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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1회 테이스팅 세션 - 그의 취향을 탐해 봅니다, 같은 와이너리의 TOP 와인과 대중 와인. 본문

테이스팅 세션

제 21회 테이스팅 세션 - 그의 취향을 탐해 봅니다, 같은 와이너리의 TOP 와인과 대중 와인.

와인비전 WSET 와인비전 2013. 10. 24. 10:16



- 즐거운 글을 쓰는 村筆婦 백경화


솔직히 말하자면 버겁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나름의 생각으로는 그날의 와인들에 나름의 이미지를 더해주고 싶었고, 함께 하는 시간의 스토리를 심어주고 싶었습니다. 의욕적으로 시작했던 시도들은 때마다 좌절에 좌절을 거듭하게 되고, 팔랑거렸던 마음이 가라앉으면서 이 일에 대한 가치의 고민이 시작되었지요. 

세션의 멤버들은 매회 열 명이 넘습니다. 제가 쓰는 이 글은 멤버들이 공유하는 시간에 대한 정리이고, 그날의 와인들에 대한 서로 간에 나눴던 의견의 정리입니다. 결코 개인적인 글일 수가 없는 이 글이 우리가 함께 공유하는 당시의 기억과 정보를 담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깊었습니다. 흔들리는 마음에서 쓰는 글은 쓰는 순간에도 지루했고, 다 쓴 글을 읽는 저 역시도 신나고 즐겁지 않았던 것을 고백합니다. 

5월과 6월 세션 후기를 정리하는 지금 사진 자료들을 모아 보면서 새삼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매달 주제를 정하고, 와인을 준비하고, 시음 순서를 정하고, 시음 후 의견을 나누는 일련의 과정들은 세션 모든 멤버들의 노력의 결과입니다. 더 나은 모임을 위해서 또 여러분들이 고민을 합니다. 저도 세션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의 한 부분이 되어서 함께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점이 제게 새로운 동력이 되었습니다. 

7개월 간에 걸쳐 세션의 주제를 선정해 주었던 조쏘에 이어 5월과 6월은 신동 와인의 이건구 님께서 수고를 해 주셨습니다. 

 

5월 세션의 와인들을 모아 놓고 보면 "와인 좀 마셔봤다." 하시는 분들은 당시 세션의 주제가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와인의 순서는 시음 순서와 동일하며, 사진을 주의 깊게 보시면 이 날의 주제가 보입니다. 5월 세션의 주제는 같은 와이너리의 TOP 와인과 대중 와인입니다. 참고로 TOP 와인의 경우는 R.P(Robert M. Parker) 점수 90점 대의 와인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시음 한 번 꼭 해 보고 싶었습니다. 와이너리의 정수를 담은 TOP 와인, 그리고 시장성과 조율된 대중 와인. 와이너리가 추구하는 와인에 대한 고유한 철학과 이것이 시장과 만났을 때 어떻게 해석되어 나타나는지를 한 자리에서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1. 알라모스 샤도네이(Alamos Chardonnay) 2011. / 카테나 자파타(Catena Zapata). 


멤버 평점은 88.2점. 제 점수는 92점.

제 개인적인 느낌은 샤블리 같다는 생각과 더불어 리슬링의 느낌도 슬쩍 들었습니다. 미네랄리티함과 발랄하고 신선한 산도와 더불어 깨끗하게 떨어지는 맛과 풍부한 과일향이 지배적으로 느껴지는데 과일의 종류는 잘 익은 노란색 과일향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더불어 리슬링의 느낌이 들었던 이유는 과일향 안에서 나는 쌉싸레한 향을 페트롤 향이라고 느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시간에 늦어 부랴부랴 뛰어 왔기 때문에 무척이나 더웠고, 자리에 앉자마자 마시게 된 시원하고 산뜻한 와인에 92점은 결코 과한 점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와인의 가장 낮은 점수는 80점으로 단조롭고 가벼운 느낌과 씁쓸한 맛, 식물 특유의 비린 맛이 느껴졌다는 것 등이 이유입니다. 이외에 과하지 않은 오크 향과 오렌지에서 열대 과일까지의 폭넓은 과일향. 그리고 미네랄리티가 느껴지기에 신세계 와인은 아닐 것이라는 주장과 바삭거리는 강한 산미에 과실향과 더불어 느껴지는 구즈베리와 아스파라거스 향으로 신세계 쇼비뇽 블랑이 아니겠느냐는 추측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지금 같은 더운 계절에 부담없이 시원하고 깔끔하게 드실 수 있는 착한 가격의 와인으로는 손색이 없다고 생각하며 저가의 샤도네이에서 맡아지는(제 표현으로는) '코티 분 냄새' 같은 향이 나지 않는 기특한 샤도네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2. 화이트 본스 샤도네이(White Bones Chardonnay) 2009 / 카테나 자파타(Catena Zapata).

멤버 평점 92점, 제 점수는 95점. 

처음 시음한 와인과 비교했을 때 바디감과 향의 차이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첫 와인의 좋은 인상에도 불구하고 두 번째 와인에 점수를 더 줄 수 있었던 것은 구조감과 인텐시티, 그리고 컴플렉시티에서 점수를 더 주었기 때문입니다. 마셨을 때 단박에 느껴지는 향은 바닐라와 머스크 향으로 인한 인상이 강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끼하거나 부담스럽다는 인상보다는 부드러운 질감과 풍부한 산도로 느껴지는 청량감이었습니다. 

이 와인의 첫 빈티지는 R.P 98점이라고 합니다. 조금 더 자세한 정보를 알아보고자 신동와인 홈페이지를 찾아봤더니 이 와인은 찾을 수가 없네요. 혹시 신동 와인의 비밀 병기입니까? 

한 멤버의 시음 노트를 보니 첫 와인에 대한 메모는 오로지 '시트러스' 하나인데 반해 이 와인의 경우에는 복숭아, 서양 배, 미네랄, 이스트, 흰꽃 향, 아몬드, 빵, 미네랄 등 첫 와인과 비교도 안될 만큼 다양한 향을 표현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첫 와인에 80점을 준 멤버는 이 와인에 92점을 주었으며 모든 평가에서 첫 와인과 큰 차이를 표현했습니다. 둔중하고 무거운 질감으로 잘 짜여진 구조감과 묵직한 강도와 파워풀한 느낌, 여러가지 향이 순차적으로 표현되는 복합성 등을 꼽았습니다. 


3. 꼬뜨 뒤 론(Cotes du Rhone) 2009 / 이 기갈(E. Guigal).


평점 89.5점, 제 점수는 90점.  

저는 부드러운 탄닌과 입맛을 돋우는 산미. 미네랄, 오크, 붉은 과일향과 약간의 미티(meaty)함을 느꼈습니다. 평가 항목 기준으로 볼 때 모두 중간 이상의 점수를 주었고, 그 중 인텐시티와 여운에서는 다른 항목보다 좋은 점수를 주었습니다.   

민트와 스파이시, 흑설탕, 검은 자두 향과 더불어 미네랄리티가 좋았다는 평가를 한 멤버도 있었습니다. 이 와인에서는 낯선 맛은 아니라는 의견과 더불어 프랑스 와인인 것 같다는 의견과 함께 품종을 조심스럽게 론을 메모한 멤버도 있습니다. 저 말고도 인텐시티와 여운에서 좋은 인상을 받은 멤버의 의견을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풍부한 풍미와 산도, 알콜이 강하면서 조화롭다. 기분 좋은 풍미로 긴 여운이 훌륭하다." 


4. 멕퀴레(Mercurey) 2007 / 도멘 페블레(Domaine Faiveley) 

멤버 평점은 89.2점, 제 점수는 86점.  

산미에서 오는 느낌이었는지 매우 날카롭다는 첫 느낌은 이전 와인과 다른 모습을 느끼게 했습니다. 탄닌 역시 이전 와인은 부드러웠던 것에 반해 이 와인은 서서히 조여오되 매우 거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와인의 최저점은 85점. 그리고 최고점은 95점이었습니다. 최저점을 준 멤버는 입에서 느껴지는 풍미가 코로 느껴지는 아로마보다 낮은데다가 전체적으로 조금씩 부족한 경향이 보인다고 했으며, 최고점을 준 멤버의 의견은 아직은 어린 와인으로  보인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바디가 약한 점이 문제점으로 보이기는 하나 복합적이고, 인텐시티가 강해 장기적으로 볼 때 좋아질 수 있는 와인으로 생각된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전체적인 의견으로는 섬세하면서도 강한 구조감(얇은 철판 같다는 표현도 있었습니다.)과 매끄러운 질감은 맑고 깨끗한 느낌이며, 베리향과 치즈, 풀냄새 등이 느껴지는 잠재력이 있어 보이나 아직은 어린 부르고뉴 와인일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였습니다.  


5. 키안티 클라시코(Chian Classico) 2011 / 카스텔라레(Catellare) 


멤버 평점 91.2점, 제 점수는 91점. 

높은 산도와 강한 과일 캐릭터가 압도적으로 다가 온 와인이었습니다. 붉은 과일의 향이 산뜻하게 느껴지며 가볍게 느껴지는 미티함과 감초와 정향, 신선한 향과 잘 익은 과실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평점에서 보는 바와 같이 대부분의 멤버들이 좋은 평가를 준 와인이으로 그중 제일 낮은 점수는 88점이었습니다. 

좋은 평가 중에서도 아쉬운 면을 지적한 점을 보자면 마시기 좋고, 다양한 과일 캐릭터와 나무, 홍차 등의 풍미가 좋지만 특별히 좋은 점이 드러나지 않는 평범한 와인이었다는 점입니다. 사실 이 점은 뒤에 이어 나올 와인과 비교할 때 중요한 특징이기도 합니다.  


6. 이 소디 산 니콜로(I Sodi San Niccolo) 2008 / 카스텔라레(Catellare) 


멤버 평점 95.2점, 제 점수는 98점 입니다. 

테이스팅 세션에서 빠지지 않는 고품격 와인의 등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제까지 나왔던 다른 와인들은 이 와인을 위한 들러리였다는 강한 느낌과 함께 "드디어 나오셨군요!" 하는 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습니다. 

바로 전에 나왔던 와인과 비슷하지만 차원이 다르다는 의견들과 함께 주제에 대한 추측들이 슬며시 나왔습니다.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던 의견은 같은 품종의 하이 퀄리티 와인과 대중 와인이 아닐까 하는 의견이었으며,  이 의견에 대해 진행자가 던진 "어떻게 짝을 이룰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좋은 녀석들은 이제 시작이 아니겠냐는 조심스러운 추측도 나왔습니다. 

우아한 산미와 이에 뒤쳐지지 않는 알콜의 조화, 진하고 두터우며 부드럽게 느껴지는 탄닌은 공들여 만든 와인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으며 뒤이어 오는 나무와 과일, 특히 감귤향의 풍미는 다양한 향신료와 허브향이 조화를 이루며 긴 여운을 줍니다. 시간에 따라 변하는 향의 모습들이 다채로워 과일향과 스파이시, 허브를 지나 흙냄새를 가진 한약재 향과 커피향까지 아우릅니다. 


7. 꼭똥 그랑 크뤼 끌로 데 꼭똥(Corton Grand Cru Clos des Corton) 2006 / 도멘 페블레(Domaine Faiveley)  

멤버 평점 94점, 제 점수는 98점 입니다. 

제 생각에도 바로 전 와인부터 시작하여 나머지 와인들은 모두 프리미엄 와인이 등장할 것이라는 점과 바로 전에 추측한 것과 같이 동일한 기준에서 레벨이 다른 와인들의 비교가 이번 주제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 바로 전의 와인과 색깔은 다르지만 이번 와인도 흠잡을 수 없이 좋은 와인이었음이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높은 산도와 함께 가볍게 다가오는 질감 속에 강한 탄닌이 섬세하고 탄력적인 구조감을 갖고 있는 와인이었습니다. 과일향과 나무의 풍미가 강한 인상을 주었으며 입 안에 남은 여운이 길게 이어집니다. 다양한 베리류의 과일향, 나무향, 버섯향, 꽃향과 허브, 스파이시한 느낌 등이 복합적이며 부드럽고 강한 탄닌의 자극 등은  멤버 모두에게 부르고뉴 그랑 크뤼임을 확신을 주는 듯 했습니다. 이 정도에서 와인의 짝을 맞춰보는 멤버들도 나오기 시작하며 다음 와인에 대한 기대도 슬슬 나타냅니다.   


8. 코트 로티 라 물린(Cote Rotie La Mouline) 2007 / 이 기갈(E. Guigal).

멤버 평점 95.7점, 제 점수는 역시 98점 입니다.  

좋은 와인에 점수를 주는 것은 더 어렵습니니다. 도대체 어디서 감점을 해야 한다는 말입니까? 저는 비싼 와인임이 분명하다는 느낌이 들면 최종 점수에서 슬쩍 점수를 뺍니다. 쉽게 마실 수 없는 건 아무래도 '착하지 않기' 때문에...... 

분명히 과일 위주의 향이 지배적이지만 단순한 과일향이 아닌 신선한 흙냄새를 비롯해 볶은 견과류의 향과 고소한 기름향도 느껴지며 나무의 향과 갖가지 향신료의 향이 납니다. 정향과 제비꽃 향을 언급한 멤버들의 의견이 다수 있었습니다. 다양하고 복잡하게 어우러진 향은 강한 인상과 더불어 긴 여운으로 남겼습니다. 붉은 과일류와 후추향 등으로 시라를 추측해내고 이어 와인의 퀄리티를 바탕으로 꼬뜨-로띠를 짐작한 멤버들의 메모도 눈에 띕니다. 


블라인드 테이스팅 후 와인이 정체를 드러냈을 때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잔에 와인을 새로 따라 와이너리 별로 짝을 맞춰서 다시 비교 시음을 해 봤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듭니다. 모두가 만들어내는 이와 같은 기회가 아니었다면 해 보지 못했을 좋은 경험이었으며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게 된 매우 소중한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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