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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살이라고 느낄 수 없을 만큼 놀라운 밸런스와 풍만한 질감 - 샤또 라뚜르 1982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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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살이라고 느낄 수 없을 만큼 놀라운 밸런스와 풍만한 질감 - 샤또 라뚜르 1982

와인비전 2013. 8. 17. 07:03



- 오전 10시 출근하자마자 전화벨이 울린다. 고객의 전화다. 샤또 라뚜르(Chateau Latour) 82년산을 마실 예정인데 준비를 부탁했다. 오! 할렐루야. 설레는 마음을 뒤로 하고 셀러로 가서 와인을 확인했다. 1982년 보르도의 1등급 샤또들은 희귀하다. 그리고 Chateau Latour 82은 레전드이며 와인 테이스터들의 로망이다. 

한 잔의 와인 속에는 한 잔의 자연이 녹아 들어 있습니다. 하늘이 준 자연의 신비는 빈티지(Vintage)와 연관이 깊습니다. 빈티지는 떼루아의 요소로써 중요하게 와인의 품질을 결정짓습니다. 보르도의 1982년은 1961년 빈티지 이래로 20세기 최고의 빈티지로 칭송 받습니다. 작황이 좋은 해의 와인은 오래 동안 병안에서 숙성이 가능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병안에서 이루어지는 숙성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원인이 얽혀 있으며 미스터리합니다. 와인은 병입 전에 침전물 거르기, 여과 등 와인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처리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공기가 완전히 차단되는 것이 아니라 와인 속에서 공기가 관여해 여러가지 산화적 반응을 일으킵니다. 병입 후에는 코르크 등으로 밀폐되어 있어 헤드 스페이스나 와인에 녹아있는 산소를 제외하곤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숙성은 비산화적(환원적)으로 진행됩니다. 숙성시키는 요인의 변화속도는 온도로 대표되는 숙성 환경이나 코르크 상태, 병입된 때의 헤드 스페이스의 크기나 pH, 이산화유황의 농도 등에 따라 다릅니다. 

82년 샤토 라뚜르는 양이 비교적 많이 줄어들지 않았고, 침전물이 있었습니다. 브라운 색을 띠며, 블랙베리, 무화과, 말린 과일 향과 피망, 허브, 감초향이 살며시 엿보입니다. 잔을 돌리면 송로 버섯, 타바코 향과 가죽, 육포, sous bois 향이 조화를 이루어 복합적이고 숙성된 아로마를 느낄 수 있습니다. 벨벳 감촉의 탄닌이 매끄럽게 입안을 감싸면서 여전히 돋보이는 신선함이 살아 있어 깊이 있는 구조와 미디움 바디를 가지고 있습니다. 풍미와 감칠맛이 느껴지면서 긴 여운을 선사합니다. 31살이라고 느낄 수 없을 만큼 밸런스와 풍만한 질감이 놀라웠습니다. 

마시는 사람의 ‘감각’을 만족시켜주는 술을 만들기 위해서 인류는 오랜 세월 지혜를 축적해 왔는데, 와인은 원재료가 선사하는 향 뿐만 아니라, 오감을 음미하면서 즐길 수 있는 매력과 미덕이 충분한 술인 것 같습니다. 인생은 짧고 맛난 와인은 많다! 오늘도 새로운 와인 찾아 삼만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수석 소믈리에 엄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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