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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서 와인을 보다 3편 – 와인, 인류의 정신 문화를 담아내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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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서 와인을 보다 3편 – 와인, 인류의 정신 문화를 담아내다.

와인비전 2013. 5. 19. 10:00


개인전을 앞둔 맹기호 작가는 그림을 얼추 마무리 한 후 갤러리 대표를 만나서 "뭔가 2%가 부족한데 이건 내가 죽어야 될 것 같아." 하면서 웃더랍니다. 그리고 이틀 후 맹기호 작가는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21세기 인기 만화 영화 주인공으로 몸을 가득 채운 서양의 미의 여신 비너스. 그녀는 동양의 정신을 상징하는, 꽃이 만개하고 가로로 뻗은 늙은 매화 가지에 세로 선처럼 앉아 있습니다. 씨실과 날실이 교차하듯 자리한 두 개체들은 하늘 빛인지 물 빛인지 알 수 없는 공간에 떠 있듯이 위치해 있고 그것들의 배경은 분명 푸른 빛이지만 선비의 고매한 정신과 굳은 절개를 보이는 유(柔)한 어조의 시와 만나면, 또 조선 사대부의 옥색처럼 느껴지기도 하지요. 어떤 날은 이 작품에 정신이 팔려서 작품의 양각된 부분을 손가락으로 쓸어 보면서 작품을 촉감으로 느껴보기도 합니다. 과장을 좀 해 보자면 인류가 이룩한 정신 문화의 정수들이 한 폭의 그림으로 집중되어 있는 것 같은 숭고함까지 느껴지는데다가 작품 탄생에 방점을 찍은 듯한 작가의 죽음까지 이 작품 하나가 제게 전달해 주는 이야기는 깊고 새로운 감동을 낳게 합니다.

돈나푸가타의 앙겔리(Donnafugata Angheli)는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토착 품종인 네로다 볼라와 인터내셔널 품종인 메를로가 반씩 섞여서 만들어졌습니다. 돈나푸가타라는 이름과 그들이 만들어 낸 와인 이름. 그리고 와인의 얼굴인 레이블은 시칠리아의 역사와 문화 예술을 담았습니다. 자신들이 갖고 있는 무형의 자산을 물질화시켜 세계와 소통하게 하고 그 안에는 전통과 현대, 문화와 예술로 교류하려는 그들의 정신을 담았습니다. 

앙겔리는 잘 익은 과실의 달콤한 향과 진한 색으로 매우 유혹적인 첫 인상을 지녔고, 미감과 촉감으로 느낄 수 있는 살아있는 산도와 바디감은 부드럽지만 꼿꼿한 풍모를 보여줍니다. 이후 느껴지는 흙냄새, 먼지 냄새 등의 땅을 느끼게 하는 긴 여운은 그들의 무형적 자산이 세계를 향해 어떤 울림을 주고 있는 듯한 느낌까지 받게 합니다.   

<즐거운 글을 쓰는 村筆婦 백경화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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