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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물과 와인 시리즈 2. – 카스텔로 드 몰리나 까르메네르 리제르바(CASTILLO DE MOLINA - CARMENERE RESERVA) 2009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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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물과 와인 시리즈 2. – 카스텔로 드 몰리나 까르메네르 리제르바(CASTILLO DE MOLINA - CARMENERE RESERVA) 2009

와인비전 2013. 3. 24. 10:00


'세상의 모든 와인은 가치있다.' 라는 말. 말은 쉬운데 아무래도 개인의 취향이 있다보니 이를 적극적으로 체험하고 느끼기는 쉽지 않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작년 초였지요. 제가 이 말을 직접 체험을 통해 느꼈다고 하면 좀 건방진 발언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놀랍고, 재밌는 경험을 하게 됐습니다. 

저는 카르메네르에 대한 매우 안 좋은 기억이 있어요. 처음 마셨던 카르메네르는 판매 직원의 추천을 받아 산 와인이었는데 그 첫 인상이 매우 안 좋았던 거죠. 코르크를 오픈하자마자 올라오는 매우 기운에 눈이 따갑더라구요. 마시면서는 좀 나아지려나 했지만 그 강한 기운은 좀처럼 없어질 기미가 안 보였고, 맛은 투박하기 이를 데 없었고,  심지어 비린 느낌도 났었구요. '아,.. 이런 몹쓸 와인이 있나 싶어서 다시는 카르메네르는 쳐다보지도 않을테야..'가 된 거죠. 

그러다가 몇 달 후 WSET를 공부하면서 시음하게 된 카르메네르는 눈까지 따갑게 하던 매운 기운과 투박한 맛을 냈던 전에 마셨던 카르메네르와는 전혀 다른 느낌과 맛을 경험하게 했습니다. 갓 로스팅한 커피의 풍미까지 느끼게 된 순간 카르메네르도 다양한 품질의 와인으로 만들어질 수 있겠구나 깨달았지요. 이런 경험 후에 시간이 지나 살짝 불안한 마음에 집어 든 몰리나.  그리고 이때 같이 곁들인 음식 중에 하나가 바로 두릅이었습니다. 

자, 여기서 유레카! 두릅과 몰리나. 서로의 향이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립니다. 처음 몰리나를 마시면서 제가 느꼈던 향은 마치 나무 젓가락을 씹는 것 같은 나뭇가지 향. 그리고 살짝 쉰 보리차 냄새 같은 걸 느꼈거든요(이것을 흙 향이라고 하는 분도 있더군요.). 그러면서 역시나 저가 카르메네르의 특징은 투박함인가보다하며 실망을 했답니다. 그러다가 두릅을 먹는 순간. “이런!”

두릅에서도 나무의 향이 있잖아요. 그리고 두릅 자체의 청량한 향이 있구요. 두릅의 이런 식물성 향이 몰리나에서 느꼈던 나뭇가지향, 쉰 보리차 향 같은 것들과 만나면서 신선한 느낌이 배가 되지 뭡니까?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향 같은 신선한 향 말입니다. 봄 두릅과 만난 몰리나를 경험하면서 '모든 와인은 가치있다.'라는 말이 훅 다가오더군요. 



<즐거운 글을 쓰는 村筆婦 백경화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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