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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코스터 파커포인트를 탄 '샤또 보세주르 뒤포 라 가로스'

와인비전 WSET 와인비전 2013. 5. 10. 10:00


금요일 그 남자입니다.

2월쯤 오사카로 여행을 갔습니다. 와인샵을 안 가볼 수 없지요. 그래서 구경만 할 심산으로 이곳 저곳을 둘러보다 유럽무라(유럽거리) 쪽의 한 와인샵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와인을 보는데 괜스레 눈길이 떨어지지 않는 와인이 있었습니다. 바로 '샤또 보세주르 뒤포 라 가로스(Chateau Beausejour Duffau-Lagarrosse)'였습니다.

이 와인은 '생떼밀리옹 프리미어 그랑 크루 클라세 B'등급이며, 전시된 빈티지는 제 벌스 빈인 1979빈이었습니다. 이걸 어쩔까... 어쩔까 하다가 천사 같은 아내의 허락으로 구입을 했습니다. 이 와인은 로버트 파커 포인트 74점의 와인입니다만, 그래도 더 비싼 와인들을 모두 제치고 제가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와인 중 하나입니다. 파커 포인트를 무작정 신봉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만약 74점 정도의 와인이라면, 그렇게 과실 풍미가 약하고 산도가 좋지 않은 와인이라면 저처럼 35년이라는 세월을 견디다 못해 식초가 되어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로버트 파커가 74점을 부여한 ‘샤또 보세주르 뒤포 라 가로스’는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명실상부한 생떼밀리옹의 최고 와인 중 하나라는 것입니다. 제가 알기로 가장 평이 안 좋은 빈티지 중 하나인 1978년산은 로버트 파커 포인트 '61점' 입니다. 마트에서 만원짜리 와인도 로버트 파커 85점 이하는 그냥 넘기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셍떼밀리옹 프리미에 그랑 크루 클라세 B 등급인데도 로버트 파커는 61점을 부여했습니다.

이렇게 1970~80년대에 낮은 점수를 받아가며 세월이 흐르다 1990년 빈티지가 나오게 됩니다. 이 와인은 로버트 파커로부터 98점을 받습니다. 그리고 2009년 로버트 파커는 100점으로 점수를 상향합니다. 2010년에는 한 술 더 떠 "샤또 보세주르 뒤포 라 가로스의 90년 빈티지는 몇 번을 마셔보는데 마실 때 마다 페트뤼스로 헷갈린다"며, "다시 시음을 해보면 오히려 페트뤼스 보다 더 뛰어난 것 같다"라고 말합니다. 점수는 100점만점에 100점을 유지하였습니다.

그러나 92년 빈티지는 다시 로버트 파커로부터 82점이라는 낮은 점수를 받습니다. 이후 보세주르는 2000년 빈티지가 나올 때까지 약 10년간 80점대의 점수에  머무릅니다. 100점을 받았던 생떼밀리옹 프리미에 그랑 크루 클라세 B 등급의 와인이 10년의 세월 동안 단 한번도 파커 포인트 '90점'을 넘기지 못한 것입니다.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일이 아닐 수 없죠.

그렇게 모욕의 세월을 지내다 2009년 보세주르는 다시 로버트 파커로부터 100점을 받습니다. 디캔터로부터도 5점 만점에 5점을 받지요. 그리고 2010년 ‘샤또 보세주르 뒤포 라 가로스’는 다시 로버트 파커 '96~100점'을 받습니다. 인심 써서 평한다면 세 번째 만점인 셈이지요.

어떻습니까? 제가 보관하고 있는 1979년 빈티지는 과연 어떨까요? 식초가 되었을까요, 아니면 74점 수준의 와인일까요? 로버트 파커가 대단한 것일까요? 아니면 와이너리가 대단해서 발로 만들었다 손으로 만들었다 하면서 와인의 수준을 61점에서 100점으로 왔다 갔다 널뛰기 하게 만든 것일까요? 이 와인을 마시기 전에는 알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샤또 보세주르 뒤포 라 가로스'는 쌩떼밀리옹 최고의 와인 중 하나이며 저와 함께 같은 세월을 보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웅진홀딩스 홍보팀 윤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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