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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회 테이스팅 세션 - 시라와 그르나슈 따로, 혹은 같이(부제: 조쏘에 대한 멤버들의 사모곡) 본문

테이스팅 세션

제 14회 테이스팅 세션 - 시라와 그르나슈 따로, 혹은 같이(부제: 조쏘에 대한 멤버들의 사모곡)

와인비전 2013. 6. 7. 16:00


즐거운 글을 쓰는 村筆婦 백경화

이번 테이스팅 세션의 기록은 뒤늦게 작성되었습니다. 한 번 게으름을 부렸더니 흐트러진 정신머리를 잡아오기가 쉽지 않더군요. 당시에는 카메라 메모리도 챙겨가지 않아 결국 촬영은 갤럭시 S2. 사진이 산만하고 집중이 되지 않아도 기계의 역량이며, 정신머리 없는 작가의 소양이니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두 달 전 일이었으므로 맛과 향에 대한 기억이 정확하리란 기대는 멀리 보내버리시고, 순전히 멤버들의 테이스팅 노트에 기초한 정리에 의의를 두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정신없는 기록도 우리의 역사의 조각 중 하나니까요(라고 스스로 위로해 봅니다.-ㅁ-;)


첫번째 선수는 아몬-라(AMON-Ra) 2006.


호주 바로싸 밸리의 쉬라즈 와인입니다. 이 와인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니 이렇습니다.

나무수령 : 50~120년 

생  산 량 : 0.25~1ton/acre  (0.6~0.4ton/ha)

양      조 : 1~2톤 용량의 오픈형 발효조를 사용하고 1일 3번의 수작업으로 침용하며 1차 발효 후 오크에서 젖산발효를 진행한다. 그후 15개월간 다시 오크에서 숙성시킨다. 이때 과육의 특성과 생동감을 나타내기 위해 리(Lee, 효모 앙금)위에서 숙성하고 최소한의 이산화황(SO2)을 사용하며 매 3주마다 토핑 업(Topping up)을 한다.

오      크 : 100% 새 오크통을 사용하여 20% 미국산, 80% 프랑스산. 70% 호그즈헤드(Hogsheads, 63갤런의 큰 통), 30% 바리크(Barriques)에서 숙성.

숙성기간 : 오크통에서 15개월간 숙성한 후 여과를 생략하고 병입. 

알  코  올 : 14.5%

시음시기 : 15년 이상 숙성 후           

[출처] Amon-Ra (아몬-라)|작성자 피노홀릭 http://blog.naver.com/donky76/130068282535


'신의 물방울'에서 제 7사도로 나왔던 이 와인에 대한 멤버들의 점수는 90.3점입니다. 제 점수는 92점. 이 와인을 테이스팅 한 후 제 평은 이랬습니다. 좋은 산도와 부드러운 탄닌, 그리고 잘 피어나는 부케로 밸런스에서 좋은 점수를 주었고, 첫 인상에서 느껴지는 스파이시한 풍미로 '시라'를 살짝 의심. 긴 여운과 컴플렉시티도 참 좋았다는 메모가 있습니다. 컴플렉시티가 좋아서 시라 100%라고는 감히 생각하지 못하고 카베르네 쇼비뇽과 블렌딩된 호주 와인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사실 스파이시한 향에서 유칼립투스 같은 허브향도 맡아진다고 느꼈거든요. WSET 중급 공부를 하면서 호주 카베르네 쇼비뇽의 특성을 '유칼립투스 향', 진한 컬러, 그리고 높은 알콜. 이렇게 배웠기 때문이지요. 

멤버 중 한 분의 테이스팅 노트를 보니 '잘 짜여진 농밀한 와인, 풍미와, 바디감. 피니쉬도 좋고. 신세계 C.S의 전형적인 스타일' 이라는 기록이 있었습니다. 제 소감과 살짝 비슷한 것이 과연 이 정도의 농밀한 구조감과 컴플렉시티를 쉬라즈 100%만으로 가능할까?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겠죠. 궁금하실까봐 가격 정보까지 비티스에서 입수했는데, 공개된 소비자가는 248,000원입니다.  

     

오지에 샤토네프 뒤 파프 레 클로지에르(OGIER Chateauneuf du Pape Les Closiers) 2009.

 

그르나슈와 시라가 각각 65%, 20%씩 블렌딩 되었고 나머지는 쌩쏘와 무흐베드르가 블렌딩 되었습니다. 1859년 크리스토퍼 오지에가 오지에 앤 피스 (Ogier & Fils) 社를 설립한 이후 150년 동안 론(Rhone) 지역에서 최상의 프리스티지 와인(Prestige Wine)을 생산 중입니다. 150년간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와인을 양조하고 있으며, ‘항상 최고의 퀄리티(Quality)를 유지하는 와인’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합니다.

포도나무의 평균 수령 : 50년

수확 : 100% 손 수확

수입사는 SK. 공개된 소비자가는 85,000원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머스크향 같은 냄새가 나는 걸 맡았는데 이 향이 오지에의 향인가 봅니다. 네 번째로 나올 '지공다스'에서도 제가 같은 향을 맡았거든요. 이 와인은 산도가 조금 부족한 것처럼 느껴졌고, 첫 향으로 치고 올라오는 스파이시한 향과 혀에 느껴지는 자극적인 향 때문에 점수를 조금 낮게 줬습니다. 그래서 이 와인에 대한 제 점수는 89점. 멤버들의 점수는 89.5점입니다.

멤버들의 의견을 보니 공통적으로 ‘와인의 선은 가늘지만 단단한 구조감’이 느껴지며, 서서히 조여오는 탄닌은 ‘섬세하고 강하다.’ 라고 한 표현이 눈에 띕니다. 저는 산도가 부족하다고 느꼈는데 일부 멤버들은 저와 다르게 붉은 과일류에서 느낄 수 있는 날카롭고 강한 산도를 느꼈으며, 이와 같은 이유로 이탈리아 와인을 의심하는 멤버도 있었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바르베라'를 메모한 멤버도 있었죠. 

이런 걸 보면 와인을 마시는 일은 참으로 재밌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같은 포도로 만들었으나 지역과 양조자의 의도에 따라 하우스마다 다른 캐릭터의 와인이 만들어지며, 마시는 이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기도 하는. 그래서 와인을 마시면 수다쟁이가 되나 봅니다. 얼마 전 처음으로 나갔던 동네 와인 모임에서 생전 처음 만난 연령대도 다양한 여섯 명이 한 자리에서 5시간 동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삼매경에 빠졌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요?


칼레스케 올브 바인 그르나슈(Kalleske old vine grenache) 2006.


먼저 제 점수는 91점. 멤버들의 점수는 93.1점입니다. 켈레스케에 대한 정보는 다음과 같습니다. 

칼레스케(Kalleske)는 남호주(south Australia)의 유명한 와인산지인 바로싸 밸리(Barossa Valley)에서 1853년부터 5세대에 걸쳐 와인 경작을 시작한 칼레스케 패밀리의 6세대인 트로이 칼레스케(Troy Kalleske)와 그의 형인 토니(Tony)에 의해 비로소 그들만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 설립된 와이너리입니다. 와이너리가 설립되기 이전에 이들의 와인은 호주의 최고 등급에 해당하는 와인이랄 수 있는 펜폴즈 그랜지(Penfolds Grange)의 제조용 포도로 납품되어졌습니다.   

빈야드는 포도 재배에 관한 40년의 노하우가 있는 이들의 아버지 존 칼레스케(John Kallesk)에 의해 이뤄졌습니다. 호주의 소규모 와이너리와는 다르게 120에이커란 드넓은 경작지에 대표 품종인 쉬라즈(Shiraz)를 비롯하여 그르나슈, 카베르네 소비뇽, 세미용, 슈냉 블랑, 쁘띠 베르도, 비오니에, 진판델, 템프라니요 등 여러 품종의 포도를 다루고 있죠. 그뿐만 아니라 친환경적인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을 사용하며, 포도에 충분한 영양이 공급되도록 수확량을 조절하면서 재배하고 있습니다. 모든 와인들은 이들의 열정을 담아 손으로 수확하고, 포도 본질의 특성을 살릴 수 있도록 최소한의 와인 메이킹을 합니다.

2004년 첫 빈티지의 와인을 출시하자마자 칼레스케 와인은 훌륭한 평판을 얻으며 호주 최상의 와인그룹 계열에 급속도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출처] Kalleske(칼레스케)|작성자 lcm58  http://blog.naver.com/lcm58/10109442941


제가 느낀 칼레스케 올드 바인 그르나슈는 이런 느낌입니다. 강한 탄닌을 느꼈으며 그에 비해 산도는 낮고, 향은 다소 오버스러운 느낌이었기 때문에 발란스는 좀 깨진 게 아니었을까 했죠. 향에서 오는 인상을 강하게 느꼈고 맛에서는 살짝 단맛을 느꼈으며 강한 향과 단맛 때문인지 '포만감이 느껴지는 와인'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그런데 한 모금만 마셔도 '배가 부르다'라는 의미인지 아니면 한 모금만 마셔도 더 마시고 싶지 않을만큼 '질린다'라는 의미인지는 와인의 맛에 대한 기억이 우주를 헤매고 있는 지금 정확히 그 의미를 해석해 낼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앞으로는 테이스팅 노트에 함축적 언어 대신 지시적 의미를 철저하게 사용하겠다는 다짐이 앞섭니다.  

멤버들의 의견은 이렇습니다. '이번에야 말로 품격있는 호주 까베르네 쇼비뇽. 그러나 신세대 느낌.'이런 메모와 함께 '첫 인상은 단 과일향. 탄닌 높고, 그야말로 슈퍼 드라이.'. 이런 메모도 있습니다. 이 멤버는 93점을 줬군요.  


오지에 오라토리오 지공다스(OGIER ORATORIO GIGONDAS) 2009.


조쏘와 3GO 모임을 가지면서 와인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와인에 대한 그의 생각을 엿보기 시작했는데 그는 바이오다이나믹 와인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3GO에서도 바이오다이나믹 와인을 주제로 다 같이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지요. 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바이오다이나믹 와인의 수가 적어서 '3GO 야식 시리즈'의 출품 와인 중 하나로 강등되어 버렸지요. 그때 조쏘가 출품했던 와인이 엠 샤푸티에 라스토(M. Chapoutier Rasteau)였습니다.

엠 샤프띠에는 꼬뜨 뒤 론 지역의 유기농 와인으로 유명한 네고시앙이라고 합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조쏘는 유기농 재배에 관심이 많구나' 정도로만 생각했었지요. 하지만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와인에 대한 그의 생각은 단순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번 나인스 게이트 그릴에서 가진 3GO 모임에서 조쏘가 와인 메이커의 와인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군요. 조쏘는 와인 메이커의 와인 양조 철학을 가장 궁금해 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어떤 생각으로 만들어진 와인입니까?"인 것이지요. 

저 역시 이런 의문은 와인에 다가서는 근원적인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포도 품종으로 만들었을지라도 양조자의 생각과 자연 환경에 따라 다른 캐릭터를 가진 와인이 만들어집니다. 이는 와인이 단순한 농산품을 넘어 자연 환경과 양조자의 철학, 그리고 시장의 트렌드를 반영한 문화상품이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합니다. 그리고 이런 점이 제가 와인을 좋아하고, 공부하고 싶게 자극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조쏘에게서도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그에 대한 애정이 마구 솟구치며, 그가 단순한 소믈리에가 아니라 아티스트의 감성을 지닌 소믈리에라는 제 생각에 대한 답을 저 스스로 확인하게 되었다고 말씀드리고 싶군요.  


이 와인에 대해 저는 '부드러운 탄닌과 적당한 산도. 그리고 오버되지 않고 정돈된 듯한 느낌으로 잘 피어오르는 향의 와인.'이라는 인상을 받았고 93점을 주었습니다. 멤버들의 평점은 91점입니다. 오지에 샤토네프 뒤 파프 레 클로지에르(OGIER Chateauneuf du Pape Les Closiers) 2009의 평점이 89.5인 것과 비교한다면 저와 멤버들 모두 샤또네프 뒤 파프보다 지공다스 쪽에 점수를 더 준 듯 합니다. 


율리손 플럭스 프루지스 쉬라즈(Ulithorne Frux Frugis Shiraz) 2004. 


호주 맥라렌 밸리에서 생산된 율리손 쉬라즈입니다. 멤버들의 점수는 92.4점. 제 점수는 93점입니다.  

멤버들의 공통된 의견 중 하나는 지금까지 마셔 본 다섯 가지 와인 중 구조감, 특히 산도의 점수는 최고를 주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강하지만 부드러운 탄닌에 산도를 앞세운 단단한 구조감과 매끄러운 질감은 흠잡을데 없는 품격이 느껴지는 와인이라는 정의를 내리게 했죠.


내용을 정리하면서 인터넷 블로거의 의견을 보니 이 와인을 '관능적인 풍성함'이라고 표현했더군요. 아마도 이 와인 안에서 풍겨나오는 나무류와 허브류, 향신료와 과일, 그리고 오크 숙성에서 오는 부드러운 바닐라와 고소한 견과류의 다양한 향들이 그 이유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장 미셸 스테판 꼬뜨-로티(Jean Michel Stephan Cote-Rotie) 2009.

 

조쏘의 설명에 의하면 메이커인 장 미셸 스테판은 꼬뜨-로티의 이단아라고 불린답니다. 이 와인은 레이블에서도 볼 수 있듯이 내추럴 와인인데, 양조시 인간의 개입이 최소화된 와인이어서 그런걸까요? 상당히 독특한 맛과 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와인을 표현하면서 가장 대표적으로 나왔던 향은 정향인데, 이것을 치과냄새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 다음에 나온 향이 약맛. 뭐 일단 이런 향이 매우 지배적이었죠. 그래서 향에서 오는 인텐시티가 상당히 강렬했던 와인으로 기억이 됩니다. 전체적으로는 일반 와인에서 기대할 수 있는 과일향의 이미지는 찾기 힘들었고 주로 향신료 향과 제라늄, 제비꽃 향 이런 표현들이 있었지요. 

와인의 발란스는 전체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향에서 오는 낯선 느낌에 재미를 느낀 멤버들도 있었지요. 그래서 멤버들의 점수는 91점. 저는 89점을 주었습니다. 저는 여운과 개인의 취향에서 점수를 짜게 준 편이나 다른 멤버들 중 한 분은 '복합적인 향이 은근히 긴 여운을 준다.'는 메모를 주셨습니다.


조쏘의 선택이 재밌는 이유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스타일을 가진 와인들을 신기하게도 찾아내 선보여준다는 점입니다. 그날 이 와인을 시음하고 난 뒤 "대체 조쏘는 이런 걸 어디서 구해왔대?" 하며 놀람을 금치 못했었지요.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일에 대한 열정이 높은 그에게 박수를! 또한 그가 가진 열정을 우리에게 나눠주는 따뜻한 마음씨의 소유자인 그에게 또 한 번 박수를!


월레스(WALLACE) 2008.

 

레이블이 낯설지 않은 이 와인은 아몬-라를 생산하는 와인 하우스에서 생산하는 데일리 와인이랍니다. 이름도 익숙해서 이 녀석의 짝꿍으로 '그로밋(Gromit)'이 있어야 할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리고 자매품으로 '거대 토끼(the were-rabbit)'도 나오면 재밌을 것 같은데 안 나오겠지요? 

아닌게 아니라 이 와인의 정보를 검색하고자 'WALLACE' 이렇게 검색창에 치니 대번에 나오는 것이 '월레스와 그로밋', '월레스와 그로밋-거대 토끼의 저주' 이렇게 나오는군요. 여담이지만 저는 두 영화를 다 봤습니다. 한때 클레이 애니메이션이 인기였을 때 '엄청난 노가다로 탄생한 영화다.' 하면서 봤는데 말이지요. 

이 이야기를 길게 하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새로운 사물을 대면할 때 그것이 갖고 있는 익숙한 이미지에서부터 낯선 그것을 예상하려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낯선 것의 첫 느낌을 익숙한 이미지에 기인해서 기억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것을 깬다든가, 혹은 선입관에서 벗어나는 것이 쉽진 않지요. 이 와인을 마시고(낯선 것의 경험) 레이블이 공개 됐을 때(익숙한 이미지의 진입), 저는 시음시의 느낌을 자꾸 익숙한 이미지에 대입시키려는 작용이 머릿속에서 일어나서 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제 테이스팅 노트를 보면 뭔가 추가를 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일단, 레이블이 공개되기 전 제 테이스팅 노트를 보면 이렇습니다. 

'마시기에 부담스럽지 않으며 와인에서 풍기는 단 향과 단 맛이 와인에 대한 부담감을 낮춰 주는 듯. 견과류 향과 바닐라 향이 좋다.' 

이런 노트를 남기고 제가 준 점수는 93점. 그리고 멤버들의 점수는 92.5점이었습니다. 

'스탠다드한 신세계 레드 와인'이라는 평가와 더불어 '섬세하진 않지만 부드럽고 매끄러운 질감과 탄닌과 산도, 알콜의 발란스가 좋다'는 전체적인 평가가 있었습니다. 재밌는 것은 당시 같은 향으로 결론냈던 향을 어떤 이는 '탄내'로 어떤 이는 '결명자 혹은 토스트 향'으로 표현했던 것이지요. 


처음 마셨던 아몬-라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사라진 다음이었는지 월레스와 아몬-라의 관계에 대한 의문을 품은 멤버는 없었습니다. 저는 아몬-라와 월레스의 관계를 의심하는 것보다 레이블이 벗겨지고 난 후 누구나 재밌게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와 함께 부담없이 마실 수 있는 데일리 와인이 나올 것이라는 점이 어느 정도의 접점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이래서 뭐든 이름이나 제일 처음 보이는 외모의 이미지가 중요하다는 말씀. 

재밌는 여담을 한 가지 더 하면 후에 영화 브레이브 하트(Braveheart)의 주인공 윌리엄 월레스를 또 생각해냈는데 그때 든 생각은 "와인의 컬러가 진하고 깊은 것이 'Braveheart'가 만들어 낸 뜨거운 피 같군.' 했다는 점. 이렇게 또 와인 한 잔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펼쳐 우주를 헤맨다는...


삐에르 고농 생-조셉(Pierre Gonon, SAINT-JOSEPH) 2009.

 

이날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와인입니다. 멤버들의 총점은 93점. 저는 96점을 줬습니다. 제게도 이 와인은 가장 높은 점수의 와인입니다. 

저는 이 와인에서 허브와 스파이스, 그리고 동물성 향을 맡았는데 그 순간 부르고뉴 올빈 피노 누아를 떠올렸습니다(간혹 제가 이런 발언을 했을 때 창피를 당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아마 와인 메이커는 좋아할지도 모릅니다). 아마 그래서 저는 96점을 준 듯 합니다. 이미 이날의 주제는 알고 있었는데 피노 누아를 떠올리게 하다니.. 뭐 이러면서 말이지요. 


다른 멤버들의 의견을 보면 '복합미가 좋고 세련됐으나 오늘의 다른 와인들에 비해서는 발란스와 구조감이 조금 부족한 듯 싶다'. 제가 찾아 본 정보에도 '이 와인은 숙성이 되면서 발란스가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의견이 있는 것을 보니 2009는 아직 미숙한 어린 와인의 모습을 고스란히 갖고 있는 듯 합니다. 그리고 와인의 향에서 '말 오줌' 냄새가 난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이것이 제가 순화시켜 표현한 '동물성 향'이 아닐런지 추측해봅니다. 그리고 다른 멤버의 글을 보면 '탄닌의 수렴성이 점잖고, 강한 구조감이 마치 냉철한 청년 같은 와인'이라는 표현도 있습니다. 이 말씀도 아직은 숙성이 덜 된 신선한 와인에 대한 표현이 아닐런지 생각해 봅니다. 


자, 이렇게 여덟 가지의 와인에 대한 테이스팅이 끝났습니다. 지난 달에 이은 조쏘의 선택. 쉽게 접하지 못하는 와인들을 선택하고 선보여준 조쏘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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