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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을 서성이다 우연히 만난 반가운 명사 Lafite Rotschild 1994, 그는 꽃 중년이었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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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을 서성이다 우연히 만난 반가운 명사 Lafite Rotschild 1994, 그는 꽃 중년이었다.

와인비전 2013. 10. 29. 11:11



품질이 우수하다고 알려진 유명 와인의 시음 기회가 온다면 그 시음이 시작되기 전에 나는 많은 준비를 할 것입니다. 그 와인을 이미 만난 사람들의 시음 후기를 미리 들어보기도 하고, 와인의 해당 빈티지의 작황을 살피는가 하면, 와인을 조금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생산자는 물론 생산지에 대한 사전학습도 게을리하지 않을 겁니다.

중국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 디너의 테마를 고민하던 중 나는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라피트의 와인들>과 함께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본 고장인 보르도에서 뿐만이 아니라 남프랑스, 샹파뉴 등 프랑스를 넘어 칠레, 아르혠티나 등 세계로 와인 생산을 확장하고 있는 라피트 로쉴드의 와인들을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해산물을 많이 사용하는 중국음식이지만, 냉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센불로 조리하고, 진한 소스가 곁들여지는 음식들이 남프랑스, 남미의 와인들과 좋은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그리고, Lafite Rotschild 1994년 빈티지 !!!  와인 다인에 참여한 인사들의 즉흥적 제안으로 그 자리에서 오픈하였습니다. 뜻하지 않은 라피트의 거장과의 만남이 반갑고 설레였습니다. 내 입을 촉촉히 적셔 주었던 와인 한 모금은 길을 가다 아주 우연히 만나, 내 손을 부드럽게 잡고 악수를 건낸 뒤 유유히 사라져가는 멋진 영국 신사의 모습이었습니다. 20년의 세월을 무색하게 할만큼 신선한 향으로 다가왔고, '역시'하는 세월의 연륜이 느껴졌습니다. 참으로 편안하고 부드럽게 입안에 느낌을 전해 주었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보통 카베르네 소비뇽을 80~95%, 메를로를 5~20% 정도로 블렌딩하는 라피트 로쉴드의 와인이 1994년에는 조생종인 메를로의 작황이 좋지않아 카베르네 소비뇽은 거의 99% 사용되고, 메를로는 전혀 쓰이지 않은 빈티지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미리 알고 만나지는 못했지만, 99%의 카베르네 소비뇽의 20년 세월을 똑똑히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 카베르네 소비뇽만을 이용해서 만들어진 1961년 빈티지의 라피트를 만날 순간이 올까? 그저 상상 속에서만 그를 그려봅니다.

<마산대 국제소믈리에과 Sool Sam 정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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