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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 7색 와인투데이

'비린 맛의 원인'

와인비전 2014. 4. 12. 12:26

얼마전 세브도르의 할인행사로 득템한 아마로네(Amarone della Valpolicella) 레드 와인과 생선구이를 먹었다. 당연히 기를 먹었어야지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요즘은 마리아주를 따지기 보다는 좋아하는 와인과 음식을 즐기면 그만이다 생각하기에 과감히 도전했다. 그런데 마시다 보니 아마로네 특유의 농익은 과일 향이 느껴지지 않고 입안에서 비린 맛과 탄닌의 쓴맛이 느껴져 와인 맛을 제대로 즐길 수가 없었다. 정말 마리아주는 존재하는 걸까?

 

와인과 음식 사이에도 상극이 있을 수 있고 찰떡 궁합인 경우도 있다.

예로부터 전해오는 한식과 전통주의 궁합에서 예를 찾아 보자.

연골 어류로 뼈가 연골로 구성되어 있는 홍어와 탁주의 결합인홍탁은 너무나 잘 알려진 찰떡 궁합이다. 홍어는 체내에 질소 화합 물질인 요소, 암모니아, 트리메틸아민 등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홍어를 발효시키면 화장실 냄새와 같은 암모니아 성분이 농축이 된다. 막걸리의 탁주와 발효된 홍어를 함께 먹으면 알칼리 성분인 암모니아를 중화 시키는 유기산인 산성 성분이 탁주에 함유되어 있으므로 찰떡 궁합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궁합의 뒤에는 항상 논리적 이유가 있다.

 

생선과 레드 와인노 노 노!!!

그러나 나처럼 생선을 좋아하고, 레드 와인을 좋아한다면, 아마도 뭐 아무러면 어때하면서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다. 그리고 나처럼 선택에 후회하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수산물과 레드 와인의 궁합은 결코 이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와인의 성분과 식재료 사이의 상호 작용으로 육류에는 레드 와인이, 생선에는 드라이 화이트 와인이 전형적인 궁합이다. 본질적인 입맛에서, 음식의 단백질은 레드 와인이 함유하고 있는 탄닌(Tannins)의 쓴 맛과 아스트레전시(Astringency)를 줄여주고, 드라이 화이트 와인의 신맛을 줄여준다. 게다가, 생선과 함께 했을 때 레드 와인은 비린 맛, 쓴 맛이 느껴지기 때문에, 수산물과 레드 와인은 권장하지 않는다. 반면에 드라이 화이트 와인 또는 드라이 쉐리주는 고등어, 연어와 잘 어울린다. 일반적으로 염분을 많이 함유한 수산물과 레드 와인을 같이 먹게 되면 레드 와인 속의 폴리페놀(Polyphenol) 성분과 소금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레드 와인의 쓴맛을 더욱 강하게 느끼게 하므로 가급적이면 서로 만나는 것을 피해야 한다. 그래서 소금에 절인 굴비, 간 고등어, 간장 게장, 젓갈류 등의 수산물에는 폴리페놀 성분이 많이 함유된 레드 와인과 상극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소금성분이 많이 함유된 음식에는 탄닌이 적으며 과일 향이 풍부한 화이트 와인을 추천한다.

 

그러나 이러한 궁합은 지극히 주관적인 맛 감각의 경험에 근거한다. 나의 경우에도 항상 입안에서 느껴지는 맛과 아로마에서 궁합을 찾는다. 그래서 지금까지 수산물과 레드 와인이 상극이라는 통념에는 과학적 근거가 없었다. 우리는 생선과 레드 와인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왜 대부분의 레드 와인은 생선에 어울리지 않는지, 왜 일반적으로 화이트 와인이 궁합이 맞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으며, 과학적 접근이 모호했다. 와인의 어떠한 성분이 생선과 충돌하게 만드는지, 입안에서 남아 있는 유쾌하지 않은 비린 맛은 어떤 성분의 원인때문인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이었다.

 

2009 9월에 발간한 농업 및 식품화학저널(Journal of agriculture and food chemistry)’ 에 게제한 일본의 대형 주류 회사인 메르시앙(Mercian Corporation)의 논문에서 수산물과 레드 와인의 부조화에 대한 과학적 증명을 발표하기 전까지 말이다.

 

26가지 화이트 와인과 38가지 레드 와인을 준비하여 모든 와인을 가리비와 매칭하여 맛 평가를 하였다. 비린 맛이 느껴질 때 마신 와인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비린 맛의 강도와 와인의 철 이온(ferrous ion)의 강도 사이에서 깊은 상호 관련성을 찾았다. 게다가, 뒤에서 느껴지는 비린 맛의 강도는 와인에 철 이온을 추가하였을 때 증가하였다. 즉 비린 맛의 근본적인 이유는 와인의 철분 함량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2 밀리그람/리터 이상의 철분이 함유된 와인과 함께 마셨을 경우 불유쾌한 향과 비린 맛이 느껴졌고, 물론 가리비의 맛도 상쇄되었다. 결과적으로 이 두 가지의 결합은 나쁜 향과 맛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확인했다. 불포화 지방산의 화학 반응으로 수산물에서 느껴지는 비린 맛은 와인이 가지고 있는 철분과의 충돌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레드 와인이 화이트 와인보다 더 많은 철분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레드 와인과 수산물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물론 모든 와인의 철분 함유량은 정확히 알 수 없으며, 와인의 종류에 따라서 철분 함유량은 차이가 있다. 포도 품종, 토양, 원산지 그리고 양조 방법 등에 따라서 와인의 철분 함유량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감각 기관에만 의존하였던 화이트 와인에는 생선 또는 해산물, 레드 와인에는 육류의 궁합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

 

와인과 음식은 서로의 향과 맛을 해치지 않고 균형을 이루어야 상생 작용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와인과 음식 사이에도 상극이 있을 수 있고 찰떡궁합인 경우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개인의 기호와 입맛의 궁합이 맞아야 한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수석 소믈리에 엄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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