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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의 이단아 마로잘리아 본문
이번 주는 보르도의 2012 빈티지 앙프리머 주간이었습니다. 보르도의 수많은 와인들이 오크통 숙성되지 않은 2012 빈티지를 선보이며 평가를 받는, 와인메이커들에게는 연중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입니다. 저도 처음으로 참석해서 수 없이 많은 와인을 테이스팅했습니다. 나흘 동안 줄잡아 500개 이상의 와인을 맛본 것 같군요.
아직 병입되려면 일년 반에서 이년은 있어야 하는 앙프리머 와인을 테이스팅하는 것은 그리 즐거운 일이 아닙니다. 2009년과 2010년에 일부 그랑 크뤼 앙프리머를 테이스팅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그 와인이 그 와인 같아서 앙프리머 테이스팅으로 와인을 평가하는 것이 정말 가능한 일인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수없이 많은 와인을 테이스팅하다 보니 그중에서 특출나게 좋아보이는 와인들이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마고(Margaux)의 마로잘리아(Marojallia)였습니다.
아직 일년 반 이상 숙성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 익은 과일의 향과 맛을 드러내며 제 관심을 끌었습니다. 알고 보니 생테밀리옹의 수퍼 스타 쟝뤽 튀느방(JL Thunevin)의 자문을 받으며 생산되는 마고에서 이단아 같은 존재였습니다. 와인 수준으로 보면 그랑 크뤼 조합이나 크뤼 부르주아 조합에 속할 만도 한데 아무데도 속하지 않고 홀로서기로 와인애호가의 사랑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숙성된 와인은 어떨까 궁금해서 2008년 빈티지 한 병을 구해서 저녁 식사를 하며 테이스팅했습니다. 부드럽고 향이 풍성했습니다. 과일 풍미는 약간 재미(jammy)한 느낌이었습니다. 어느 구석에도 보르도 메독 와인이라는 느낌은 없었죠. 그래서 같이 있던 보르도 친구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마고 스타일 와인하고는 많이 다른 것 아니냐고. 돌아온 대답은 의외로 이것이야말로 마고의 대표적인 스타일이랍니다. 마고 와인에 두 가지 스타일이 있는데 그 중 하나라는군요. 제가 잘 모르고 있었던 마고 스타일인거죠. 좀 창피했습니다. 언제쯤이나 이런 당황스런 일을 면할지?
마로잘리아가 국내에 한 때 소개된 것 같은데 최근에 보면 찾기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마고의 수준 높은 와인치고는 가격도 괜찮아 보이는데…국내 와인애호가들에게 잘 소개하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올드 앤 레어 와인(OLD & RARE WINE) 대표 박흥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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