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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믈리에자격증 와인비전 WSET
어느 날 손님이 와인 한 병을 가지고 와서는 어울리는 음식을 부탁하였습니다. 갑작스런 부탁에 당황했더랬죠. 와인의 이름부터 살펴보았습니다. 포이악 출신의 샤또 끄루아제 바쥬(Chateau Croizet Bages)였습니다. 그랑 크뤼 5등급으로 분류된 나름의 명품와인이었죠. 포이악 하면 사실 양고기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대서양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닷 바람이 양들이 뜯어먹는 풀에 소금기를 뿌려주고, 짭쪼름한 풀을 뜯어 먹고 자란 양으로부터 얻은 고기는 너무 맛이 좋아서 프레살레(Pre sale)라는 별명이 붙여지게 되죠. '프레'는 '미리'라는 뜻이고 '살레'는 '소금을 뿌리다'라는 뜻입니다. 미리 소금을 뿌렸다는 프레살레까지는 아니더라도 양고기가 있었다면 뭔가를 만들었을 텐데 아쉽게도 그날 냉장고엔 양..
흔히들 동장군이 봄을 시샘한다는 꽃샘 추위가 올 것 같은 때 입니다. 안개와 미세 먼지. 이제 곧이어 올 황사로 봄은 궂은 시련을 앞세운 후에야 잠깐 왔다 가겠지요. 잠깐 중에도 종종 비와 찬 바람을 시녀처럼 대동하고 새침하게 굴 것입니다. 못된 아가씨 비위 맞춰주다간 그야말로 짧은 봄날을 즐기지도 못한 채 훌쩍 시간만 보내버릴 수 있으니 차게 부는 사람에는 가볍게 날리는 맛이 있는 샬랄라한 스카프로 대응하고 흐린 하늘과 탁한 공기에는 향긋한 봄나물로 이겨낼 생각입니다. 아마도 저의 봄타령은 한동안 계속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점쳐 봅니다. 일요일의 와인은 라로쉬 비오니에 뱅 드 페이 독(Laroche Viognier Vin de Pays d'Oc) 2010입니다. 비오니에를 떠올리면 의도하지 않아도 노..
부르고뉴 블랑(Bourgogne Blanc)은 부르고뉴 지방 어느 곳에서나 생산되는 포도를 사용해서 만드는 엔트리 레벨 와인입니다. 그러나 레세띠(Les Setilles)는 쁄리니 몽라쉐(Puligny Montrachet)와 뫼르소(Meursault) 마을의 포도밭에서 생산되는 포도만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 부르고뉴 블랑에 비해 높은 품질의 와인입니다. 실제로 테이스팅하면 향이 진하고 복잡하며 입안에서도 프레미엄 와인이 갖고 있는 우아함과 밸런스를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오크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와인으로 부르고뉴 샤도네이로서는 바디감이 무겁지 않고 상큼함이 매력적인 와인입니다. 입안에 한 모금 머금으면 바로 입안에 침이 고이고 입맛이 도는 매력이 있습니다. 봄날에 나른할 때 후각과 미각 세포를 깨우..
두껍고 알차면서도 가벼운 와인책입니다. 설명이 약간 모순된 것 같다고요? 직접 보시면 이해가 갈겁니다. 상세한 내용은 다시 포스팅 하겠습니다. 구입 문의는 와인비전으로 해주세요~^^
9월에 수확한 포도를 4개월 정도 대나무나 지푸라기 위에서 말립니다. 수분이 날라가 무게가 40%가량 줄어든 건포도가 되죠. 1월경 이 건포도를 발효하여 만드는 와인을 사람들은 '아마로네'라 부르고, 이탈리아의 4대 와인이라고 칭송합니다. 아마로네는 소설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인 베네토의 발포리첼라라는 지역에서 생산하며, 건포도의 묵직한 무게감과 함께 진하고 강렬한 인상을 느끼게 해줍니다. 특히 와인 스펙테이터에서 92점을 받은 토마시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 클라시코(Tommasi Amarone della Valpolicella Classico)에서는 검붉은 체리향과 코코넛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코르비나·론디넬라·모디나라 등 토착 품종으로 만들며, 16도 이상의 높은 알콜이 부담스러울 수 있으므로 기..
일하다 보면 종종 남탕(?) 테이블에서 샴페인을 주문할 때가 있습니다. 대부분 별 고민 하지 않고 기본적인 M사의 샴페인을 주문 하시는데요! 그럴 때 저는 업셀링을 합니다. "M사의 샴페인은 저도 아주 좋아합니다. 평소에도 자주 드셔 보셨을 텐데요, 오늘은 특별하게 새로운 샴페인은 어떠시냐?"며 풀어 나가는 와인이 바로 프랑스와즈 베델 엉트레 씨엘 에 떼레(Francoise Bedel Entre Ciel et Terre )입니다. 프랑스와즈 베델은 작은 규모의 샴페인 하우스(RM)로 가족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유기농법을 사용하여 최상급 품질의 포도만을 선별 양조하기 때문에 매니아층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하우스인데요, 특히 "하늘과 땅 사이에"라는 이름의 엉트레 에 떼레는 피노뫼니에 80% 피노누아 20%..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건너온 요리 중에서 생선초밥은 가장 사랑받는 음식일 겁니다. 생선을 좋아하는 분치고 생선초밥을 싫어하는 분은 별로 없더라고요. 밥을 고슬고슬하게 지어 새콤달콤한 촛물을 버무리고 여기에 매콤한 와사비를 바른 생선을 얹은 생선초밥은 참으로 매력적인 음식이지요. 비싸서 탈이지만… 아주 예전에는 일식집에서만 맛볼 수 있었던 생선초밥이었는데 어느 샌가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어버렸습니다. 우동 체인점과 마트에서 초밥을 맛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 되었고, 심지어 포장마차나 트럭에서도 초밥을 파는 시대가 되었지요. 물론 맛은 별로입니다만 그만큼 대중적인 음식이 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일식엔 보통 일본식 청주, 즉 사케를 함께 마시기 마련인데 저는 이 조합이 영 마음에 들지 않더라고..
아르헨티나의 와인중심지인 멘도사에서 비행기를 타고 북쪽으로 두 시간 정도 가면 아르헨티나의 카우보이 가우초(gaucho) 문화가 그대로 남아 있어 볼거리가 많은 도시 살타가 나타납니다. 살타에서 다시 남쪽으로 183km, 차로 네 시간 정도 더 가면 카파야테가 나옵니다. 카파야테는 약 만 명 정도 인구의 작은 도시지만 멘도사 다음으로 유명한 와인 생산지입니다. 차로 칼차키에스(Calchaquies) 밸리를 따라 이동하는 동안 창 밖으로 펼쳐지는 광경은 정말 멋집니다. 끝없이 펼쳐지는 산들이 햇빛을 반사해서 만들어내는 색의 변화와 그림자들의 조화는 내가 초현실주의 그림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합니다. 마치 달에 착륙한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하여 이 밸리를 Walking on the m..
지금으로부터 약 4,500년 전, 이집트 어느 강가 수풀 속에 숨어서 매서운 눈으로 무언가를 노려보고 있는 두 젊은이가 있었으니 모세스와 람세스였다. 이 두 친구는 조심스럽게 눈빛을 주고 받으며 목표물을 향해 살금살금 다가가더니 전광석화처럼 순식간에 거위를 덮쳤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거위를 잡은 모세스와 람세스는 털을 뽑고 피를 빼더니 기이하게 비대해진 간을 꺼내고는 흡족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요맘때 잡은 거위의 간은 유달리 크기도 크고 맛도 좋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거위 간 매니아가 된 두 친구였다. 거위는 이동할 계절이 되면 먼 거리를 날아가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양의 먹이를 먹어서 여행에 필요한 에너지를 간에 지방의 형태로 축적하는데, 이렇게 지방이 축적된 간을 프아 그라라고 부른다...
3월입니다. 이제 곧 남쪽에서 매화를 시작으로 벗꽃과 목련에 이어 아카시아까지 꽃들이 꽃망울을 터트리겠지요. 햇빛이 따뜻하게 비춰지기도 하지만 바람은 차갑고, 언제 비가 올지도 모르는 변덕스러운 봄 날씨 만큼이나 봄꽃들도 예쁜 모습을 보는 것이 영 까다롭지가 않아요. 하룻밤 사이에 활짝 폈다가 바람이 한차례 세게 불거나 비라도 한 번 내렸다 하면 속절없이 떨어져버리고 말지요. 까탈스럽고, 조심스럽기로는 봄꽃 만한 것들도 없을 듯 합니다. 어느 날 문득 "아, 며칠 따뜻하더니 꽃이 피었구나!" 하면서 발견하는 적이 많았던 것 같아요. 따뜻한 햇살 속에서 쌀쌀한 바람이 부는 봄날에 얼굴이 작은 꽃들이 보송보송 피어나는 것 같은 와인이 있습니다. 실레니의 셀라 셀렉션 피노 누아(Sileni, Cellar 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