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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농 프론삭의 샤토 까산 오 까농 라 트루피에 2003 본문

7인 7색 와인투데이

까농 프론삭의 샤토 까산 오 까농 라 트루피에 2003

와인비전 2013. 6. 22. 11:55



오늘 소개하는 와인은 보르도의 아주 작은 아뻴라시온인 까농 프론삭(Canon Fronsac)의 와인입니다. 프론삭/까농 프론삭 지역은 생떼밀리온과 인접한 보르도 우안 지역인데, 18, 19세기까지는 보르도에서 높은 성가를 누렸으나 불행히도 지금은 메독과 생떼밀리온에 묻혀 일부 와인애호가들 사이에서나 좀 알려져 있을 뿐입니다. 저도 그동안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까농 프로삭을 방문하고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보르도라고는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보르도 하고는 너무 다른 곳이었습니다. 우선 경치가 달랐습니다. 편평한 메독 지역과 달리 언덕들이 많고 힐사이드에 포도밭이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유사한 곳을 생각해보니 투스카니 지역의 구릉이 떠올랐습니다. 또 다른 차이점은 아주 작은 패밀리 와이너리들이 세대를 이어오며 개성있는 와인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소박하고 사람 냄새나는 와인메이커들이었습니다.

샤토 까산 오까농(Chateau Cassagne Haut Canon)은 힐톱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힐톱 사방으로 포도밭이 조성되어 있고 와인너리에서 멀리 도르도뉴(Dordogne) 강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동, 서, 남, 북향으로 포도밭이 있다보니 미세기후(micro climate)가 다 다르고 거기에 따라 다른 품종을 재배하고 있었습니다. 메를로, 까베르네 소비뇽, 까베르네 프랑, 말벡 등등이죠. 까베르네 소비뇽을 재배하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보르도 우안에서는 찾기 어려운 포도 품종이니까요.

프레스티 뀌베인 2003년산 라 트루피에(La Truffiere)를 테이스팅했는데 그 우아함과 깊이에 놀랐습니다. 최근의 보르도 와인들에서 찾기 어려운 우아함과 섬세한 향기들, 버건디에서나 즐기는 매력적인 과일향과 여성스러움을 갖고 있습니다. 거기에 트러플 버섯 향이 살짝 살짝 비칩니다. 와인은 부드럽고 깊이는 끝이 없습니다. 보르도에서도 이런 와인을 만드는 와인 메이커가 있다는 사실에 기뻤습니다. 남편인 자크 뒤부아가 와인을 만들고 부인은 비지니스를 챙기는데 무척 가정적이고 소박한 분들이었습니다. 와인도 좋고 사람도 좋고. 가격도 엄청 착합니다. 또 하나의 숨겨진 진주를 찾아냈습니다.

생떼밀리온과 포메롤이 떴는데 프론삭과 까논 프론삭은 아직 못 떴고, 저는 그 이유를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다들 작다 보니 너무 커져버린 메독과 생떼밀리온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곳에 대대로 가업으로 이어오면서 가장 자기를 잘 표현하는 와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진정한 와인메이커들이 숨겨져 있다는 것입니다. 언젠가는 그들이 크게 각광 받는 날이 올 것을 기대합니다.

<르 끌로, Salon du Vin Seoul 대표 박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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