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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회 테이스팅 세션 - 이것 좀 보세요, 저는 별을 마셨어요. 본문

테이스팅 세션

제 12회 테이스팅 세션 - 이것 좀 보세요, 저는 별을 마셨어요.

와인비전 WSET 와인비전 2013. 5. 24. 10:00


즐거운 글을 쓰는 村筆婦 백경화


정말 좋은 와인을 마시면 그 와인을 분석하면서 마시기 보다는 그냥 입맛만 쩝쩝 다시면서 계속 마시고 싶어지기만 합니다. 더 나아가 생각이 단순해지면서 "아, 맛있다..."라는 생각이 머리 속에 꽉 들어차게 되죠. 한마디 머리가 멍~ 해지는 겁니다. 

사실 시음한 지 3주나 되는지라 지금은 각 샴페인들의 이미지만 남아 있는 상태랍니다. 도대체 이 샴페인들을 어떻게 잘 묘사해야 이것들의 성격과 충격적이게도 아름다운 맛을 제대로 전달해 드릴 수 있을까요? 단순하게 향과 맛에 대한 묘사나 지속적으로 버블이 잘 피어오른다, 혹은 여운이 길다 등등의 공식적인 말로 묘사하고 끝내기에는 이것들이 진실로 아름답단 말이지요. 


우선 Pol Roger, SIR WINSTON CHURCHILL 1999(폴 로저, 써 윈스턴 처칠 1999). Wine Advocate 94점, Wine Spectator 92점, La Revue du Vin de France 19점(20점 만점). 이런 평가를 받았네요. 테이스팅 세션 멤버들의 점수는 91.5점. 제 개인적인 점수는 94점. 

상큼한 사과, 레몬의 향과 견과류의 고소함. 이스트의 향들이 잘 살아납니다. 첫 향에서는 과일향이 지배적이었지요. 이후 한 모금 마신 후에 느껴지는 풍미들은 훨씬 다양합니다. 그런데 그 다양한 향들이 우후죽순 자기들의 존재를 막 드러내기 위해 무질서하게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얌전하고 조용하게 순서대로 느껴집니다. 

처음에는 다양한 과일향. 그리고 뒤이어 오는 견과류의 고소함과 끝으로는 눅진듯한 이스트의 느낌이 가늘게 나타납니다. 저는 이런 느낌을 낭창거린다고 표현하는데 버들가지 한들거리듯이 가볍게 살랑살랑 움직이지만 샴페인이 가져야 하는 미덕은 다 갖추고 있단 말이지요. 지속적으로 조밀하게 오르는 버블이나, 상큼한 산미가 자극적이지 않고 꽤 우아합니다. 마치 평상복을 입고 격없이 웃는 기네스 펠트로 같아요. 시음시에 이런 느낌을 받고 '첫 번째 샴페인은 기네스 펠트로다.' 하고 마음에 새겨뒀는데 오픈을 하고 보니 '윈스턴 처칠' 


서로 매칭이 안 돼서 잠시 혼란스러웠습니다. 오히려 윈스턴 처칠과 이미지 상 어울릴 것 같은 와인은 그 다음 샴페인인 크룩.

 

KRUG N.V(크룩 N.V). 처음 마셨던 폴 로저 윈스턴 처칠 이후에 마셔서 그런지 그 강렬하고 저돌적인 향과 버블의 공격에 "우와" 소리가 저절로 나더라구요. 정말 딱 남성스러움. 준비하지 않았는데 너무나 강력하게 밀고 들어와 상대를 혼비백산하게 만드는 게릴라 혁명군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테이스팅 세션 멤버들의 점수는 95. 저는 강도와 여운에서 만점을 주고, 개인적 취향에서는 폴 로저보다 낮은 점수를 주면서 95점을 주었습니다. 정말 강한 느낌으로 치고 들어와 목넘김이 끝난 이후까지 자취가 사라지지 않고 오랫동안 향이 남더라구요. 그래서 크룩을 마시며 떠오른 인물은 바로 이 분. 


http://blog.naver.com/jiyoo15?Redirect=Log&logNo=10112802173

버블은 눈으로 보이는 것만큼 입 안에서도 강렬했으며 컬러 역시도 강렬했습니다. 잔에 따라 놓고도 오랫동안 사그라들지 않는 거품은 입 안에서는 크리미한 느낌을 주며 신선한 자극을 주었지요. 가장 지배적인 향은 눅진한 이스트의 향. 상큼한 과일향 보다는 발효향의 이미지가 훨씬 강했습니다. 

만일 체 게바라가 아닌 다른 인물로 이미지를 연상시킨다면 막심 고리끼의 '어머니'의 어머니가 연상됩니다. 어쨌든 뭔가 투쟁적이고 혁명적인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그만큼 크룩은 강한 이미지를 갖고 있어서 그렇지 않은가 싶네요. 어쩌면 초반에 마신 폴 로저와 아주 다른 성격으로 비교되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극과 극을 넘나드는 가운데 이 둘의 장점만 모아서 절충한 샴페인이 등장을 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이 샴페인이 가장 인상에 남습니다. 


Nicolas Feuillatte Palmes d'Or 1999(니꼴라 푸이야트 빨메 도르 1999). 폴 로저보다는 향과 풍미 면에서도 인상이 강했지만 크룩처럼 저돌적이며 오버된 이미지는 아니었습니다. 과일향과 이스트의 향의 조화가 좋았고, 가장 특징적인 것은 산도가 부드러우면서도 상쾌한 이미지를 주더라는 거죠. 1999년 빈티지 임에도 불구하고 어쩜 이렇게 신선한 느낌을 줄 수 있으며 이런 신선함 안에 우아함을 두루 갖출 수 있느냐는 놀라움? 

오늘은 계속 인물 비교로 와인을 설명합니다. 빨메 도르와 비교될 수 있는 인물은 단연 이분. 


http://blog.naver.com/damdorang?Redirect=Log&logNo=150123932051

그레이스 켈리입니다. 헐리우드의 여배우에서 모나코의 왕비로 변신하신 분. 고전적 우아함의 대명사로 손꼽히는 분. 과하게 도드라지진 않지만 오랜시간 동안 잠재되어 있던 특징들을 뚜렷하게 보여줍니다. 피노 누아와 샤도네가 블렌딩된 샴페인 임에도 불구하고 테이스팅 멤버들의 시음 당시 'Blanc de Blanc'이 아니겠느냐는 의견이 나왔지요. 피노 누아가 블렌딩 된 샴페인의 경우에는 뒷맛이 쌉싸레한 여운을 남긴다고 합니다. 반면 샤도네이 100%로 만든 샴페인의 경우에는 부드럽고 깔끔한 여운이 남는다고 하더군요. 빨메 도르의 경우 테이스팅 멤버들의 의견에 비춰 본다면 여운까지 거슬리지 않고 깔끔한 끝맛을 보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테이스팅 멤버들의 점수는 93. 제 개인적인 점수는 94점입니다. 


LOUIS ROEDERER CRISTAL 2004. 황제의 샴페인이라고도 불리는 크리스탈. 병이 투명한 이유는 황제의 암살을 막기 위한 방법이라고 합니다. 크리스탈에 대한 스토리는 다들 아실 듯. 러시아 황제 알렉산더 2세만을 위해 만들었던 샴페인이었다는 이야기가 있지요. 또한 크리스탈은 빈티지 샴페인만을 생산한다고 하니 크리스탈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는 모든 샴페인은 특별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와 다름이 없겠지요.

테이스팅 멤버들의 점수는 93.2점. 제 개인적인 점수는 95점이었습니다. 그리고... 전에 같은 빈티지의 크리스탈을 마셔 본 적이 있었지요. 그때는 두, 세잔 연거푸 마셨어요. 이후 그 충격이 가라앉지 않은 상황이었단 말입니다. 그때 느껴졌던 느낌은 산도가 굉장히 높고, 여운이 길었으며, 버블도 힘차게 지속적으로 피어오르던 모습. 그리고 입 안에서 느껴졌던 버블의 느낌이 조금은 날카롭지 않았나 했지요. 그게 아무래도 버블의 힘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맛으로는 뭔가 서늘한 느낌을 많이 주는데 푸른색의 과일도 연상되고요. 이 역시도 산도의 힘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이후 느낄 수 있는 따뜻한 느낌의 토스티함. 크룩이 남성적인 인상이었다면 크리스탈은 여성적인 느낌이지만 힘 있는 여성의 느낌이 강해서 앞서 시음한 폴 로저와 빨메 도르와는 좀 다른 인상을 받았습니다. 


영화 '골든 에이지'의 '엘리자베스 1세'입니다. 케이트 블란쳇이 연기를 했는데 샴페인 크리스탈이 갖고 있는 스토리도 그렇고, 힘있는 여성의 이미지를 생각하다보니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여왕의 이미지가 또 오르더라구요. 그러다보니 제일 먼저 생각나는 '마리아 테레지아'. 그런데 여러 개의 초상화를 봐도 제가 생각한 이미지와 더불어 크리스탈과 어울려 생각해 보기엔 무리가...네,.. 저는 미인을 우선적으로 좋아합니다. 아마도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계속 이 글을 읽어 나가다 보면 샴페인 크리스탈의 이미지가 엘리자베스 1세의 이미지와 동일화되는 체험을 하실 수 있으실 지도... 


Armand de Brignac. 현재 가장 비싼 샴페인이라고 불리는 아르망 드 브리냑. 그래서인가요? 영화 '돈의 맛'에서 비도덕적인 물신주의자들을 대변하듯이 나오기도 했었죠. 

일단 아르망 드 브리냑의 첫 인상은 "앗! 입 안에 상피 세포 다 벗겨지겠다.." 였습니다. 산도가 최고. 아르망 드 브리냑 이후의 샴페인을 두 가지 더 시음했는데도 불구하고 이 샴페인의 인상이 너무 강해서 뒤의 샴페인들을 제대로 맛보기 어려울 정도였답니다. 

테이스팅 세션 멤버들의 점수는 93.1점. 제 점수는 95점. 점수가 낮은 이유는 아마도 강한 산도로 인해 호불호가 갈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전체적으로 순위를 보면 엘리건트하다고 표현되었던 낭창낭창, 하늘하늘한 느낌의 폴 로저와 빨메 도르가 각각 7위와 6위를. 그리고 무엇보다고 강력한 인텐시티로 다가 온 크룩, 크티스탈. 그리고 아르망 드 브리냑이 각각 4위 없는 공동 3위와 5위를 했으니까요. 이런 결과 속에서 단순히 가장 비싼 와인이 좋더라, 혹은 많은 사람들이 내려 준 좋은 평가를 맹신하는 것보다는 개인의 주관과 상황에 맞춰 선택할 줄 아는 주체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의 기준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대조군이 필요하니 남들이 좋다는 것도 경험해 보는 기회도 가질 수 있으면 좋고요. 다양한 체험을 통해서 각각의 개성도 느껴보면서 인상을 정리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르망 드 브리냑을 시음하고 난 후의 첫 인상은 POWER. 파워라 하면 에너자이저도 생각이 나고, 이대근 아저씨도 생각이 나고 헤라클레스나 장미란 선수도 생각이 나는데 저는 이 힘은 권력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래서 아르망 드 브리냑을 설명할 수 있는 이미지는 나폴레옹. 


그 중 그의 최고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자크 루이 다비드의 작품인 '나폴레옹 대관식' 입니다. 제가 또 언제 아르망 드 브리냑을 마셔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PERRIER-JOUET N.V. 위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아르망 드 브리냑 이후 샴페인들은 이제 다 똑같이 느껴집니다. 테이스팅 세션 멤버들의 점수는 93.3점으로 전체 2위. 제 점수는 96점. 

제가 준 점수로서는 이날 가장 높은 점수인데요... 당시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이 샴페인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준 이유는 가장 익숙하면서도 샴페인에서 기대할 수 있는 맛이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가장 익숙하면서도 샴페인으로서 기대할 수 있는 요소들을 두루 갖고 있는 샴페인 페리에 주에. 멤버들의 시음 노트를 보니 'standard.' , '강렬하거나 자극적이지 않으나 느낌이 좋으며 침이 계속 고임.' 등의 메모들이 보입니다. 아로마와 플레이버의 표현도 연한 토스트, 단 사과, 레몬, 버터 등의 표현. 그리고 자잘하지만 끊임없이 오르는 버블 등의 표현이 보입니다. 


페리에 주에와 함께 떠올린 이미지는 배우 공효진 같은 자연스럽고, 평범하지만 모나지 않고, 건강하며 사랑스러운 이미지. 어느 장소, 어느 때에서도 항상 즐거운 상황을 만들어 줄 수 있는 해피 바이러스. 고백합니다만... 사실 이날 샴페인을 뱉지 않고 연거푸 마셨더니 기분이 up!이 되어서 이 정도까지 진행이 된 상태에서는 뭘 마셔도 비판적인 사고력과 분석력 따위는 개나 줘버린 다음이었습니다. 


Laurent Perrier, Grand Siecle Brut(special vintage). 한 멤버의 테이스팅 노트에 메모 되어 있는 한 마디. '갑자기 강자가 나타났다!' 사과, 레몬 파인애플 등의 과일향과 더불어 아몬드의 고소한 느낌. 이어 눅진하게 느껴지는 단향. 테이스팅 멤버들의 점수는 93.5점으로 전체 1등. 제 점수는 94점입니다. 우선 제 점수의 기준으로 보자면 폴 로저, 빨메 도르와 같은 점수라고 볼 수 있겠네요. 그리고 강한 인상으로 급격하게 다가온 크룩, 크리스탈, 아르망 드 브리냑 등과 다른 점수를 준 것을 보면 그랑 씨에클의 이미지도 우아한 여성적 이미지를 많이 갖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런데 글을 정리하는 이 순간 저는 불행하게도 이 아이가 생각나지 않습니다. 다만 당시 제 테이스팅 노트 한 켠의 메모를 보니 폴 로저, 빨메 도르, 그랑 씨에클. 이렇게 세 가지 샴페인은 다시 한 번 마셔보고 싶다고 쓰여져 있네요. 안타깝게도 그랑 씨에클의 이미지를 형상화 시켜 줄 수 있는 자료를 소개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사과의 말씀을... 그리고 저 역시도 이 맛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매우 슬플 따름입니다.


여러분, 저는 별을 마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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