보르도 블렌딩으로 잘 만들어지고, 잘 보관 된 상태의 잘 익은 보르도 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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