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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스타일의 바롤로와 함께 아련한 그 때로 - 포데리 루이지 에이나우디 바롤로 DOCG 2004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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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스타일의 바롤로와 함께 아련한 그 때로 - 포데리 루이지 에이나우디 바롤로 DOCG 2004

와인비전 2013. 8. 24. 08:57



“어떤 와인을 가장 좋아하세요?”

소믈리에로써 일을 하다보면 자주 받게 되는 질문입니다. 동시에 가장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기도 합니다. 불현듯 “사랑에 빠졌던 곳”이 가장 좋아하는 곳이라는 어느 작가의 인터뷰가 떠오르네요.

벌써 10여년 전 방문했던 비온디 산티 (Biondi Santi)씨의 손이 떠오릅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그분의 거칠고 뼈마디가 굵어진 손을 보면서 위대한 와인은 겉포장이 아니라 진정한 장인의 겸손함과 열정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탈리아의 와인 생산은 고대 그리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러나 1960년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이탈리아 와인의 특징인 현대풍의 고품격 와인으로써 그 기초가 마련되었습니다. 이탈리아의 원산지 호칭법인 DOC법이 성립된 것은 1963년으로, 이로 인해 바롤로 및 바르바레스코 등 저명한 와인 산지명에 관한 보호가 실시되었습니다. 이탈리아 피에몬테 알바지역에서 제조되는 바롤로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중후한 레드 와인입니다. 바롤로의 개성은 산미와 탄닌 성분이 강하며, 산화 와인의 특징인 가죽향 및 동물향이 납니다. 1970년대 이후 세계 소비자들이 보다 과실 맛이 나는 어린 와인을 선호하게 되자 바롤로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하여, 3가지 스타일로 바롤로 와인이 생산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전통파, 개혁파, 급진파지요. 

포데리 루이지 에이나우디 바롤로(Poderi Luigi Einaudi Barolo) DOCG는 짙은 말린 장미꽃과 바이올렛 꽃향이 은은하게 퍼지며 레드 과일과 오크, 아시안 스파이스, 당귀, 민트, 가죽향이 조화를 이루어 복잡합니다. 섬세한 아로마와 달리 입안에는 여전히 꽉 찬 탄닌이 강건하면서 투박스러우나, 신선한 산도가 밸런스를 이루어 풀바디를 느낄 수 있습니다. 알코올이 다소 풍부하고 매끄러운 질감을 가지고 있으며 긴 여운을 남깁니다. 클래식 스타일의 바롤로지요.

와인을 마시면 이성보다는 감성이 우리의 두뇌를 지배하기 시작하고, 무의식 속에서 우리는 기억합니다. 그 맛을, 그리고 그 순간의 즐거움을. 코 끝에 맴돌던 맛과 향기를 충족해준다면 와인 한 잔으로 아련히 떠오르는 그 때로 순간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 보다 멋진 술이 또 있을까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수석 소믈리에 엄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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