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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라와 볼모어 1 본문

7인 7색 와인투데이

아일라와 볼모어 1

와인비전 2014. 3. 26. 14:20

<7인7색 와인투데이>


'아일라와 볼모어 1'


모든 것은 광고廣告다.

적어도 인간이 만드는 모든 매체는 광고이다.

잡지야 요즈음 광고로 도배를 했다지만 신문도 발행일자만 빼고는 기사가 모두 광고이다

책도 그렇다.

여행기旅行記까지도....

 

 

'위스키의 성지 여행聖地 旅行'-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책인데 우연히 인천 공항 서점에서 눈에 띄어 런던 집까지 들고 온 터이다하루키 특유의 간결한 문체와 생동감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위스키 증류소가 밀집해 있는 곳에 관해 쓴 여행기로 특히 보모어 증류소를 중점으로 집필한 책이다

휴가 내내 읽어야지 읽어야디 하면서도 책장 한귀퉁이에 모셔 두었던 책을 한 밤중에 꺼내 읽다가 갑자기 발 끝에서부터 정수리를 향하여 끓어 올라오는 충동을 이길수 없어 인터넷을 켠다

'한 달의 휴가에서 벌써 3주일을 사용했으므로 이제 한국에 돌아가기전 닷새가 남아 있다그러면 적어도 하루 전에는 돌아 와야하므로 이제 사흘 밖에 시간이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 속이 걷잡을수 없게 바빠져서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호흡은 가빠진다그래도 교감交感신경만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징조다.

 

그래내일 새벽에 떠나자까짓거....

인터넷 검색을 해 본다. 'cheapair.com'. 'London-Islay....' '06:45 select'

모든 것이 순간적으로 진행된다전체 비행 시간은 겨우 2시간 남짓그러나 스코틀랜드 수도인 글라스고우 공항에서 갈아 타는 시간까지 모두 11시간이 걸린다배보다 배꼽이 터무니 없이 컸기 때문에 런던에서 글라스고우까지는 기차로 갈까 하고 잠시 망설였지만 그대로 강행한다이유는 귀찮아서이다

아침 해가 일찍 찾아오는 영국이지만 그 날은 동이 트기도 훨씬 전 어리둥절하는 집사람을 깨워 히드로 공항까지 실어다 달라 부탁한다. "정말 미안하지만 내가 이번 휴가를 마치고 청주에 돌아가서 착하게 살고 열심히 일을 잘하려면 꼭 아일라에 다녀 와야겠다"고 구라를 때린다.

2003 5월이었다.

 

글라스고우 시내에서 오후 내내 어슬렁 거리다 저녁 늦게 아일라행 비행기에 오른다마이크로 버스만한 비행기다.정말 작다하긴 3천 여명 인구에 얼마나 더 큰 비행기가 필요할까?하는 몇몇 생각들이 스쳐 지나자 마자 내려야 한단다.

마침내 아일라Islay인 것이다.

미국식으로 '아일래이'라고 하지만 정확한 발음은 '아일라'가 맞다켈트어라  발음이 어려워서 그런지 현지의 관광 가이드 책자에는 'Eye La'라고 불러 달라고 주문하고있다십여년전 그곳으로 나를 이끌었던 일본인 작가 무라까미 하루끼의 저서 '위스키의 성지 여행'의 국내 번역 본에도 아일래이라고 번역되어있지만 '아일라'로 불러 주는 편이 아일라산 위스키의 참맛을 알게 해 줄것이다마치 독일에서 처음 태어난 아이스 와인ice wine은 원산지인 독일어 발음인 '아이스바인Eiswein'으로 부르는 편이 더 와 닿는것처럼..

 

아일라는 스코틀랜드와 북 아일랜드 사이에 위치한 섬으로 면적은 약 600km²의 작은 섬이다퀸 오브 헤브리디스(The Queen of the Hebrides)라고도 하며 싱글 몰트 위스키(Single Malt Whisky)의 성지로 불린다이 섬은 아일랜드에서 북쪽으로 약 40km 떨어져 있고 서쪽 잉글랜드 본토와의 사이에 더 작은 섬 주라(Jura) 있다스코틀랜드 답게 섬 곳곳에 여러 개의 작은 호수가 있다이 곳에 스코틀랜드 최초로 파력 발전소가 세워졌고 2000년에는 드디어 세계 최초의 상업 파력 발전소가 될 정도로 섬에는 바람과 파도가 거세다.

잉글랜드와 아일랜드라는 큰 섬 사이에 위치해 있는 관계로 철새를 포함한 많은 조류들의 본거지가 되어 생태 연구를 위한 조류 관찰자들이 선호한다천혜의 자연 경관과 때 묻지 않은 주변 환경을 유지 보존하고 있어 관광지로서 연중 인기가 많다바다 낚시를 포함한 소규모 어업목축업을 제외하면 기업 시설로는 증류소가 유일하다몰트위스키를 제조하는 7개의 증류소가 있는데 증류소 마다 그 맛과 풍미가 다르다.

브나하벤 Bunnahahain, 라프로에이그 Laphroaig, 아드벡 Ardbeg 처럼 우리 귀에 익은 증류소도 있지만 라거부린Lagavulin, 카리라 Caol Ila, 브루익라디 Bruichladdich 처럼 생소한 증류소들도 있다.

 

보모어 Bow more는 섬의 수도首都-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고 섬의 중심지中心地-이다이곳에 거의 모든 생활 편의 시설이 몰려 있는데 해안가에 위치한 보모어  증류소와 눈에 잘 띄는 원형의 킬러로 교구 교회(Kilarrow Parish Church)가 볼만하다.

당연하게도 보모어 증류소는 보모어에 있다위스키 '보모어'는 아일라 위스키를 대변한다고 할 정도로 많이 알려져 있고 세계 곳곳의 공항에서 만나 볼 수 있다풍미 또한 그러하다아드벡보다는 덜 스모키하지만 아일라 대표 선수 답게 스타일이 피티peaty하고 풍부한 맛을 가지고 있다.

‘큰 오두막’ 또는 ‘큰 암초라는 뜻을 지닌 보모어는 그 이름 답게 전통적인 생산 방법을 엄격하게 고수해 왔다.자체적인 플로어 몰팅 방법으로 몰트를 생산하고 킬르닝kilning시 몰트맨이 전통적으로 사용해온 나무삽으로 피트를 뒤집는 장면을 아직도 볼수 있다섬에서 제일 큰 마을 보모어의 중심가에 자리잡은 관계로 관광객의 발길이 잦고 그런 관계로 증류소 견학 투어 프로그램이 잘 짜여져있다바닷가에 위치한 보모어 증류소에서 태어난 위스키는 일년 사시사철 불어 오는 해초 바람과 갯펄에서 우러나는 갯내음을 맞으면서 수십년을 참고 견뎌내야 한다그리하여 세계 어디를 가도 감히 아일라를 고향이라 말할수 있는 녀석이 되는 것이다.

 

보모어 위스키의 회사 자체 시음 성적에 의하면 다음과 같다.

'크리미한 느낌의 캐러멜 토피잘 익은 과일과 스모크 향이 풍부하게 난다과일의 우아하고 부드러운 맛과 초콜릿이 어우러져 놀랄 만큼 복합적인 풍미를 지니고 있다맛이 아주 훌륭하게 균형을 이루며 여운이 길게 이어진다.'

 

P.S.

아일라 섬의 증류소는 일본 자본에 많이 잠식되어 있고 특히 보모어 증류소는 산토리suntory회사 소유이다.

 

 

<위스키 상식>

플로어 몰팅Floor Malting

물에 침잠 시켜 보리 속의 전분을 당분으로 변화 시킬 효소를 얻는 발아 과정을 바닥에 늘어 놓고 하는 전통적인 방법이다.

킬르닝 Kilning

발아가 최적의 상태에 도달하면 더 이상의 성장을 멈추게 하는 건조 작업을 말한다이때 사용하는 원료의 종류와 양에 따라 위스키의 풍미에 영향을 받는다맥주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이 때 바싹 태우면 다크 비어Dark Beer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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