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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아그라(Foie gras)와 꼬또 드 로방스(Coteaux de L'Aubance) 본문

7인 7색 와인투데이

프아그라(Foie gras)와 꼬또 드 로방스(Coteaux de L'Aubance)

와인비전 WSET 와인비전 2013. 3. 4. 10:00


지금으로부터 약 4,500년 전, 이집트 어느 강가 수풀 속에 숨어서 매서운 눈으로 무언가를 노려보고 있는 두 젊은이가 있었으니 모세스와 람세스였다. 이 두 친구는 조심스럽게 눈빛을 주고 받으며 목표물을 향해 살금살금 다가가더니 전광석화처럼 순식간에 거위를 덮쳤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거위를 잡은 모세스와 람세스는 털을 뽑고 피를 빼더니 기이하게 비대해진 간을 꺼내고는 흡족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요맘때 잡은 거위의 간은 유달리 크기도 크고 맛도 좋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거위 간 매니아가 된 두 친구였다. 

거위는 이동할 계절이 되면 먼 거리를 날아가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양의 먹이를 먹어서 여행에 필요한 에너지를 간에 지방의 형태로 축적하는데, 이렇게 지방이 축적된 간을 프아 그라라고 부른다. 프아(foie)는 간이라는 뜻이고 그라(gras)는 지방이라는 뜻이다. 말 그대로 지방간이다. 모세스와 람세스는 이 간을 1년 내내 즐기고 싶어했다. 그래서 거위를 잡아서 먹이를 억지로 먹여 살찌워서 간을 빼먹기 시작했다. 미식을 향한 인간의 잔혹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맛있긴 하다. 

푸아 그라를 도툼하게 썰어서 앞뒤로 굵은 소금과 후추를 뿌리고(후추가 타기 때문에 나중에 뿌리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뜨겁게 달군 후라이팬에서 앞뒷면을 노릇노릇하게 지져낸다. 프아그라 한입 베어물자 입안에서 봄눈 녹듯 고소한 여운을 남기고 사라져 버린다. 하지만 뒤끝있는 프아 그라는 입안에 느끼한 기름기를 잔뜩 남겼다. 깔끔하게 정리해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꼬또 드 로방스(Coteaux De L'Aubance)다. 루아르 지역의 귀족 곰팡이가 남긴 쭈글탱이 슈냉 블랑을 고이 고이 따서 정성껏 빚은, 달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황금빛 와인 한잔에 뒤끝 있던 프아 그라도 웃으며 빠이빠이 한다.

만나서 반가웠어. 꼬또 드 로방스~

<삼청동 쉐 시몽(Chez Simon) 오너 쉐프 심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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