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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카베르네 소비뇽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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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는 모처럼 서점에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눈에 띄었던 책 한 권, “도덕적인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 호기심에 책을 집어 들었어요. 저자는 ‘선(善)’으로 여겨지는 ‘도덕심’이 절대적인 것이라기보다는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평판을 의식하여 생겨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예컨대,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이유가 법이 무서워서라기 보다는 내가 소속한 집단, 가까운 나의 사람들이 실망하고 자신을 외면할 것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것이죠. 때문에 도덕성의 기준은 소속된 집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고요. 재미있는 건 양심적인 사람일수록 불합리한 권위에 복종하기 쉽다는 심리 실험의 결과인데요. 소위 친절하고 사근사근한 사람일 수록 불쾌한 갈등을 겪고 싶지 않아, 집단 내에서 통용되는 ‘도덕성’을 쉽게 수..
"수확에 따라 15~18일간 스틸통에서 마세레이션을 한다. 프렌치 오크 베럴에서 15~18개월간 숙성한다." 이 마법같은 공식은 이탈리라 토스카나 까베르네 쇼비뇽의 정석이 되었습니다. 이 공식은 장기간의 숙성이 가능한 좋은 와인을 만들어주는 마법이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이 공식이 나왔을까? 그것은 바로 토스카나의 명문인 테누나 노졸레(Tenuta Nozzole)의 일 파레토(Il Pareto) 때문입니다. 물론 이 와인은 파레토의 법칙과는 상관없습니다. 일 파레토는 1987년부터 '파토리아 디 노졸레(Fattoria di Nozzole)'가 만들어 온 최고의 투스칸 와인이며, 후에 '테누타 디 암브로지오(Tenute di Ambrogio)'와 '지오반니 폴로나리(Giovanni Folonari)'로 주인..
날씨가 많이 더워졌지요? 한낮에는 반팔 티셔츠 하나만 걸치고 다녀도 아무렇지도 않을만큼 날이 따뜻해졌습니다. 이렇게 되면 삼삼오오 시원한 야외로 나가 고기 구워먹기 좋은 환경이 되지요. 강원도 팬션도 좋고, 난지도 캠핑장도 좋고, 시원한 계곡도 좋습니다. 정 갈데가 없다면 옥탑방 문 앞에 놓인 평상 위에 부루스타 올려놓고 지글지글 자글자글 구워 먹은들 어떻겠습니까? 친구랑 고기 한 점 술 한 잔 마시면서 이러저러 수다떨고 놀다보면 일주일의 피로와 스트레스가 말끔히 사라질겁니다. 이런 자리에는 섬세하고 우아한 와인이 어울리지 않습니다. 부드럽고 마시기 편하고, 그러면서 맛도 좋고 가격도 착한 와인이 최고죠. 우드브릿지는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의 대표적인 하우스 와인입니다. 모두 14종이 생산되는데 카베르네..
하루 하루 삶속에서 여러분은 창의와 모방 중, 어떤 행위를 더 많이 하시나요? 창의적인 행위는 사실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것을 따라하는 모방에서 시작되기도 합니다. 요리책을 보면서 요리를 따라 만드는 과정에도 창의적인 요소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똑같이 따라하기 보다는 나의 생각을 가미하는 것이죠. 그렇게 하다보면 이미 세상에 널리 알려진 음식이라 할지라도 판에 박은 듯, 틀로 찍어낸 듯한 것이 아니라 요리를 만드는 사람의 생각을 통해 새롭게 재탄생되는 메뉴가 되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을 저는 '쉐프터치'라고 부릅니다. 달걀을 부화시키겠다며 가슴 속에 품었던 에디슨의 행위와 비슷합니다. 엉뚱하기도 하고 때로는 무모하기도 하지만 창의는 이렇게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손맛 좋은 후배 쉐프가 한 번 ..
제 외할아버지는 농부셨습니다. 하도 어릴 때라 아련한 기억이지만, 평생 농사를 지으며 살아오신 할아버지의 거칠고 굵은 손마디 만큼은 생생한 이미지로 떠오릅니다. 제가 가는 날만 그랬던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외갓집 밥상에는 맛난 반찬들이 가득했습니다. 그래서 외갓집에 다녀오면, 살이 토실토실 오르곤 했죠. 할머니께선 손자의 입맛에 맞춘다고 일부러 소시지를 사다 계란 옷 곱게 입혀 지져 내시곤 했지만, 어린 제 입맛에도 밀가루 듬뿍 든 분홍색 소시지 보다는 직접 농사지어 재배한 재료로 만든 할머니표 반찬이 더 맛났더랬습니다. 원래 농부의 밥상에는 화려하진 않지만 맛난 것들이 참 많이 올라옵니다. 진정한 홈메이드로 가득찬 밥상이죠. 공장에서 찍어낸 천편일률적인 인공의 맛이 아니라, 만들 때마다 다르고 시간이..
"흡~흡~ 공기를 입으로 불어넣어! 그래 흐으읍~ 하면서 마시라고!!!" 눈 감고 집중하고! 향을 잘 느껴봐! 벌써 오랜시간이 흘렀네요. 와인을 알게된 것이... 저는 종종 코스트코에서 저렴한 와인을 사먹곤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당시 와인과 관련된 일을 하던 한 친구와 종종 와인도 마시곤 했습니다. 어느날, 짠 하고 와인을 마시는 도중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흡~ 흡~ 하고 공기를 입으로 불어넣어보라고!" 이게 뭔 소리인가.. 아무튼 정석을 가르쳐준다니 따라했습니다. "흡~" 하고! 입으로 와인이 흐르더군요. 그래도 끈질기게 강요하더군요. 눈을 감고, 집중을 하고! 베리, 오크, 초콜릿향 등이 강하게 느껴지더군요. 그러다 갑자기 전율같은 것이 왔습니다. 보통 애호가들에게는 모두 '첫사랑'같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