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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날려버립시다 - 로랑 페리에 브뤼 넌빈티지 본문
열대야로 온 나라가 난리법석입니다. 자다 깨다 불면의 밤이 이어지고, 한낮의 온도는 울산이 40도를 찍었습니다. 냉장고에 들어앉은 얼음장처럼 차가운 맥주가 생각나기도 하지만, 저는 시원한 샴페인이 땡깁니다. 샴페인은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프리스티지, 럭셔리, 축하의 의미지로 대표되고 있습니다. 샴페인의 독특한 버블과 풍미는 ‘특별한 날’ 또는 ‘축하하는 자리’에서 마시는 와인으로 인식되게 합니다. 무엇보다 사실 샴페인은 비싸죠.
프랑스 국내에선 19세기말에서 20세기초에 걸쳐 물타기나 원산지명의 부정 유통이 횡행하여 위조품이 성행했습니다. 이런 범죄 행위를 막기 위해, 1935년에 원산지통제명칭법(AOC)이 제정되었습니다. 이후 재배 지역, 포도 품종, 재배 방법, 수확시의 당도, 단위 면적당 포도 수확량, 양조 방법 등등이 상세히 제한되었고, 이에 따라 원산지명을 부당하게 표시하는 와인을 법적으로 단속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원산지명이나 등급을 라벨에 표시한 것은 공급 과잉에 의한 가격 폭락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습니다.
최근 유럽에서 원산지명칭제도는 붕괴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는 생산자 쪽에 유리하게 규정을 바꿔온 결과 와인의 품질이 떨어지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원산지가 아닌 생산자명으로 와인을 선택하는 시대가 되었죠. 그러나 여전히 샹파뉴는 철저히 원산지통제명칭에 입각해 법적으로 샴페인이란 이름을 보호받고 있으며, 생산량 제한으로 가격과 품질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수공업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가격이 높죠.
1812년에 만들어진 샴페인 메종인 로랑 페리에 그룹은 현재 Salon, De Castellane, Delamotte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Laurent Perrier Brut NV은 로랑 페리에 샴페인 중에서 가장 클래식 레벨이며, 또한 가장 많이 팔리는 샴페인입니다. Laurent Perrier Brut NV는 여러 빈티지의 와인을 블랜딩하여 만드는데 약 80%는 그해 빈티지를 사용하고, 20%는 이전 해들의 빈티지 리저브 와인을 블랜딩합니다. 포도 품종으로는 50% Chardonnay, 35% Pinot Noir, 15% Pinot Meunier가 블랜딩됩니다. 특히 샤르도네를 많이 사용하여 다른 샴페인 메종들과 풍미를 차별화하고 있습니다.
엷은 노란색을 띠며 미세하고 섬세한 지속적인 버블이 인상적입니다. 레몬 제스트와 배, 복숭아 과일향이 신선하고 아몬드와 미네랄 향, 설탕에 절인 레몬향이 느껴집니다. 잔을 돌리자 은은하게 퍼지는 브리오쉬와 비스킷 향으로 복잡한 아로마를 느낄 수 있습니다. 높은 산미는 입안을 감싸면서 드라이하고 지속적인 청정함과 신선함을 유지시켜줍니다. 입안에서 감귤향과 토스트, 스파이스향이 느껴지며, 톡 쏘면서 사각거리는 산미와 버블이 입안을 깔끔하고 신선하게 만들어줘 식욕을 증가시켜줍니다. 청량감이 뛰어나 무더운 여름에 식전주(Aperitif)로 제격이죠.
일반적으로 샴페인(높은 산도와 버블, 탄닌의 부재 그리고 풍부한 과일향)은 가볍게 짠맛이 도는 캐비어, 오이스터와 궁합을 이룹니다. 그러나 주머니 사정상 부담스럽다면 짭짤한 감자튀김과 스파클링 와인으로도 족합니다. 찌이익~ 샴페인 오픈하는 소리와 함께 더위도 날아간답니다.
<인터컨티넨탈 수석 소믈리에 엄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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