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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테른의 스위트와인 - 샤토 깐떼그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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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테른의 스위트와인 - 샤토 깐떼그릴

와인비전 2013. 6. 1. 10:27


어제 보르도 와인 테이스팅에서 저의 관심은 샤토 깐떼그릴(Chateau Cantegril)에 가 있었습니다. 과연 어떤 수준의 소떼른(Sauternes) 와인일까 궁금했고, 다른 참석자들은 스위트 와인을 어떻게 받아들이나 궁금했습니다. 2009년산 샤또 깐떼그릴이었는데 코에서 느끼는 향은 샤또 디켐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아직 장기 숙성으로 생기는 복잡하고 깊은 향은 아니었지만 벌꿀 향과, 꽃 향기, 잘 익은 오렌지, 그리고 빠져서는 안되는 약간의 곰팡이 향을 풍성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입안에 한 모금 마셨습니다. 스위트 와인이 주는 달콤함이 행복감을 느끼게 해줬죠. 엄청나게 높은 당도임에도 적당한 산도가 받쳐주니 질리지 않는 달콤함입니다. 쌈쌈한 끝 맛은 입안을 개운하게 해줍니다. 이 정도 향과 풍미라면 수준 높은 소떼른 와인이라 평가할만 했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산도가 조금 더 높았다면 더 매력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테른 와인은 독일의 트로켄비렌아우스레제(Trockenbeerenauslese), 헝가리의 토카이(Tokaji) 등과 함께 귀하고 특별한 귀부와인(Noble rot wine)으로 유명합니다. 귀부(noble rot)라 불리우는 보트리티스(Botrytis Cinerea)는 특별한 곰팡이인데 포도의 껍질만 손상시켜 포도알에서 수분이 빠져나가게 하여 당도를 높여 스위트 와인을 만들 수 있게 해줍니다. 이 특별한 곰팡이는 흔하게 발생하지 않아서 독일에서는 특별한 빈티지에만 트로켄비렌아우스레제를 생산합니다. 그런데 보르도 소테른은 지형적 특징으로 인해 발생하는 짙은 가을 안개가 거의 매해 보트리티스 곰팡이를 발생시켜 우리에게 해마다 귀부와인을 즐길 수 있게 해줍니다. 그런데 일반 와인의 육분의 일 정도의 생산성과 사람 손이 많이 가는 생산 과정 때문에 가격이 높은 단점이 있습니다.

통상 디저트와 함께 즐기는 소떼른 와인은 블루치즈와도 환상적인 궁합을 보인다. 일부 샤토에서는 요리에서도 매 코스 소테른과 매칭해서 내어놓는데 그 또한 특별한 경험이라고 합니다. 우리의 식문화에는 디저트나 치즈가 없다보니 스위트 와인을 마실 일이 많지 않은데 달콤함을 즐기는 여성들이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테이스팅에서도 여성 참석자들의 반응이 남성 참석자 보다 훨씬 뜨거웠죠.

샤토 깐떼그릴은 뒤부디에 가문 소유인데 그의 와인 메이킹 철학대로 아름다우면서도 즐기기에 부담이 없는 가격 수준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소테른 와인은 아직 극히 소수만 즐기는 것 같습니다.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 샤토 깐떼그릴을 좀 더 폭 넓게 알리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르 끌로, Salon du Vin Seoul 대표 박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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