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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그와 거친 그녀 같은 병천 순대 그리고 부르고뉴 피노누아 - 니꼴라스 뽀뗄, 뉘-생-조르쥐 비에이유 빈뉴 2006 본문

7인 7색 와인투데이

섬세한 그와 거친 그녀 같은 병천 순대 그리고 부르고뉴 피노누아 - 니꼴라스 뽀뗄, 뉘-생-조르쥐 비에이유 빈뉴 2006

와인비전 2013. 2. 3. 10:00


저는 등산을 하면서 생각의 정리를 많이 합니다. 그래서 여름보다는 겨울 등산을 더 좋아하고요. 일단은 조용하고, 날이 차가울수록 숨도 덜 차고, 생각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젠 날이 따뜻해졌잖아요. 오늘은 중턱까지도 못 올라갔는데 물은 반통이나 마셔버렸고 마음으로는 전망대까지만 가자 싶더군요. 그렇게 힘들게 발을 옮기는데 순간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

'나는 순대가 먹고 싶다. 따뜻하고, 돼지 피와 채소가 속을 채우고 있는 천안 병천 순대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정상을 찍고 내려와야 순대를 먹을 염치(?)가 생긴다.'며 없던 기운이 솟구칩니다.

물론 여기서의 '순대'는 오로지 '순대'만 이야기 하는 게 아니지요. 순대와 와인입니다. 그리고 와인은 작년, 아주 우연한 기회에 순대와 함께 마셨던 니꼴라스 뽀뗄, 뉘-생-조르쥐 비에이유 빈뉴 2006(Nicolas Potel, Nuit-Saint-Georges Vieilles Vignes 2006). 

소중하고 조심스럽게 다루어주어야 할 것 같은 부르고뉴 피노누아와 비주얼만 봐도 ‘너 정말 막 생겼구나.’ 싶게 우악스러운 전통 순대가 안 어울릴 것 같지요? 그리고 좀 비린 맛도 올라올 것 같지요. 그런데 그게 참 희안하게도 우연한 경험이었던 그날이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잘 어울렸답니다.

와인의 어떤 맛이 순대의 어떤 맛과 만나 상호 보완을 하면서 잘 어울리더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은데 입 안에서는 마치 처음부터 그렇게 즐겨왔던 것처럼 그렇게 자연스럽게 잘 어울리더군요. 시험 삼아 뉴질랜드의 어린 피노누아와도 순대를 먹어 봤는데 그건 안 어울렸어요. 부르고뉴 루즈라고 하더라도 4,5년은 숙성이 된 부르고뉴의 피노누아와는 기막히게 잘 어울렸는데 말이지요. 오늘은 저 녀석이 아닌 다른 부르고뉴 피노누아가 대기 중이긴 하지만 저 녀석과의 그날의 마리아쥬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즐거운 글을 쓰는 村筆婦 백경화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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