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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도의 수퍼스타 - JL 뚜네뱅의 트로와 드 발랑드로

와인비전 WSET 와인비전 2013. 2. 2. 10:00


작년 9월에 쌩-떼밀리옹(St-Emilion)의 등급조정이 있었습니다. 여러 업체의 등급조정이 있었지만 단연 압권은 단번에 두 단계를 뛰어 오른 뚜네뱅(Thunevin)의 샤또 발랑드로(Ch. Valandraud)였습니다. 당대에 한 단계 상승도 어려운데 불과 23년만에 무명의 개러지 와인에서 보르도 최고의 와인 반열에 오른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궁금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이 궁금증은 JL 뚜네뱅(Thunevin)을 직접 만나고 나서야 어느 정도 풀릴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안 사실이지만, JL은 영어를 한 마디도 못했습니다. 프랑스인이 영어를 잘 못하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JL은 읽을 줄도 모른다는 것이었죠. 가정형편이 여의치 않아 고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때문이랍니다. 말단 은행직원이었던 그가 0.6헥타르의 자그마한 포도밭에서 새로운 와인을 만들겠다고 죽기살기로 매달린 것은 그의 헝그리 정신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엄청난 에너지의 소유자였습니다. 세 시간 가량 식사를 하며 대화를 했는데, 그는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얘기를 해댔습니다. 그것도 얼마나 빨리 말하는지 프랑스에서 8년 가까이 살았던 저도 그의 말을 20% 밖에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이제껏 그와 같은 에너지를 내뿜는 사람을 본 기억이 없었습니다.

개러지 와인의 선구자로서 기존 틀을 깨는 그의 혁신은 와인메이킹에서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알고 보니 그의 혁신적 사고는 거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보르도 와인 유통에서 철옹성과도 같은 플라스 드 보르도(place de Bordeaux)를 무시하고 있었습니다. 만든 와인의 대부분을 직접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기존 플레이어들로부터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견제와 방해를 받았을까요? 그러나 보르도 최고의 와인 메이커로 우뚝 선 그를 이제는 누구도 무시할 수 없고 오히려 와인을 할당 받기 위해 줄을 선다고 합니다. 혁신이 이룬 후발주자 왕따의 위대한 승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가 만드는 최고의 와인인 샤또 발랑드로는 아직 제대로 시음을 못했습니다. 단지 여러 병을 갖고 있을 뿐이죠. 다음 기회에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번엔 그 대신 세컨드 와인이라고 할 수 있는 트로와 드 발랑드로(3 de Valandraud)를 소개합니다. 우리가 큰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는 이 와인은 잘 만들어진 와인이 어떤 것인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얼마전 2006년 빈티지를 테이스팅했습니다. 2006년은 그다지 좋은 빈티지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에 댔을 때 느껴지는 깊고 풍성하며 복잡한 아로마에 놀라게 됩니다. 입에서는 모난 구석이나 거친 끝맛이라고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습니다. 정말 맛갈납니다. 가벼움이나 단조로움이 아닌 겹겹이 느껴지는 복잡한 향과 균형 잡힌 우아함이 느껴지죠. 지금 마셔도 좋고, 몇 년 후에도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할 수 있겠습니다. 트로와 드 발랑드로가 이 정도니 샤또 발랑드로는 어떨지 기대가 됩니다.

<올드 앤 레어 와인(OLD & RARE WINE) 대표 박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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