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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와인잔이 내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 - 위르지거 뷔르츠가르텐 리슬링 아우스레제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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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와인잔이 내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 - 위르지거 뷔르츠가르텐 리슬링 아우스레제

와인비전 2013. 4. 8. 10:42


지하철에서 우연히 3살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빤히 저를 바라보는 그 눈망울에 순간 제 마음을 들킨거 같고 제 생각이 읽히는거 같은 느낌이 들어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눈을 피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제 자신이 우스워보였지만, 감히 그 깊은 눈망울을 다시 쳐다 볼 용기가 안나더군요. 다시 마주친다면 주술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어이없는 상상을 하면서...하하하. 

여러분도 저처럼 그런 경험 있으신가요? 맑고 깨끗한 눈망울은 순수함을 상징합니다. 하지만 순수는 착하고 순한거랑은 별개의 의미죠. 순수에서 저는 무엇이든 다 삼켜버릴거 같은 블랙홀의 장대한 기운을 느낍니다. 맑고 깨끗하면서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았기에 무엇이든 다 받아들일거 같은 우주같은 존재. 

그런 순수한 와인을 우연히 만났습니다. 사실 와인을 뜻하는 프랑스어 뱅(vin)이나 독일어 바인(wein)은 남성이지만, 아우슬레제(auslese)가 여성이기 때문에 이 와인은 여성으로 부르겠습니다. 독일 처자답게 첫인상이 강렬합니다. 자기 주장도 확실하구요. 코르크를 열자마자 확성기로 '나는 리슬링이다'를 외치듯 강한 휘발류 향을 내뿜습니다. 이내 주유소를 지나치자, 곧 꿀과 라임 향이 피어오르면서 땅으로부터 받은 풍부한 미네랄향을 보여줍니다. 

내어맡기면 다 받아줄거 같은 순수한 그녀의 이름은 '위르지거 뷔르츠가르텐 리슬링 아우스레제(Urziger Wurzgarten Riesling Auslese)'입니다. 오늘 그녀가 와인잔을 타고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습니다.


<삼청동 쉐 시몽(Chez Simon) 오너 쉐프 심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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